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왕실의 8만 8천점 보관한 ‘보물창고’ 첫공개, “과밀문제 심각” 우려 목소리도
8만 8000여 점 유물을 보관하고 있는 국립고궁박물관이 세상에 처음 공개됐다.
서울 종로 국립고궁박물관 지하 1층에서는 지난 5일 박물관의 심상으로 불리며 내부 직원은 물론 관장조차 함부러 출입할 수 없는 ‘보물 창고’ 수장고가 기자들을 맞았다. 2005년 박물관의 개관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국립 고궁박물관의 수장고는 정부 수립 이후 대통령 집무실을 비롯한 주요 행정부처가 자리를 잡았던 중앙청의 벙커로 처음 만들어진 역사적 공간이다. 손명희 학예 연구관은 "현재 지하 수장고 16곳을 포함해 19곳의 수장고를 운영하고 있다"며 "1960년대 중앙청 후생관에서 국립중앙박물관으로, 또 국립고궁박물관으로 바뀐 역사가 묻어있는 공간"이라고 설명했다.
엄격한 출입 통제를 가진 수장고는 철통보안을 자랑했다. 박물관은 평소 수장고에 들어가려면 카드키, 신원 확인 등 7∼8중의 보안 절차를 거쳐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출입하는 모든 사람들은 오염물질 유입 방지를 위해 덧신을 착용해야 했다.
경복궁 주차장 지하를 차지하고 있는 수장고는 종이·목제·도자·금속 등 유물의 재질·유형에 따라 나뉘어 총 8만8천530점의 유물을 보관하고 있다. 그중에는 태조 이성계(재위 1392∼1398)부터 철종(재위 1849∼1863)에 이르기까지 472년간의 역사를 기록한 ‘조선왕조실록 오대산 사고본’을 비롯한 국보 4건, 보물 27건 등이 포함돼 있다. 서울시 문화유산까지 포함하면 지정·등록유산만 54건, 세부적으로 3천639점에 이른다.
이날 취재진에 공개된 10 수장고는 조선왕실의 어보·어책·교명 등 628점을 보관 중인 공간이다. 조선 왕조의 역사이자 왕가의 정통성과 권위를 상징하는 의례용 도장과 문서가 한데 모여 있다. 오동나무로 짠 4단 수납장에는 금과 은, 옥으로 만든 어보 등이 함에 담겨 놓여 있었고 각 유물에는 유물 정보가 적힌 꼬리표가 달렸다. 서랍장 위에는 온·습도계를 놓아 관리하는 듯했다. 박물관 관계자는 "수장고에 보관된 유물에 따라 온도, 습도를 관리한다"며 "금속과 목재류 유물이 있는 10 수장고의 경우 온도는 20±4도, 습도는 50∼60%가 원칙"이라고 설명했다.
11 수장고는 조선 왕조에서 사용한 궁중 현판 766점이 모여있다. 1756년 영조(재위 1724∼1776)가 예를 표하며 걸었다는 ‘인묘고궁’(仁廟古宮) 현판, 순조(재위 1800∼1834)의 생모 수빈 박씨를 기리는 사당에 걸린 ‘현사궁’(顯思宮) 현판 등의 유물을 살펴 볼 수 있었다.
사도세자(1735∼1762)의 사당인 ‘경모궁’(景慕宮) 현판의 경우, 테두리 일부가 사라져 유물 훼손을 막기 위해 거꾸로 보관해 관리하는 점도 눈에 띄었다.
박물관은 이날 정조(재위 1776∼1800)가 왕세손에 오를 때 만든 각종 의례용 유물도 특별 공개했다. 평소 교육 행사를 여는 열린 수장고(19 수장고)에서는 8세의 정조가 왕세손으로 책봉되면서 징표로 받은 옥인(玉印·옥으로 만든 도장), 죽책(竹冊·대쪽에 새겨 엮은 문서) 등을 볼 수 있었다.
언뜻 보기에는 비밀스러운 분위기 속에 약 9만 점에 달하는 유물이 질서 정연하게 관리되고 있는 듯하지만 박물관의 속은 타들어간다. 유물 구입, 기탁 등으로 소장품 수가 증가하고 있다 보니 과밀화 문제가 심각하다고 박물관 측은 전했다. 실제로 올해 5월 기준 수장고 시설 대비 유물 보관 현황을 계산한 포화율은 160%에 이른다. 경기 지역의 한 수장시설을 일부 빌려 운영하고 있으나 임시방편이다. 손 학예연구관은 "전체 수장품 가운데 지난해 전시로 공개한 유물은 약 1.9%"라며 "길이가 3m가 넘는 대형 유물도 있다 보니 보존 처리 작업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지하 벙커로 지어진 시설을 개조·보수하다 보니 증축은 어렵다"며 "유물을 보관·관리하고 전시, 교육까지 할 수 있는 제2수장고 시설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박물관은 과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최근 주목받는 개방형 수장고 형식의 분관 건립을 추진 중이다. 고궁과 왕릉이 있는 서울·경기 지역을 대상으로 후보지를 찾고, 제2수장고 건립·운영을 위한 연구 용역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용재 국립고궁박물관장은 "개관 이후 다양한 유물을 수집·관리하면서 포화도가 높아진 상황"이라며 "이를 극복하기 위한 왕실 유물 통합 관리 시설 건립 등을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장상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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