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들 ‘쌈짓돈’으로 번 돈” 일부 기관에 매년 수천억원 갖다 바치는 은행들
74%가 지자체로…대학교에도 400억원 집행
“전체 소비자에 혜택 줘야” 경쟁 구조 지적도
[헤럴드경제=김광우 기자] 주요 시중은행이 지난해 지자체·병원·학교 등에 집행한 출연금 규모가 2500억원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기관의 금고 확보 싸움이 치열해지며, 출연금 경쟁에도 불이 붙은 결과다. 일각에서는 전체 고객들의 이자로 번 돈으로 특정 단체 및 소비자들에만 혜택을 주는 경쟁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6일 은행연합회가 발표한 2023년 은행권 사회공헌활동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가 지자체·병원·학교 등을 대상으로 집행한 출연금 규모는 총 2580억8200만원으로 집계됐다. 이들은 지난해에도 2735억2600만원의 출연금을 집행한 바 있다.
최근 가장 많은 출연금을 투입하고 있는 곳은 신한은행이다. 신한은행은 지난해 총 1380억원을 출연금으로 집행했다. 4대 은행 합계액(2580억8200만원)의 53.4% 수준이다. 이는 신한은행이 지난 2022년 예산 규모 50조원에 달하는 서울시 1·2금고를 확보한 영향이다.
은행들은 지자체나 기관에 협력사업비 명목으로 출연금을 지급해 왔다. 이는 일종의 기부 형식을 취한다. 하지만 결국은 지자체 금고나 주거래 은행 협약을 따내기 위한 투자다. 후원금 액수만으로 협약이 결정되는 체제는 아니지만, 선정에 주요한 평가 지표 중 하나로 작용한다는 게 주된 시각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경쟁이 치열한 곳이 지자체다. 많게는 수십조원에 달하는 예치금을 운용할 수 있는 데다, 기관 직원들을 자사 고객으로 확보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금고 확보를 통한 브랜드 홍보 효과도 만만치 않다. 실제 지난해 4대 은행이 내놓은 출연금의 74%(1911억7000만원)가 지자체로 흘러 들어간 것으로 집계됐다.
대학교 주거래 은행을 차지하려는 경쟁 열기도 뒤지지 않는다. 4대 은행이 대학교에 집행한 출연금은 지난해 455억3100만원으로 전년(395억9100만원)과 비교해 59억원가량 늘었다. 은행권 관계자는 “요즘 대학교에 들어가면 은행에서 학생증과 연동된 체크카드를 발급받는 경우가 많다”면서 “자연스레 주거래 은행으로 선정돼, 잠재 고객을 확보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고금리 이자장사를 통해 번 돈 중 매년 수천억원대의 자금이 특정 단체 및 소비자들을 위해 사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은행에 대한 사회공헌 활동 요구가 지속되는 만큼, 여유 자금을 전체 소비자들의 혜택으로 돌려야 한다는 지적이다. 여기다 무리한 경쟁에 따른 건전성 우려도 제기된다.
금융당국 또한 이러한 우려에 따라 과열 경쟁 방지를 위한 규제 개선에 나선 바 있다. 지난 2016년에는 정상적인 수준을 초과하는 재산상 이익제공 행위를 금지하는 금융사 내부통제기준을 정비했다. 2020년에는 이익제공공시 범위를 확대하며, 과열 경쟁 방지에 나섰다. 신한은행의 경우 2018년 서울시금고 유치 과정에서 과도한 출연금을 제공해, 과태료를 부과받기도 했다.
하지만 또한 은행들이 집행하는 출연금 규모는 쉽사리 줄어들지 않을 전망이다. 부산시와 광주시는 올해 계약 만료에 따라, 새로 주금고와 부금고를 선정할 예정이다. 이들의 올해 예산은 각각 15조6998억원, 6조9083억원 규모에 달한다. 내년 3월에는 예산 36조1210억원 규모의 경기도 ‘금고지기’를 새로 뽑는다. 지역 거점은행이 없는 특성상, 경기도 금고를 차지하기 위한 시중은행들의 경쟁이 격화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에 은행권에서는 출연금 집행이 장기적인 경쟁력 확보를 위한 비용 지출의 일부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출연금을 제하고도 여타 사회공헌활동 규모를 꾸준히 늘리고 있다”면서 “금고나 주거래 은행 확보는 결국 향후 은행의 사업 이익을 더 확보하기 위한 노력”이라고 말했다.
w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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