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혐오 커뮤니티’ 아닌 ‘진짜 게임 소비자’ 목소리 낸다

채윤태 기자 2024. 6. 6.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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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승전21]

김민성 한국게임소비자협회장이 2024년 4월27일 열린 사단법인 창립총회에서 발표하고 있다. 한국게임소비자협회 제공

“‘페미’가 남성혐오의 상징인 ‘집게손’을 게임에 심었다.”

2023년 11월25일부터 남초 커뮤니티에는 이런 주장이 쏟아졌다. 넥슨 게임 ‘메이플스토리’의 홍보영상 중 0.1초가량 여성캐릭터가 ‘집게손 모양’을 하고 있다는 주장이 근거였다. 이 황당한 주장에 넥슨은 영상을 삭제하며 사과했고, 외주 영상제작사에 책임을 돌렸다. 실제로 이 장면을 그리지 않았음에도 제작사의 한 여성 직원이 ‘페미’로 지목돼 남초 커뮤니티 이용자들로부터 사이버불링을 당했다.

논란의 한복판에서 게임회사와 남초 커뮤니티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공론화한 한국게임소비자협회가 2024년 4월27일 창립총회를 열었다. 김민성 협회장에게 반년이 지난 지금 게임계의 분위기는 어떤지 물어봤다.

—한국게임소비자협회에 대해 간략히 소개해달라.“‘사람답게 게임 하자!’가 슬로건이다. 게임을 소비하는 우리가 기업에서 사람다운 대우를 받고 사회를 사람답게 대우하자는 거다. 확률조작, 착취적 수익모델(BM), 성차별, 노동 착취 등의 문제가 게임 산업에 산적해 있고, 혐오적 커뮤니티가 게임 문화를 과대표해 사회적 인식 또한 그리 곱지 않다. 최선을 다해 이를 하나씩 해결해 모두가 즐길 수 있는 게임 문화를 만드는 것이 목표다.”

—협회 전신인 ‘피엠(PM·게임개발사 ‘프로젝트 문’) 유저 협회’를 시작한 계기는 무엇인가.“2023년 7월26일 게임 ‘림버스 컴퍼니’ 개발사 ‘프로젝트 문’이 커뮤니티 사이트 ‘디시인사이드’ 이용자들의 성차별적 요구에 따라 직원 한 명과의 계약을 종료했다. 이 비윤리적 행위에 분노한 기존 소비자 중에 나도 있었다. 프로젝트 문의 전방위적 고소 협박으로 소비자 의견 표명이 위축될 위기에서 내가 총대를 멨다. 현재 프로젝트 문은 대화 요청에 응하지 않고 있으며, 나와 노조 운동가들을 고소했다.”

—지난해 전 사회적으로 ‘집게손' 논란, 페미니즘 사상 검증 논란이 일었다. 협회의 활동이 공론화에 큰 역할을 했는데, 반년이 지난 지금 게임업계 분위기는 달라졌나.“슬프게도 게임 산업 내부는 달라지지 않았다. 들려오는 제보들에 따르면 차별적 관행과 혐오적 커뮤니티의 과대표성은 여전하다. 심지어 직원 개인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회사가 감시하고 검열할 수 있게 하는 부당 계약을 체결하고, 협력사에는 전보다 더 불리한 조건을 강요하는 움직임도 보인다.”

—게임업계에서 페미 사상검증 논란이 크게 번진 까닭은 무엇일까.“혐오를 양성하는 커뮤니티들의 존재가 큰 이유라고 생각한다. 마치 미국의 큐어넌(QAnon·미국의 극우 음모론 단체)처럼 대안 현실에 갇혀 기득권인 자신을 불편하게 하는 모든 게 ‘페미’라고 치부하는 것이다. 이러한 부당한 요구에 게임기업이 넘어가니 커뮤니티의 요구 또한 점점 과격해진다고 생각한다.”

—게임업계에서 사상검증의 가장 큰 책임은 어디에 있을까.“비윤리, 비상식에 동조해주는 기업이다. 기업은 법령과 윤리를 준수하고 사회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책임이 있다. 현재 한국 게임기업 대부분은 이 책임을 전혀 지키지 않는다. 심지어 소비자 중 여성 비율이 높은 게임에까지 페미니즘 사상검증을 굳이 자행한다는 것은, 이윤 추구를 배반하면서까지 혐오에 가담한다는 뜻이다.”

—최근에는 ‘아카라이브'를 비롯한 게임 커뮤니티의 문제점을 지적했다.“‘아카라이브’가 커뮤니티 가운데 가장 심각하다. 서버가 파라과이에 있어 국내법상 규제가 쉽지 않다는 점을 악용해 불법 행위의 온상으로 기능하고, 커뮤니티 회원의 일탈을 조장하고 있다. 아카라이브에서는 불법 성매매 업소 이용 후기, 인공지능(AI) 이용 합성 성착취물 등이 공유되고 있다. 일부 게시판에는 게임을 이용한 성착취물이 길거리에 널린 성매매 업소 찌라시처럼 널려 있다. 지난해 말 ‘넥슨 집게손 사태’ 등 조직적인 게임계 사상검증의 주 진원지 역시 아카라이브였다.”

—<한겨레21> 등 언론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합리와 사실에 기반해 기업들이 진짜 게임 소비자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도록 도와주기를 바란다.”

채윤태 기자 cha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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