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보 막고 찰랑찰랑 금강에 요트를? 못 띄웁니다 [뉴스AS]
세종시장은 ‘금강 르네상스’ 천명
이들이 말하지 않는 ‘녹조라떼’는?
안녕하세요. 한겨레에서 세종 지역을 담당하는 전국부 최예린 기자입니다. 저는 요즘 ‘세종보’와 관련한 기사를 많이 쓰고 있는데요. 환경부가 세종보를 재가동하기 직전인, ‘폭풍전야’와 같은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개방 6년여 만에 세종보 수문이 다시 닫히면, 금강의 모습은 다시 크게 변할 겁니다. 그것을 막겠다며 환경단체는 세종보 인근 금강변에서 한 달 넘게 천막농성을 이어가고 있고요.
다른 언론들 역시 세종보 문제에 관심이 많은 것 같습니다. 물론 시각이 다 같진 않습니다. ‘한강처럼 물이 많아야 아름답고 쓸모 있다’와 ‘모래톱을 두고 굽이쳐 흐르는 것이 자연스러운 금강 본연의 모습’이라는 의견 차이는 세종시 출범 전부터 있었습니다. 윤석열 정부가 ‘4대강 보 정상화’라며 수년에 걸쳐 만든 ‘보 처리 방안’을 폐기한 뒤론, ‘콘크리트 구조물’인 세종보를 ‘그만 괴롭히라’는 주장까지 나옵니다. ‘세종보는 꼭 필요한 것인데, 환경단체가 몽니를 부려 정상 가동을 방해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확성기를 타고 커지는 건데요. 그렇다면 그 주장의 근거는 모두 사실일까요? 흠, 좀 따져봐야 할 문제인 것 같습니다.
■ 세종보는 노무현 때 계획된 거라 ‘MB 4대강 보’와는 다르다?
세종보의 정당성을 주장하는 논리 중 하나는 ‘노무현 정부 때부터 계획된 시설’이란 겁니다. 맞습니다. 2006년 만들어진 행정중심복합도시(행복도시) 건설 계획에도 금강에 ‘보’를 설치하는 방안이 나와 있습니다. 지금 세종보와 위치·규모에서 차이가 있지만, 행복도시 건설 단계부터 보로 강을 막겠다는 계획은 분명 있었습니다. 이후 이명박 정부가 ‘4대강 살리기 사업’을 추진하면서 세종보를 공주보·백제보와 함께 ‘4대강 금강 보’로 삼은 것도 맞고요.
그런데 여기서 짚고 넘어갈 부분이 있습니다. 세종보를 노무현 정부가 만들었다면, 문제가 없는 것일까요? 사실 지역 환경단체는 행복도시 출범 전부터 ‘금강 보’ 계획을 우려하며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강을 보로 막으면 수질 악화와 생태계 파괴를 피할 수 없다는 그들의 주장은 노무현·이명박·박근혜·문재인 정부를 거쳐 지금까지도 한결같습니다. 또 강은 하나로 연결돼 흐르는 것인데, 세종보만 따로 떼어내어 생각할 수도 없는 문제입니다. 세종보·공주보·백제보와 금강하굿둑이 각각 강물을 막고 서로 영향을 미쳐 금강을 거대한 호수로 만드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노무현 때 계획된 것이든, 이명박 때 만들어진 것이든 상관없이 세종보는 금강의 수량과 수질, 생태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막강한’ 존재가 맞습니다. 그러니 ‘괜히 세종보도 4대강 사업에 묶여 억울하게 해체될 뻔했다’는 식의 주장은 논리에 맞지 않습니다. 보 해체를 주장해온 이들에게 ‘세종보’는 특정 정권이나 정치 세력과는 아무 상관없는 ‘강 건강성’의 문제니까요.
■ 보 개방 탓에 혈세 100억을 낭비했다?
‘세종보 개방으로 금강 수위가 내려가, 혈세 100억원을 낭비했다’는 주장은 어떨까요? 2018년 세종보 완전 개방 뒤 금강의 수위가 낮아진 것은 맞습니다. 금강 물을 하루 2만여t씩 끌어다 세종 제천·방축천·호수공원·중앙공원·국립세종수목원에 공급하는 것도, 2021년부터 올해 말까지 국비 100억원을 들여 금강 물을 퍼 올리는 양화취수장 보강공사를 하는 것도 사실입니다. 금강 표면수가 아닌 땅밑 강변여과수를 취수하기 위한 시설 보강입니다. 다만 ‘줄어든 금강물’이 이 공사의 주요 이유는 아니란 것이 세종시 설명입니다. 권방순 세종시 지방하천팀 주무관은 “강변여과수를 취수하는 방식으로 시설을 보강하는 것은 더 깨끗한 물을 제천·방축천 등에 공급하려는 것이 주된 이유다. 수위에 영향을 받지 않고 일정한 수질의 물을 공급할 수 있는 면도 있다. 양화취수장 보강공사는 세종보가 재가동돼도 어차피 필요한 사업”이라고 말했습니다. 예산 100억원이 투입된 건 사실이나, 세종보 수문이 열리든 닫히든 인공 천·호수를 운영하려면 ‘어차피 쓰여야 할 돈’이란 뜻입니다.
