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승조의 아트홀릭] "N차 관람 부르는 삼성 고 이건희 회장의 소장품"
■ 글: 정승조 아나운서 ■
여전히 인기입니다. '이건희컬렉션' 말입니다.
필자는 광주, 부산, 창원, 울산, 과천, 대전, 청주 등의 시-도립미술관에서 이건희컬렉션을 N차 관람했습니다.
익숙한 작품들이었지만 작품이 주는 느낌이 달랐고 각 미술관의 소장품을 살펴보는 재미도 쏠쏠했습니다.
N차 관람을 가능케 한 이건희컬렉션만의 매력 아닐까요?
제주에서도 이에 대한 반응이 심상치 않습니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이건희컬렉션 특별전 개최 후 한 달 동안 미술관을 다녀간 관람객은 2만 명.
관람객 중에는 N차 관람인 분도, 처음인 분도 있겠지요.
정승조의 아트홀릭은 "이건희컬렉션 한국근현대미술 특별전 시대유감(時代有感)"를 기획한 '제주도립미술관 고동하 학예연구사'를 만났습니다.
▮ 정승조의 아트홀릭 독자들께 인사 부탁드립니다.
아트홀릭 독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제주도립미술관에서 학예연구사로 근무하고 있는 고동하입니다. 현재 미술관에서 전시 기획과 홍보, 어린이 교육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만나게 되어 반갑습니다.
▮ 이건희컬렉션 한국 근현대미술 특별전 '시대유감'. 무엇을 만나볼 수 있는 전시인가요.
이번 전시에서는 지난 2021년 삼성 고 이건희 회장께서 평생에 걸쳐 수집하신 2만 3천여점의 미술품 중 국립현대미술관이 기증받은 미술품 중 50점이 바다 건너 이곳 제주에서 관람객 여러분들을 맞이합니다.
그뿐만 아니라 전남도립미술관, 이중섭미술관 등 지역미술관이 기증받은 이건희컬렉션과 서울시립미술관, 리움미술관, 서울대학교미술관, 고려대학교박물관, 금성문화재단 등 5개 기관에서 대여해 온 귀중한 작품들까지 총 82점의 작품을 함께 선보이고 있습니다.
▮ 특별전 타이틀이 '시대유감(時代有感)'입니다. 어떤 의미인가요.
‘시대에는 감정이 있다’라는 뜻입니다.
미술평론가 이경성(1919-2009)에 따르면 “예술이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간에 치열한 시대정신이 바탕이 되어야 한다”고 말씀하신 바 있습니다. 여기에 착안해 전시 제목을 정해보았습니다.
혹 가수 서태지의 노래 중 ‘시대유감(時代遺憾)’에서 착안했냐고 문의하는 분들이 있는데요. 한자의 의미가 다르다는 점을 참고해 주시길 바랍니다.
▮ 전시가 개최된 지 한 달이 넘었습니다. 반응은 어떻습니까.
지금까지 2만 명이 넘는 관람들께서 제주도립미술관을 찾아주셨습니다.
아무래도 작품성이 높은 미술품이다 보니 남녀노소 불문하고 관심이 매우 크지 싶습니다.
특히 전국적으로 큰 화제를 불러온 전시인 만큼 도외에서 오신 분들의 경우, 전시를 보지 못하고 놓쳤다거나 또는 이건희컬렉션을 ‘N차 관람’하는 분들이 많으신 듯합니다.
관람객들의 반응은 한국 근현대미술의 대가들의 작품이라 그런지 전시를 보고 깊은 감명을 받으시는 것 같습니다.
▮ 지역 순회전이지만 제주에서 열리는 만큼 의미가 있을 겁니다. '시대유감'만의 특별함은 뭘까요.
특별전을 보신 분은 아시겠지만, 각 지역마다 특색있는 기획으로 이건희컬렉션 특별전을 선보였습니다.
제주도립미술관의 이건희컬렉션 특별전은 9번째 개최인데요.
저희는 이건희컬렉션과 함께 이에 못지않은 다른 기관의 대표 소장품들을 마지막 섹션에 함께 전시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2층 신소장품전과 연계해 수집과 기증, 컬렉션이 지니는 의미를 더욱 강조했습니다.
▮ 4개의 섹션으로 구성된 전시에 대해 말씀해 주신다면요.
이번 전시에서는 격동의 시대를 맞은 한국 근현대미술 거장들의 시대 인식을 엿볼 수 있는데요.
총 40명의 작가, 82점의 작품들을 4가지 섹션으로 구성했습니다.
첫 번째 섹션인 ‘시대의 풍경’부터 말씀드리면요.
일제강점기, 한국전쟁 등 격동과 혼돈의 시기 속에 작가들이 시대와 교감하며 자연과 삶을 관조했던 결과물들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도상봉, 박수근, 이중섭 등의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습니다.
두 번째 섹션인 ‘전통과 혁신’입니다.
