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대남전단 피해보상' 입법시도 두차례 있었지만 불발…왜?

성소의 기자 2024. 6. 6.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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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2016년 초에도 대남전단 담긴 풍선 날려
정부, 대남전단 피해보상 규정한 입법 추진
그러나 대중 무관심 속 법안 자동 폐기돼
2021년 다시 추진했지만 법제처에서 반대
[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북한이 오물풍선 살포 도발을 재개한 가운데 지난 2일 군 화생방신속대응팀(CRRT)이 충북 충주시에서 발견된 북, 대남 오물풍선에 대한 조치를 하고 있다. (사진=합동참모본부 제공 영상 캡처) 2024.06.02.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세종=뉴시스]성소의 기자 = 정부가 북한의 오물풍선 살포에 따른 피해를 국가가 보상할 수 있도록 법제화하는 방안을 다시 추진한다. 지난 2016년과 2021년에도 피해보상 규정을 마련하기 위한 입법을 추진했었지만 저마다의 이유로 불발됐다.

6일 뉴시스 취재를 종합하면 행정안전부는 북한의 대남전단 살포로 인한 피해보상 규정을 마련하기 위한 민방위기본법 개정을 '의원 입법' 방식으로 제22대 국회에서 다시 추진할 예정이다.

앞서 북한의 오물풍선 살포로 전국 각지에서 피해가 속출했지만, 뚜렷한 피해보상 규정이 없어 피해자 본인이 가입한 보험으로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현행 민방위기본법은 민방위 사태와 관련한 피해만 재정적으로 보상하도록 한정하고 있어 민방위 사태가 아닌 북한의 대남전단 살포로 발생한 피해를 정부가 지원할 근거가 없다.

북한이 남측으로 오물풍선을 날리기 시작한 지난달 28일 밤부터 지난 1일까지 군 당국이 식별한 오물풍선의 수만 1000여개에 달한다. 경기 안산시 단원구에서는 하늘에서 떨어진 오물풍선으로 인해 차량 앞 유리가 깨지는 사고도 있었다.

이에 정부는 피해 보상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갖은 방법을 연구하고 있지만, 딱 떨어지게 적용할 수 있는 규정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법적 공백이 논란 거리로 떠오르면서 여야도 앞다퉈 북한의 오물풍선으로 입은 피해를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보상하도록 하는 법안을 제출하고 있다. 하지만 법안이 통과돼더라도 이번 사태에 소급해 적용하기는 어려운 만큼 차량 파손 등을 국가가 직접 보상하기는 힘들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서울=뉴시스] 조성봉 기자= 배준영 국민의힘 원내수석부대표와 이만희 의원이 지난 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안과에서 북한 오물풍선 도발 피해 보상을 위한 민방위기본법 개정안을  제출하고 있다. 2024.06.05. suncho21@newsis.com

북한이 남측으로 쓰레기 등을 실은 풍선을 날려 보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16년 1~2월에도 북한이 대남전단 수천장을 실은 비닐 풍선을 남측으로 살포한 일이 있었다.

당시 북한이 날린 전단 뭉치가 수원시의 한 연립주택 옥상에 떨어지면서 물탱크와 유리 등이 파손됐고 경기도 고양시의 차량 지붕이 부서지는 등의 피해가 신고됐다.

이에 당시 국민안전처는 그해 6월 북한의 대남전단 뭉치 낙하로 인한 피해를 정부가 보상해주는 근거를 민방위기본법에 담아 개정을 추진했다.

법안은 민방위 사태가 발생하지 않았을 경우에도 통합방위법에 따른 적의 침투, 도발로 국민이 피해를 보면 정부와 지자체 단체장이 피해를 보상하는 조항을 신설했다.

그러나 개정안은 소관 상임위인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한 채 대중의 무관심 속에 자동 폐기됐다.

이어 행안부는 지난 2021년에도 같은 취지로 민방위기본법 개정을 다시 추진했다.

북한의 대남전단 살포로 국민이 신체와 재산상 피해를 입으면 정부와 지자체로부터 보상 받을 수 있도록 '민방위 사태 피해지원' 조항을 신설하는 것이 골자였다.

개정안에는 적 침투·도발에 따른 생명·신체 및 재산 피해액의 '전액' 또는 일부를 보상하도록 규정하고, 피해자의 유족 또는 신체상 장애 및 장기 치료가 필요한 경우 등급에 따라 특별위로금을 지급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그러나 해당 조항이 민방위 대원들에 관한 피해 보상과 지원을 주 내용으로 하는 민방위기본법의 취지와 맞지 않다는 당시 법제처의 의견에 따라 행안부는 이 조항을 없애고 국회에 개정안을 제출했다.

전시(戰時), 사변(事變) 등 국가적 재난에 해당하는 '민방위사태'에 북한의 대남전단 살포까지 포함하는 것이 합당하지 않다는 의견도 함께 제기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2016년과 2021년 두차례에 걸쳐 북한의 대남전단 살포로 발생한 피해 보상을 규정한 입법이 추진됐지만 저마다의 이유로 전부 가로막힌 것이다.

[시흥=뉴시스] 김종택 기자 = 지난 2일 경기도 시흥시 한 쇼핑몰 주차장에서 북한이 보낸 것으로 추정되는 대남 오물 풍선 잔해물을 관계자들이 수거하고 있다. 앞서 북한은 지난달 28일 밤부터 29일 새벽에도 풍선에 오물 등을 담아 남쪽으로 보냈다. 2024.06.02. jtk@newsis.com

이번 사태를 계기로 법적 사각지대를 해소하자는 데 여야 공감대가 어느정도 형성된 만큼 이번 국회에서는 입법이 어렵지 않게 이뤄질 것이란 관측이 많다.

행안부는 과거 제출한 민방위기본법 개정안 내용을 일부 수정해 제22대 국회에 다시 제출한다는 입장이다.

예를 들어 2016년에 제출된 법안은 민방위 사태가 발생하지 않았을 경우에도 '통합방위법에 따른 적의 침투, 도발'로 국민이 피해를 입을 경우 정부가 보상하도록 규정했는데, 이런 문구를 빼는 방안을 행안부는 고민 중이다. '통합방위법에 따른 적의 침투나 도발' 역시 이번 사태에 준용하기에는 어려울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또 규제개혁위원회와 법제처 등 여러 기관의 심사를 거쳐야 하는 정부 입법 대신 의원 입법으로 추진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행안부 관계자는 "북한의 위협이 증가하고 있고 피해를 보상받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할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는 만큼, 사각지대 해소에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피해보상 입법을 추진하는 것과 별개로 이번 사태로 인한 피해 지원 방안 논의에도 속도를 올리고 있다. 지난 4일에는 이한경 행안부 재난안전관리본부장 주재로 첫 회의를 열어 피해보상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회의에는 기획재정부, 통일부, 국방부, 법제처 등 관계 부처가 참석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soy@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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