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복지부 '필수의료법' 카드 만지작…등 돌린 의사들 "기대도 안 해"

정심교 기자 2024. 6. 6. 09:28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서울=뉴시스] 김명년 기자 = 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에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서울대병원 교수 비상대책위원회는 이날 오후 긴급 총회를 통해 총파업 여부를 결정한다. 2024.06.04. kmn@newsis.com /사진=김명년

정부가 필수의료를 법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필수의료법안' 발의를 준비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2월 '필수의료 정책패키지'를 내놓은 정부가 단지 '정책적 지원'에서 벗어나, '법적 지원'을 하겠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이에 대해 의사들은 "기대하지 않는다"는 분위기다. 지난 21대 국회에서 필수의료법안이 발의될 때만 해도 환영했던 의사들이 등 돌린 것이다.

6일 본지 단독 취재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새롭게 출발한 제22대 국회에서 필수의료법을 발의하기 위해 법안 마련에 속도를 내고 있다. 복지부 김한숙 보건의료정책과장은 "필수의료에 대한 법률적 지원을 하기 위해 필수의료법안 발의를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한숙 과장은 내과 전문의이자 의학박사로, '필수의료 정책패키지'를 주도적으로 만들었다. 김 과장은 지난 1일 대한심장혈관흉부외과학회 학술대회에서 "돈 때문에라도, (필수의료의) 돈주머니가 돼 줄 법을 하나 만들려 한다"며 "필수의료법에 필수의료의 개념, 필수의료 지원 방식에 대해 기본적인 고민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필수의료를 지원할 법적 근거를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필수의료법'은 지난해 21대 국회에서 이미 발의된 바 있다. 국민의힘 이종성·홍석준 의원, 더불어민주당 신현영 의원이 '필수의료 육성 및 지원 등에 관한 법률안' 등을 각각 대표 발의했는데 대한의사협회(의협)에서도 '환영'의 뜻을 표했다. 의협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로 하여금 필수의료 지원·육성을 위한 별도의 시책을 마련해 추진하게 하고, 필수의료 종사자에 대한 의료사고 법적 부담을 완화하는 내용의 법안에 대해 환영한다"는 의견을 국회에 제출하기도 했다.

지난 1일 서울 용산구 드래곤시티에서 열린 대한심장혈관흉부외과학회 춘계 학술대회에서 김한숙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과장은 "필수의료 를 지원할 법적 근거를 고민하고 있다"고 밝혀, 필수의료법안 발의 준비를 암시했다. /사진=정심교 기자

하지만 올해 2월, 정부가 필수의료를 살리기 위한 취지로 내놓은 '필수의료 정책패키지'에 대해 의사 집단에서 "정부가 필수의료를 망하게 하려고 작정했다"고 반발하면서 되레 의정 갈등이 촉발됐다. 우봉식 전 의협 의료정책연구원장은 5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지난해 필수의료법안들이 발의됐을 때 워낙 필수의료 붕괴 상태가 심해 의사들이 환영했다"면서도 "하지만 지난 2월 정부가 내놓은 필수의료 정책패키지는 정작 필수의료를 '해결할 수 없는' 방안만 제시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한국은 의료 중독 국가'라고 규정했다. 국민 1인당 의료 소비가 너무 많다는 게 그의 분석이다. 우 전 원장은 "중독을 치료해야 하는데, 의사 수를 늘려 의료 공급을 늘리겠다는 정부의 패키지는 오히려 국민의 의료 중독을 조장한다"고 주장했다. 의료 공급을 계속해주면 국민도 의료를 남용하게 된다는 논리에서다.

그는 필수의료 의사들이 원하는 것 두 가지로 △필수의료 수가를 높일 것 △의료사고로 인한 의사 형사 처벌을 막아줄 것이라고 압축했다. 이 가운데 필수의료 수가 협상은 올해로 3년 연속 '불발'됐다. 의협과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지난달 31일, 내년도 의원급 수가 2차 협상을 가졌지만 결렬됐다. 의사들은 수가 10% 인상을 요구했지만, 정부가 제시한 인상 폭은 1%대에 그쳐 견해차가 컸다.

의사 형사 처벌에 대해 우봉식 전 원장은 "의사들이 생사를 오가는 환자를 치료할 때 당연히 위험이 뒤따르고, 그에 대해 정당한 보상이 있어야 한다"며 "위험에 대해 문제 삼지 않는 게 전 세계 불문율인데 우리나라는 되레 벌을 준다"고 아쉬워했다.

필수의료 정책패키지엔 '의료인 형사처벌 부담을 완화하겠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하지만 우 전 원장은 "형사처벌을 완화한다고 했지만 '페이크'(거짓)였다"며 "정작 환자 사망 건은 예외"라고 했다. 이 패키지에선 의료인 형사처벌 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방법으로 특례법 체계를 도입하겠다고 했지만, 특례 적용 범위에 사망사고를 포함할지 여부에 대해선 '논의를 추진하겠다'고 언급됐다.

그는 "한국 의사에겐 일본의 300배, 영국의 900배 가까이 벌을 준다. 그래서 의사들이 생명을 다루는 필수의료를 피하려 한다"며 "근본 원인을 고치지 않은 채 의사들이 다른 걸 못 하게 막는 게 필수의료 정책패키지"라고 꼬집었다.

조석주 부산대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의대증원 문제 해결 없이 다른 법을 만들거나, 의정 간 의사결정 구조 자체의 변화가 없는 법 제정은 어차피 양두구육 또는 조삼모사가 될 가능성이 크다"며 "정부에 대한 신뢰가 무너진 상황에서 정부가 뭘 추켜들든 당근이 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정심교 기자 simkyo@mt.co.kr

Copyright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