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KT 벤치클리어링 '전말 공개'... 왜 류현진 "미안하다" 사과에도 끝내 경기 후 폭발했나 [수원 현장]
한화는 5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펼쳐진 KT와 2024 신한 SOL 뱅크 KBO 리그 원정 경기에서 장단 17안타를 몰아친 끝에 12-2 완승을 거뒀다.
이날 벤치클리어링을 촉발시킨 직접적인 상황은 8회말에 벌어졌다. KT가 2-12로 크게 뒤진 8회말. 한화 불펜 박상원(30)이 마운드에 올라 김상수를 헛스윙 삼진 처리했다. 이어 박상원이 오른 다리를 크게 휘저은 뒤 자신의 오른손으로 왼손에 끼고 있던 글러브를 강하게 치며 포효하는 세리머니를 했다.
공교롭게도 이날 경기 중계를 맡은 MBC스포츠플러스의 해설위원은 한화 이글스 단장 출신의 정민철 위원이었다. 박상원의 세리머니 장면을 놓고 정 위원은 "박상원의 성향 자체가 그렇다. 과거에도 기합 소리 때문에 이슈가 있었다. 상대를 자극하는 게 아니라면, 본인의 루틴일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9회초 한화의 공격을 앞두고 장성우(34)가 매우 흥분하는 모습이 중계화면에 잡혔다. 이에 류현진은 왼손으로 자신의 가슴을 두드린 채 오른손을 들어 보이며 미안하다는 뜻을 전했다. 그러면서 입으로 손을 가져가며 "내가 잘 이야기할게"라는 뜻이 담긴 제스처까지 취했다.
결국 충돌 상황은 9회말 KT의 공격 종료와 함께 경기가 끝난 뒤에 벌어졌다. 한화와 KT 선수들이 각자 팬들에게 인사하기 위해 그라운드 위로 나왔다. 그런데 일부 KT 선수들은 류현진의 사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감정이 남아있는 상태였다. 황재균(37)이 "야, 이리 와봐"라며 박상원을 불렀고, 이에 박상원도 다가가다가 양 팀 선수들이 엉겨 붙으면서 벤치클리어링이 발발했다.
먼저 흥분하며 한화 선수들을 향해 다가는 황재균을 쿠에바스와 최만호 KT 코치, 한화 안치홍 등이 막아섰다. 이날 황재균은 2회 포구에 실패하는 실책성 플레이를 범한 뒤 2회 무사 만루 위기에서 선발 한차현이 8번 장진혁과 승부하던 도중에 문책성 교체를 당하며 경기에 일찌감치 빠져 있었다. 황재균이 흥분하자 박상원도 KT 선수단 쪽을 향해 걸어갔다. 여기서 KT 쿠에바스가 가장 가까이서 붙은 채로 말리는 모습을 보여줬다. 곧이어 KT 포수 장성우가 한화 선수들이 있는 쪽을 향해 돌진하려다가 제지를 당하기도 했다. 류현진은 우규민을 끌어안으면서 감정을 가라앉히게 도왔고, KT는 최고참 박경수가 나서 선수들을 통제했다. 이어 김경문 감독이 이강철 감독에게 다가간 뒤 인사를 나누면서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결국 양 팀 감독이 홈플레이트 근처로 와 선수들을 다독이면서 다행히 더 큰 충돌 없이 상황은 종료됐다.
KBO 리그는 세리머니에 관대한 편이다. 타자들의 이른바 '빠던'으로 불리는 배트 던지기를 자유롭게 할 수 있는 무대가 바로 한국 야구다. 반대로 투수들의 세리머니나 포효 등에 대해서도 크게 문제 삼지 않는다. 한화 관계자에 따르면 박상원 역시 KT 선수들을 자극할 의도가 전혀 없었다고 한다. 박상원은 지난 시즌 한화 이글스의 뒷문을 책임지는 클로저였다. 다만 올 시즌에는 20경기에서 승리 없이 2패 1세이브 1홀드 평균자책점 7.64로 주춤한 상황. 2군도 2차례 다녀오는 등 재조정 시기를 보내기도 했다.
그러는 사이 한화는 사령탑이 바뀌었다. 박상원은 전날(5일) 경기에서 ⅔이닝 1탈삼진 투구와 함께 홀드까지 챙겼다. 이날 경기에서도 그렇게 신임 감독 앞에서 더욱 의욕이 넘칠 수도 있었다는 뜻이다. 다만 이날 경기에서는 앞서 정 위원이 언급한 대로 '10점 차'로 점수가 크게 벌어진 상황이었다. KT 선수들은 이미 사실상 백기를 든 거나 다름없는데, 결과적으로 박상원의 그런 세리머니가 본인의 의도와 다르게 상대를 자극하는 모양새로 이어졌다. 일반적으로 야구에서 벤치클리어링은 큰 점수 차에서 벌어지는 경우가 잦다.
김경문 한화 감독은 경기가 끝난 뒤 구단을 통해 "야구는 하면서, 배워야 할 것은 배워야 한다. 경기 후 불미스러운 일에 대해서는 내가 더 가르치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수원=김우종 기자 woodybell@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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