조금 벗어난 얘기지만, 2012년 완공 뒤 7년 동안 세종보에 유지에 들어간 비용(인건비·보수비)은 116억원이 넘습니다. 위아래로 움직이는 유압전도식 가동보 특성상 장비에 토사가 끼는 등 고장이 잦았기 때문입니다. 보에서 소수력발전을 하지만, 연간 9300㎿h(약 7천명 사용분)로 미미한 수준이고요. 이런 이유로 문재인 정부 시절 환경부 4대강조사·평가기획위원회는 세종보를 유지하는 것보다 해체하는 것의 비용편익(B/C)이 2.92로 3배 가까이 경제적이라고 분석했습니다.
■ 세종보로 가둔 강물에 ‘요트’를 띄운다?
최민호 세종시장은 세종보로 다시 금강에 물이 담기면 레저·관광 자원으로 활용하는 ‘비단강 금빛 프로젝트’ 계획을 추진 중인데요. 일부 언론은 “‘4대강 사업 계승’을 천명한 윤석열 정부가 출범하고, ‘금강 르네상스’를 공약한 최민호 세종시장까지 당선하며 세종보 해체를 면했다. (세종시 계획대로면) 세종시 금강은 물이 찰랑찰랑한 서울 한강변처럼 멋진 장면이 펼쳐질 것”이라며 최 시장의 구상을 추켜세우고 있습니다.
그러나 최 시장도, 이 언론들도 (생략한 채) 말하지 않는 것이 있습니다. 세종보를 재가동해 수문을 닫으면 금강에는 다시 녹조가 창궐할 것이란 ‘사실’입니다. 2012년 세종보 완공 뒤 1년도 되지 않아 금강 세종 구간은 녹조로 가득한 ‘녹조라떼’ 상태가 됐습니다. 강변에선 시궁창 냄새가 진동했고요. 2013년 8월 환경부는 세종보·공주보·백제보 주변의 남조류 세포 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며 “유속이 느리면 그럴 수 있다”고 인정했습니다. 세종보 주변엔 4대강 사업으로 만들어진 11억원짜리 요트 정박용 선착장이 있었지만, 사용하지 못한 채 방치됐는데요. 선착장 바닥에 펄이 쌓여 배를 정박하기도 어려웠고, 오염된 강바닥엔 4급수 지표종인 붉은깔따구와 실지렁이가 가득했습니다.
썩어가는 강물에 사람이 들어가긴 어렵습니다. 당시 세종보 근처에서 마리나선착장을 운영한 김영준(49)씨는 최근 오마이뉴스와 인터뷰에서 “세종보 건설 뒤 펄이 쌓여 배를 아예 띄울 수 없게 됐다. (녹조 등 수질이 나빠져) 수트를 입었는데도 물에 닿으면 피부에 발진이 생기고 고름이 흘렀다. 강바닥에 붉은 벌레가 바글바글하고, 강변 쪽엔 녹조라떼가 말도 못하게 많았다. 예전엔 그냥 옷 벗고 들어가 수영을 했지만, 그땐 선수들이 입에 강물이 들어갈 때마다 구토했다”고 증언했지요.
최 시장과 일부 언론은 ‘가득 찬 강물에 배를 띄우고, 수상레저를 즐기는 상상’을 곧 도래할 미래라고 말하지만, 안타깝게도 그런 미래는 오지 않을 겁니다. 세종보가 개방되기 전 사람들은 더러운 강물 근처에 다가가지도 않았거든요. “시궁창 냄새가 더 퍼지니, 세종보 수력발전도 하지 말아 달라”는 보 근처 아파트 주민들의 민원까지 나왔죠. 보로 가로막혀 더러워진 금강엔 배는커녕 사람도 가까이 갈 수 없었습니다. ‘물이 가득 찬 아름답고 반짝이는 금강’에 대한 계획은 실체 없는 ‘허구적 상상’일 뿐인 겁니다. 보로 막혀 매해 녹조가 창궐했던 금강의 과거가 그 증거입니다.
■ 보로 가로막힌 금강엔 ‘적막’만 가득할 뿐
최근 한 언론은 세종보 천막농성장 주변에서 만난 시민의 반응이라며 “새도 좋지만, 강물 수위가 올라가면 그들도 거기에 적응할 것이고, 오리 등 물새들도 사시사철 찾는 등 도시도 더 아름다워질 것”이라고 했습니다. 안타깝게도 이 역시 틀린 말입니다. 새들은 바뀐 환경에 적응하며 서식·번식하지 않거든요. 얕은 물에서 먹이활동 하는 새, 깊은 물에서도 사는 새, 모래·자갈에서 번식하는 새, 집이나 구조물에서도 번식하는 새 등 서식·번식 특성에 따라 사는 곳이 다를 뿐입니다. 환경이 바뀌면 그곳을 찾고 살던 새는 점차 사라집니다. 본래 모래톱이 많고 수심이 깊지 않은 금강 세종시 구간엔 그 환경에 맞는 새들이 살아왔는데요. 세종보 완공 뒤 수심이 깊어지고 모래톱이 사라진 뒤엔, 본래 금강을 찾던 새들도 함께 사라졌습니다. 특히 머리에 지피에스(GPS)가 탑재된 것처럼 태어난 곳을 정확히 찾아와 번식하는 철새들은 갑자기 사라지거나 달라진 ‘고향’에 당황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 속에서 고군분투하다 결국 번식에 실패하고, 자연스레 ‘금강 새’들의 개체는 줄 수밖에 없었던 거죠. 지금과 달리, 보 개방 전 세종의 금강에서 새소리를 듣기 힘들었던 이유입니다.
최예린 기자 floy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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