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인칭시점' PD들의 'AI스러움'이란[인터뷰]①

최희재 2024. 6. 6.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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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대결 구도·타자화보다 공생 필요
“우리만의 AI스러움 담고 싶었죠.”
왼쪽부터 KBS 조현웅, 전인태, 신민섭, 유경현 PD(사진=이데일리 김태형 기자)
[이데일리 스타in 최희재 기자] “제작진의 해석보다 AI의 데이터, 정해진 답보다 새로운 시도와 질문으로 차별화를 뒀죠.”

KBS2 시사교양 프로그램 ‘김이나의 비인칭시점’(이하 ‘비인칭시점’) 연출을 맡은 전인태, 유경현, 조현웅, 신민섭 PD가 시사교양 프로그램에 AI(인공지능)를 접목한 이유에 대해 이같이 전했다.

‘김이나의 비인칭시점’ 포스터(사진=KBS2)
‘비인칭시점’은 스토리에 진심인 ‘인간’ 김이나와 인간이 궁금한 ‘비인간’ AI가 인간을 파헤치며 함께 스토리텔링에 나섰다. 인간과 소통하는 AI라고 하면 으레 인간의 모습을 한 AI를 떠올리지만, ‘비인칭시점’은 텍스트와 목소리로 AI의 기능을 충실하게 담았다. 최근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진행한 ‘비인칭시점’ PD들은 이것이 ‘AI스러움’이라고 봤다고 말했다.

전 PD는 “보통 AI를 만들면 인간화 시키는 게 고전적인 클리셰이지 않나. 그런데 사실 우리가 실제로 쓰는 챗GPT 같은 것들은 다 텍스트 기반이다. 이것이 오히려 지금 시기에 더 AI스럽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또한 저희 MC가 작사가 김이나 씨이지 않나. 비주얼라이징이 과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AI 프로그램이 뭐 저래?’ 할 수도 있지만 간결한 게 요즘 AI라는 느낌이 들었다”고 덧붙였다.

또 시각화에 대해 AI에게 의견을 구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조 PD는 “AI에게 ‘너를 갖고 프로그램을 할 것인데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 일종의 문답을 해보기도 했다”며 “360도를 담는 카메라라든지 이런 것들이 실제로 챗GPT와 이야기를 하면서 힌트를 얻은 것들”이라고 비하인드를 전했다.

왼쪽부터 KBS 조현웅, 전인태, 신민섭, 유경현 PD(사진=이데일리 김태형 기자)
‘비인칭시점’은 성폭력, 악성 민원, 전세 사기, 도박 중독, 동물 학대 등 사회적 이슈를 다뤘다. 기존 시사교양 프로그램, AI 프로그램과 달랐던 점은 ‘인간이 궁금한’ 콘셉트를 가진 AI가 오히려 질문을 던졌다는 것이다. 또한 김이나가 스토리텔링으로 대화를 이어나가며 보는 시청자들로 하여금 생각할 거리를 남겼다.

유 PD는 기획 의도에 대해 “기존의 AI가 들어가는 방송 같은 경우에는 인간과 AI의 대결, 누가 잘하고 뛰어날지에 중점을 뒀다면 저희는 ‘협업’에 중점을 뒀다. AI를 인간의 일자리를 뺏는 경쟁 상대로 바라보지만 궁극적으로는 함께해야 할 존재”라며 “서로 모르는 것들을 스토리텔링을 통해 공유해서, 우리도 잘 몰랐던 인간에 대한 탐구를 시사교양적으로 들어가 보자는 생각이 있었다”고 말했다.

김이나의 목소리를 한 AI 기술에 대해 묻자 “김이나 씨가 음성 AI 전문업체 스튜디오에 가서 약 1시간 동안 다양한 문장을 읽고 녹음했다. 그러면 AI가 김이나 씨의 음성을 학습하고, 저희가 원고를 주면 AI가 김이나 목소리로 읽게 된다”고 답했다.

이어 “답변 자체도 제작진이 쓰는 게 아니라 챗GPT나 다른 AI를 통해서 생성된 답변이다. 제작진은 AI의 대답을 왜곡하지 않는 선에서 축약하고, 그 문장을 김이나 목소리가 학습된 AI를 통해서 발현한다”고 설명했다.

‘비인칭시점’은 하나의 회차마다 세 가지의 주제로 이야기를 펼쳤다. 신 PD는 “세 가지 주제를 사건·인물·현장으로 나눠서 기획했고, 차별화를 위해 AI를 추가했다”며 “통일성에 대한 우려도 있었지만 한 주제를 길게 가져가는 것보다 사람들이 많이 관심을 갖는 주제를 담는 게 중요했다. 라이트한 이슈를 담을 포맷 및 프로그램이 KBS에 없었기 때문에 저희가 시작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왼쪽부터 KBS 조현웅, 전인태, 신민섭, 유경현 PD(사진=이데일리 김태형 기자)
기존에 없던 프로그램을 만들면서 예상치 못한 상황도 많았을 터. 유 PD는 “AI가 자료 조사는 빠른데 100% 사실이 아니라서 체크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저희가 생각하지 못했던 이미지를 구현하거나 사례를 제시할 때가 있다. 인사이트를 얻는 부분에서는 좋은 것 같다”며 생성형 AI의 장단점에 대해 설명했다.

그러면서 “인간이 볼 땐 뻔한 아이템이어도 AI는 우리가 당연히 생각하고 있는 문제의식을 생경해 한다. 같은 아이템도 다르게 생각하고 취재하는 인사이트의 힘을 생성형 AI한테서 받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더해 신 PD는 “아직까지 AI가 구현하는 것 중에 방송에서 쓸 수 있는 정도는 이미지 정도다. 영상 기술이 계속 개발되고 있지만 제한적인 부분이 있다. 그럼에도 과거에 일어난 일이나 카메라로 담을 수 없는 대상이 있으면 AI으로 재현할 수가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덧붙였다.

조 PD는 이러한 흐름에 대해 “과도기적이다. 사진이 처음 나왔을 때 한 번 열어두고 수 시간을 놔뒀어야 하지 않나. 어떤 기술이 처음 도입되고 본격적인 힘을 발휘할 때까지의 과정이 있는데, AI도 비슷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이러한 기술이 편한 점도 있지만 편해서 쓴다기 보단 손이 가더라도 우리가 먼저 해보는 것”이라며 “내부적으로 ‘비주얼이 없나’, ‘왜 저렇게 나오나’ 하는 목소리도 있다. 그런 면도 과도기적이라고 생각한다. 뭔가 편해야 하고 세련돼야 한다기 보다 AI 그 자체를 보여주는 프로그램”이라고 짚었다.

이슈에 이슈가 덮이는 세상. 인간과 AI의 소통으로 ‘비인칭시점’이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무엇이었을까. 신 PD는 “인간과 AI가 만들어나가고 주고 받는 것. 스마트하다거나 논리적이라기 보다는 따뜻하게 보이고 싶은 저희만의 욕심이 있었다. 그런 게 결국 AI랑 인간이 같이 가야 하는 방향이라고 봤다”고 전했다.

최희재 (jupiter@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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