전통의 계승과 변용이라는 시대적 과제 앞에서 한국의 동양 화단이 추구해 왔던 여러 시도를 조명해 보고자 했습니다. 김은호, 이상범, 김기창, 박생광, 이응노 등의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습니다.
세 번째 섹션은 ‘사유 그리고 확장’인데요.
사유와 성찰을 기반으로 20세기 다원화 시대에 전개된 한국 미술계의 다양한 성과들을 조명했습니다. 대표적으로는 김종영, 권진규, 유영국, 장욱진, 하인두 등의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습니다.
마지막 섹션인 ‘시대와의 조우’입니다.
이건희컬렉션과 함께 바다를 건너온 또 다른 소장품들을 소개하는 섹션입니다. 이건희컬렉션에 못지않은 여러 기관의 소장품들을 함께 감상하며 시대와 호흡, 그리고 수집과 공유의 의미를 되새길 수 있도록 조성했습니다.
▮ 관람객의 발길을 사로잡은 작품은 무엇인가요.
강요배(1952-)의 '억새꽃'(2005)에 대한 반응이 뜨겁습니다.
제주 출신의 작가여서 그런지 제주도립미술관에서 전시 중인 점도 의미 있고요. 실제로 다른 작품들에 비해서 SNS상에서의 노출도가 높지 싶습니다. 참고로 말씀드리면, 이번 특별전의 포스터는 이 작품의 색채를 기반으로 디자인되었습니다.
강요배 작가는 1980년대 민중미술 작가로 활동했고요.
제주로 귀향한 이후 4.3 사건과 같은 역사적인 주제 의식을 제주의 자연 풍경에 은유적으로 투영하는 작품 활동을 지속하였습니다.
강요배 작가는 “자연의 모습으로 인간에 대해 말할 수 있다”고 이야기 한 바 있는데요. 작품을 통해 역사의 아픈 상처를 치유하는 힘은 결국 자연에 있음을 보여주고자 했습니다.
▮ 전시를 준비하며 어떤 작품에 제일 기대가 크셨습니까.
이중섭 작가의 '섶섬이 보이는 풍경'(1951)을 꼽고 싶습니다.
이중섭 미술관 소장품인데요. 이중섭 작가가 전쟁으로 월남한 당시, 제주에 잠시 머물렀던 거주지(이중섭미술관 인근)에서 섶섬이 내려다보이는 풍경을 그린 작품입니다.
작품을 보고 있노라면 제가 예전에 감명 깊게 본 다큐 드라마 '중섭'(2016)이 떠오르는데요. 작품을 직접 대면하는 날을 손꼽아 기다렸습니다.
작품 속 색채와 분위기는 온화하면서 평온한 분위기가 감돕니다.
아시겠지만, 이중섭의 제주 피난 시절은 쉽지 않았지요.
한 가족이 작은 방 한 칸에 이어온 어려운 생활, 그 후 부산에서 가족들과 헤어짐 등 추억들이 작품에 고스란히 반영되지 않았나 싶은데요. 또 이 작품은 이중섭 가족이 서귀포를 떠난 지 70년 만에 제주에 돌아왔습니다. 이 점도 상당한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
▮ 추천작을 하나만 뽑자면 무엇일까요?
박수근(1914-1965)의 '절구질하는 여인'(1957)인데요.
전시장에 들어서면, 바로 보이실 겁니다.
특별전의 타이틀인 ‘시대유감(時代有感)’의 주제 의식을 잘 보여주는 작품이고요. 박수근 작가님의 작품 중에서도 보기 드문 대형 작품입니다.
강원도 양구 출신인 그는 독학으로 미술을 공부했지만, 1950-1960년대의 농촌 풍경과 서민들의 삶의 모습을 질박하지만 진실된 모습으로 그려낸 국민 화가로 불리고 있습니다.
▮ 이번 전시를 잘 감상하는법, 추천해 주신다면요.
전시 중인 작가 40명과 그들의 대표작을 알기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오디오 가이드가 있습니다.
이를 통해 작가와 작품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를 더해보시면 어떨까요. 유명 도슨트와 함께 전시장을 거닐며 전시를 감상하는 듯한 감동을 선사할 거라 자부합니다.
▮ 마지막으로 아트홀릭 독자들께 전하고 싶은 말, 부탁드립니다.
제주도립미술관 이건희컬렉션 특별전 '시대유감(時代有感)'은 오는 7월 21일까지입니다. 아직 보지 못한 분들은 방문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아울러 제주도립미술관에서는 이건희컬렉션과 연계된 다양한 미술 체험과 공연도 진행할 예정인데요. 많은 참여를 부탁드립니다.
아울러, 올해 하반기에 예정되어 있는 제주미술사 조명전(8월)과 제4회 제주비엔날레(11월)에도 많은 관심과 애정을 부탁드립니다. 아트홀릭 독자여러분 고맙습니다.
※ "이건희컬렉션 한국근현대미술 특별전 시대유감(時代有感)"
- 장소: 제주도립미술관 기획전시실1 (~7월 21일)
- 관람시간: 오전9시 ~ 오후6시 (매주 월요일 휴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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