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 들으면 혈압 솟구친다" 북한의 민감 반응 유발하는 대북 확성기, 대체 어떻길래? [스프]

김혜영 기자 2024. 6. 6.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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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빽]


약 1천 개의 오물 풍선을 보내며 "성의의 선물"이라고 비아냥거렸던 북한이 지난 2일 밤 돌연 풍선 살포의 '잠정 중단'을 선언했습니다. 표면상 이유는 "얼마나 기분이 더럽고 많은 공력이 소비되는지 (남측에) 충분한 체험을 시켰다"는 것이었는데, 많은 전문가들의 생각은 달랐습니다. 북한이 소위 '학을 떼는' 대북 확성기 방송을 한국 정부가 재개하려 하자, 한발 물러섰다는 것입니다.

정부는 앞서 9·19 남북군사합의의 효력을 전면 중지했기 때문에 대북 확성기 방송은 언제든 재개가 가능한 상태가 됐습니다. 그리고 정부는 이 대북 확성기 방송을 당장은 아니더라도 주효한 심리전의 한 카드로 적극 검토하고 있습니다. 북한 김정은 정권은 실제 이 대북 확성기 방송을 위협적으로 느끼고 있을까요?

대북 확성기 방송에 대해 '일관된' 북한 반응?

저희에게 자문해 준 전문가들마다 위협의 수위에 대한 의견 차가 있긴 하지만, 북한이 대북 확성기 방송에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데는 사실상 이견이 없었습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2015년 8월에 있었던 일입니다. 당시 서부전선 비무장지대에서 북한군이 설치한 목함지뢰로 우리 군 하사 2명이 중상을 입었고, 이에 우리 군은 대북 확성기 방송을 11년 만에 재개했습니다. 이때도 북한은 발끈하며 포 사격을 가했습니다. 그리고 북한은 그 이후 열린 남북 고위급 회담에서 한국의 대북 확성기 방송 중단을 강력히 요구했습니다. 당시 홍용표 통일부 장관이 "북한의 관심사는 오로지 확성기 중단이었다", "확성기 문제에 집중하더라"라고 말했을 정도였습니다.

박원곤ㅣ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
목함지뢰 이후에 우리가 대북 확성기를 재개하니까, 북한이 거기에 조준 사격을 했고, 그래서 (우리가) 대응 사격을 했더니 북한이 먼저 대화를 제시했죠. 그렇게 해서 나온 합의에 자신들의 목함지뢰를 사과하는 유감 표명을 하는, 거의 첫 사례가 나타납니다. 그만큼 그들의 입장에서는 대북 확성기가 그렇게 불편하다라는, 부담이 된다라는 게 확인된 대표적인 사례 중 하나죠.

게다가 김영철 북한 정찰총국장은 비슷한 시기에 외신 기자회견을 자처하고, 한국의 대북 확성기 방송을 대놓고 비난하기도 했습니다.
김영철ㅣ당시 북한 정찰총국장 (2015년)
확성기 방송이나 삐라 살포는 우리 측 지역에 대한 노골적인 심리전입니다. 놈들의 무모한 도발은 기필코 값비싼 징벌을 받게 될 것입니다.

2015년뿐 아니라 2010년 천안함 피격과 2016년 4차 핵실험 등 북한의 중대 도발이 있었을 때도 정부는 대북 확성기를 재개했는데, 그때도 북한은 민감하게 반응했습니다.

북한이 예민하게 대응할 수밖에 없는 이유?

이렇게 북한이 그동안 민감하게 반응해 온 이유는 대북 확성기 방송 안에 담긴 내용들 때문입니다. 통상 K-팝을 비롯한 한국의 가요나 김정은 정권의 문제점들에 대한 적나라한 사실관계 등이 주로 담기는데, 이 내용들 자체가 북한으로선 반드시 대응을 할 수밖에 없는, '불온함'을 넘어서는 '체제 위협 시도'라고 볼 수 있습니다.
특히 북한군으로선 자신들이 보위할 책임이 있는 김정은 체제에 대한 비판적 방송을 그냥 지켜보기만 한다면 직무 유기를 하는 셈이나 다름없습니다. 즉, 소리가 잘 들리면 잘 들리는 대로 전방의 군인들과 주민들에게 반체제적인 영향을 줄 수 있으므로 대응을 해야 하는 것이고, 반대로 소리가 잘 안 들린다고 해도 마냥 손 놓고 지켜볼 수가 없는 겁니다.
임을출ㅣ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
김정은의 우상화 수준이 역대 최고 수준으로 올라가고 있단 말이에요. (중략) 근데 남한에서 흘러나오는 김정은 관련된 소식들이 '아, 내가 알던 거 하고는 다르다' (중략) 이런 걸 깨달으면서 사상적으로 오염이 될 수 있는 가능성, 이런 것들이 북한 당국이 굉장히 경계하는 부분이라고 할 수가 있는 거죠.

실제 대북 확성기 방송으로 북녘에 송출된 내용 중에는 이런 것들이 있습니다. 비교적 최근인 2016년과 2015년에 실제 북한 전방 군인들과 주민들을 향해 송출이 됐던 방송의 일부입니다.
대북확성기 송출 방송 (2016년 1월 21일)
북한 동포 여러분. 사람은 누구나 다른 사람에게 드러내기 싫은 비밀이란 게 있죠. 하지만 독재국가에서는 그런 인간의 본능까지도 통제하는데요.
대북확성기 송출 방송 (2015년 8월 21일)
3대에 걸쳐 북한 주민 모두를 정신적인 노예로 만들어놓고, 단지 수령의 아들이라서 나도 수령이 되어야 한다는 전대미문의 세습 독재체제에 기생하는 자, 인민의 원수일 뿐이다. 따라서 우리는 김정은 정권을 절대로 인정하지 않는다. 오늘날 국제사회가 우려하고 있는 북한의 인권 유린과 핵미사일 개발, 테러, 납치, 마약, 위조 달러, 해외 근로자의 노예 노동 등 북조선이 안고 있는 모든 문제는 김정은 세습 정권의 독재성과 연관되어 있다.
대북확성기 송출 방송 (2016년 1월 11일)
새해를 맞아 금연 결심하신 분들 계실 텐데요. 최근에 금연 결심을 더 깊게 할 소식이 있습니다. 담배를 피우는 아이들이 그렇지 않은 아이들보다 폐가 약해지거나 감기에 자주 걸린다고 합니다.

김정은 정권에 대한 비판적 사실들은 물론 소녀시대나 김범수 등 한국 유명 가수들의 인기곡들, 북측에 대한 날씨 예보도 담겼습니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김혜영 기자 khy@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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