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어나는 미국 장기채 ETF 선택지…어떤 상품을 골라야 하나

최성준 2024. 6. 6.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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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운용 신상품 출시…미 장기채 ETF 경쟁 새바람
기존 상품 듀레이션 중간 설정해 투자 선택 확대

미국이 연내 기준금리를 내릴 것이란 기대가 커지는 가운데 장기채권 상장지수펀드(ETF)에 대한 투자자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금리 인하 시기 장기채권의 성과가 우수해진다는 점에서다. 이에 대응해 KB자산운용이 최근 ETF를 출시하면서 투자자들의 선택지가 늘어났다.

커가는 미 장기채 ETF 시장에 KB운용 참전

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KB자산운용은 'KBSTAR 미국30년국채액티브'를 상장했다.

해당 상품은 미국 30년 국채에 투자하는 ETF다. 지난해부터 미국의 기준금리가 인하할 것이란 기대가 커지면서 장기채권 ETF에 자금이 대거 모이자 관련 상품을 준비한 것으로 보인다.

예탁결제원에 따르면 국내 투자자는 지난 1년간 대표적인 미국 장기채 ETF인 'ISHARES 20+ YEAR TREASURY BOND ETF(TLT)'를 3억5810만달러(4904억원) 순매수했다. 이는 해외 ETF 순매수 상위 5위에 달하는 수치다.

해외 상장 ETF뿐 아니라 국내 상장 미국 장기채 ETF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이 지난해 3월 상장한 'ACE 미국30년국채액티브(H)'의 순자산총액은 현재 1조2547억원에 달한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지난해 5월 출시한 'TIGER 미국30년국채스트립액티브(합성 H)'의 순자산도 4244억원이다.

이처럼 기존 상장 ETF가 자금을 끌어모으는 가운데 1년 늦게 상품을 출시한 후발주자인 KB자산운용은 기존 상품과 차별화를 두고 상품을 설계했다.

가장 큰 특징은 레버리지를 제외한 1배수 ETF 중 가장 긴 듀레이션으로 상품을 만들었다는 점이다. 듀레이션은 채권에 투자한 원금을 회수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뜻한다. 듀레이션이 긴 채권일수록 채권가격의 변동성이 높아진다.

예컨대 금리가 1% 내려갔을 때 듀레이션이 10년인 채권의 가격은 10%, 듀레이션이 1년인 채권의 가격은 1% 상승하는 것이다.

지난 4일 기준 KBSTAR 미국30년국채액티브의 듀레이션은 21.1년이다. TLT는 16.58년, ACE 미국30년국채액티브(H)는 17.07년인데 비해 4년 정도 더 길게 운용한다.

다만 KBSTAR 미국30년국채액티브가 가장 긴 듀레이션을 갖고 있지는 않다. 레버리지 ETF를 제외하면 TIGER 미국30년국채스트립액티브(합성 H)의 듀레이션이 26.66년으로 가장 길다.

해당 ETF는 채권을 원금만 받는 채권과 이자만 받는 채권으로 분리해 발행하는 스트립채권에 투자한다. 이 중 원금만 받는 원금 스트립채권에 투자해 일반적인 채권보다 듀레이션이 긴 것이 특징이다.

단점으로는 이자를 분리했기 때문에 이자를 받을 수 없다. KBSTAR 미국30년국채액티브, ACE 미국30년국채액티브(H), TLT는 채권 이자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매달 배당금(분배금)을 투자자에게 지급한다.

미국 장기채권 ETF 특징 비교

공격적이라면 TIGER, 안정적이라면 ACE…그 중간은 KBSTAR

TLT는 미국 장기채권 ETF의 기본 형태인 상품이다. 적당한 듀레이션과 배당금을 지급하고 있으며 운용 규모도 가장 크다. 국내 상장 ETF도 TLT를 자산에 편입해 운용 편의성을 높이고 있을 정도다.

다만 미국 상장 ETF 특성상 거래 편의성이 낮다. 원화가 아닌 달러를 환전한 후 투자해야 하며 연금저축, 퇴직연금 등 절세계좌에서 투자할 수 없다.

따라서 대부분의 국내 투자자는 TLT와 가장 유사한 상품인 ACE 미국30년국채액티브(H)를 선택했다. 다만 해당 ETF는 환헤지형 상품으로 환율변동에 따라 TLT와 성과가 갈릴 수 있다. 이를 위해 한투운용은 환노출형 ETF인 'ACE 미국30년국채액티브'도 운용하고 있다.

한국투자신탁운용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기준금리가 내려가면 달러 가치도 하락하기 때문에 채권가격 상승에 따른 차익에 집중하는 투자자라면 환헤지형이 적합하다"라며 "다만 금리 인하 자체가 경기 부진에 대한 인식으로 읽혀 일시적인 달러 강세를 보일 수 있는데 이럴 때는 환노출형이 유리할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채권가격 상승에 집중한 투자자는 TIGER 미국30년국채스트립액티브(합성 H)를 선택했다. 이자를 받지 못하는 만큼 듀레이션을 늘려 변동성을 키웠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 1개월 수익률은 4.83%로 TLT(3.5%), ACE 미국30년국채액티브(H)(3.14%)에 비해 높았다.

다만 지난 1년간 채권가격이 꾸준히 하락해온 점에서 장기 수익률은 부진했다. 지난 1년 수익률은 -17.9%로 TLT(-5.63%), ACE 미국30년국채액티브(H)(-10.71%)보다 더 큰 손실을 봤다.

최근까지는 이렇게 3개 ETF가 주된 투자수단으로 존재했으나 KB운용의 새 ETF가 나오면서 미국 장기채 ETF 투자자들에게는 새로운 선택지가 생겼다.

더 높은 변동성을 요구하는 투자자가 선택하는 TIGER 미국30년국채스트립액티브(합성 H)과 일반적인 TLT, ACE 미국30년국채액티브(H) 중간 성격의 상품이 생겨난 것이다.

실제 지난 5일 채권가격이 상승하면서 KBSTAR 미국30년국채액티브는 전일 대비 1.14% 오른 가격에 마감했다. ACE 미국30년국채액티브(H), TIGER 미국30년국채스트립액티브(합성 H)는 각각 1.02%, 1.83% 상승했다.

KB자산운용 관계자는 "일반적인 30년 미국채 ETF와 스트립 미국채 ETF 사이의 듀레이션으로 구성해 두 상품 사이 수준의 변동성을 추구하는 투자자에게 적합하다"며 "최근 미국과 한국의 금리 격차가 벌어지면서 환헤지 비용이 늘어나 환노출형으로 상품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최성준 (csj@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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