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신경영 선언` 31주년에…노조는 사상 첫 파업

장우진 2024. 6. 6.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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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이 지난달 29일 삼성전자 서초사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파업을 선언하고 있다. 장우진 기자

오는 7일 고(故) 이건희 선대회장이 '신경영'을 선언한 지 31주년이 되는 날,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이하 전삼노)이 1969년 삼성전자 창립 후 첫 파업에 나선다. 이 선대회장은 "마누라와 자식만 빼고 다 바꾸라"고 특명을 내리며 세계 초일류 기업으로 올라설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고, 이재용 회장은 이를 이어받아 '뉴삼성' 비전을 본격화할 채비를 갖췄지만 노조 파업이 발목을 잡는 모양새가 돼 회사 안팎에서 질타의 목소리가 강하게 나온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전삼노는 오는 7일 전 조합원들에게 단체 연차를 쓰도록 하는 방식의 하루 파업에 나선다. 전삼노는 2만8400여명이 조합원을 둔 사내 최대 노조로, 전체 직원(12만4800명)의 23%가량이 속해 있다.

앞서 전삼노는 지난달 29일 삼성 서초사옥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대화로 해결하기 위해 3차례 문화행사를 진행했지만, 전날 사측은 아무런 안건도 없이 교섭에 나섰다"며 "총 파업을 목표로 단계를 밟아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공교롭게도 이날은 이 선대회장이 신경영을 선언한 지 31주년이 되는 날이다. 이 선대회장은 1993년 6월7일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임원과 해외주재원 200여명을 집결시키고 "마누라와 자식만 빼고 다 바꾸라"라고 공언했다. 삼성은 이날 양 중심에서 질 중심으로 체질을 바꾸는 계기가 됐으며, 뼈를 깎는 대수술을 통해 초일류 기업으로 올라설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올해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이를 이어받은 '뉴삼성' 비전을 본격화할 중요한 해이기도 하다.

이 회장은 2016년 10월에는 삼성전자 등기이사에 올랐지만 이후 국정농단 사건에 연루됐다. 2018년 2월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풀려난 뒤 신경영 정신을 계승한 '뉴삼성' 비전을 밝혔지만 다시 수감돼 2022년 8월 광복절 특사로 풀려났다. 올 2월엔 '부당 합병·회계 부정' 혐의 사건이 1심서 모두 무죄를 받으며 사법리스크를 해소한 만큼 신경영-뉴삼성으로 이어지는 비전을 본격적으로 시작하는 한 해로 기대됐다.

특히 삼성전자는 올해 AI반도체의 핵심으로 꼽히는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에서 기술 경쟁력과 함께 시장 점유율을 빠르게 끌어올려야 하는 시기다. 이에 삼성전자는 최근 DS부문장에 전영현 부회장을 선임하는 '원 포인트' 인사를 단행하는 특단의 조치를 내리기도 했다. 2017년 하만 인수 이후 끊긴 대규모 인수합병(M&A)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7일은 현충일(6일)과 맞물린 '징검다리 휴가' 개념으로 당장의 생산 차질 등의 우려는 크지 않은 상황이다. 하지만 노조가 총파업까지 언급했다는 점에서 사태가 장기화 될 경우 셧다운(일시가동 중지)뿐 아니라 '삼성' 브랜드의 이미지 손상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내부에서는 '전삼노가 금속노조 가입 분위기를 유도하기 위해 고의로 교섭을 파행시킨 것 아니냐'는 의문도 나오는 것으로 전해졌다. 금속노조는 전날 성명을 내고 "전삼노의 투쟁을 지지한다"고 공식 입장을 밝혔으며, 지난 기자회견에서도 금속노조 부위원장이 참석해 연대 발언에서 "금속노조는 소속과 상급 단체를 넘어 삼성 노동자들과 함께 투쟁하겠다"고 공식화 했다.

삼성 5개 계열사 노동조합을 아우르는 삼성그룹 초기업노동조합(이하 초기업노조)은 최근 입장문을 내고 "최근 행보와 민노총 회의록을 보면 직원들의 근로조건 향상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닌, 상급단체(민노총) 가입을 위한 발판을 마련하고자 하는 것으로 보여 그 목적성이 불분명하다"고 지적했다.

또 "전삼노의 회사를 공격하는 행위와 타 노조 비방 행위를 강력히 규탄한다"며 "삼성 제품 불매운동, 국내외에서 이 회장을 비방하는 등 삼성의 브랜드 이미지를 실추시키는 행위는 올바른 방향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초기업노조는 5개 계열사 노조가 참여하고 있으며, 조합원 수는 1만9800여명으로 추산된다.

장우진기자 jwj1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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