"상대를 자극하는게 아니라면" 한화 레전드도 이상 감지→결국 벤클 발발…불문율이 뭐길래

나유리 2024. 6. 6.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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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한화와 KT의 경기. 7회말 2사 1, 3루에 등판한 박상원이 무실점으로 이닝을 마친 후 환호하고 있다. 수원=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24.6.4/
5일 수원 케이티위즈파크에서 열린 KBO리그 KT와 한화의 경기. 경기 종료 후 양 팀 선수들이 신경전을 펼치고 있다. 수원=송정헌 기자songs@sportschosun.com/2024.06.05/
5일 수원 케이티위즈파크에서 열린 KBO리그 KT와 한화의 경기. 경기 종료 후 양 팀 선수들이 신경전을 펼치고 있다. 수원=송정헌 기자songs@sportschosun.com/2024.06.05/

[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상대를 자극하는게 아니라면요." 한화 이글스 레전드 출신 해설위원도 조심스러워하던 상황. 결국 우려했던 사고가 터지고 말았다.

지난 5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렸던 KT 위즈와 한화 이글스의 경기. 이 경기는 한화가 타선이 대폭발하며 12대2로 대승을 거두며 끝났다. 하지만 경기 내용보다 경기가 끝난 이후에 벌어진 일로 밤새 시끄러웠다.

경기 종료 직후 관중들에게 인사를 하기 위해 양팀 선수단이 그라운드에 나왔는데, 그때 충돌이 일어났다. 황재균이 가장 앞장서서 한화 선수들, 특히 투수 박상원을 향해서 뭔가 불만을 쏟아냈다. 박상원도 뭔가 억울한듯한 제스처를 보였다. 이후 장성우, 우규민 등 일부 KT 베테랑들이 격정적인 목소리로 뭔가 불만을 어필했고, 류현진, 안치홍 등 한화 베테랑들은 연신 난처한 표정을 지으며 싸움이 더 크게 번지지 않기를 다독였다. 이후 양팀 감독들이 그라운드에서 만나 짧게 대화를 나눈 후 선수들에게 그만하고 들어갈 것을 당부했지만, 양팀 고참들은 한참 더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이었다.

아직 양팀 선수단의 공식적인 입장이 밝혀지지 않았지만, 박상원의 세리머니가 벤치클리어링의 원인이었던 것으로 추측되고 있는 상황이다. 박상원은 한화가 8회초 무려 7점을 내며 12-2로 크게 앞선 8회말 등판했다.

그는 첫 타자 김상수를 헛스윙 삼진으로 처리한 이후 양손을 격하게 부딪히며 환호하는 모습이었다. 그리고 다음 타자 멜 로하스 주니어를 다시 헛스윙 삼진으로 돌아선 이후 같은 세리머니를 했다. 세번째 타자 김민혁을 초구에 2루수 앞 땅볼로 돌아세우며 이닝 종료. 박상원은 다시 기쁨을 유감없이 표현했다.

5일 수원 케이티위즈파크에서 열린 KBO리그 KT와 한화의 경기. 8회 투런 홈런을 날린 한화 노시환. 수원=송정헌 기자songs@sportschosun.com/2024.06.05/

이후 9회말에는 김민우가 등판해 경기를 매듭지었지만, KT 선수들의 불만은 경기가 끝난 후에 폭발했다. 이날 경기를 중계한 방송사의 해설위원은 한화 레전드 출신이자 전 단장인 정민철 해설위원이었다.

박상원이 첫 타자를 삼진으로 잡은 이후 격한 세리머니를 하자 한명재 캐스터가 "박상원 선수의 마운드 위에서의 모습이 어제 오늘 굉장히...표현을 잘하고 있다"고 하자, 박상원을 오래 지켜봐온 정민철 위원은 "박상원은 성향 자체가 그렇다. 과거에도 기합 소리 때문에 이슈가 있었지 않았나. 상대가 자극하는게 아니라면 본인의 루틴일 수 있다"고 감쌌다. 두번째 타자를 잡고 다시 세리머니를 하자 "상대를 자극하는 것 아니면 이해를 해줘야 한다"고 했다.

4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한화와 KT의 경기. 7회말 2사 1, 3루에 등판한 박상원이 무실점으로 이닝을 마친 후 환호하고 있다. 수원=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24.6.4/

그러나 그때부터 경기장 분위기가 묘해졌다. 8회말이 끝난 후 KT 벤치에서 나온 장성우가 한화 벤치를 향해 불만을 어필했고, 류현진이 대신 나와 미안하다는 사인을 보냈다. 그리고는 채은성이 박상원을 불러 잠시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 중계 화면에 잡혔다. 박상원은 억울한 표정이었다. 하주석도 박상원을 다독였다.

류현진이 9회초 마운드에 등판한 우규민을 불러 다시 한번 미안하다는 사인을 보냈다. 상황을 지켜보던 정민철 해설위원도 "특정 대상에게 이런 제스처를 한거냐, 아니면 개인의 제스처냐 이 문제다. 점수차라는 상황이 이런 분위기를 형성시킨 것 같다"면서 "어쨌든 불문율은 존재하는 거다. 류현진이 경기 후에 박상원과 대화를 나눌거다. 이게 애매한 경계에 있는 거다. '네가 잘못한 행동이야'와 '상관없어'의 애매한 경계에 있는 일이다"고 조심스럽게 지켜봤다. 이후 벤치클리어링이 발발한 이후에는 "이건 명확하게 결론이 나야한다. 안그러면 다음에도 경기를 할때마다 (충돌이 있을 것)"이라고 안타까움을 표현했다.

5일 수원 케이티위즈파크에서 열린 KBO리그 KT와 한화의 경기. 경기 종료 후 대치 상황.

여전히 프로스포츠에서는 불문율이 존재한다. 메이저리그에서도 비슷한 일로 충돌이 왕왕 발생한다. 물론 그 애매한 경계선을 누가 어떻게 규정할 수가 없는 게 문제다. 박상원은 상대를 자극하려는 게 아닌, 자기 자신을 위한 세리머니였을 것이지만 상대가 느끼기에는 10점 차로 크게 뒤진 바로 직후의 상황에서 자극하는 행동이라고 본 것이다.

최근에는 부상 우려로 최대한 자제하지만, 비슷한 일이 벌어졌을때 상대팀 타자를 향해 '고의 빈볼'을 지시하는 사례도 많았다.

물론 박상원의 행동과는 별개로, 경기가 끝난 후 관중들에게 작별 인사를 하는 시간에 감정을 참지 못하고 분출한 행동에는 크게 아쉬움이 남는다. 벤치클리어링이 발발하자, KT위즈파크 관중석에서는 "우~" 하는 야유가 양팀 선수들을 향해 쏟아졌다.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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