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초점] '태계일주'만? '지구마블'·'독박투어', 新 항로 개척한 여행 예능

최보란 2024. 6. 6.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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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여행 예능의 대표주자라면 단연 '태어난 김에 세계일주'가 아닐까? 특히 기안84는 전무후무한 예능 캐릭터로 인정받으며 연예대상까지 거머쥐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수많은 프로그램이 해외 촬영을 나섰고 여행을 향한 시청자들의 목마름을 대변하듯 여행 예능이 범람했지만, 아름다운 풍광과 현지 음식 먹방으로는 더 이상 시청자를 만족시키기 어려웠다. 이 가운데 '태어난 김에 세계일주'처럼 익숙한 길을 벗어나 거칠지만 새로운 길을 개척한 여행 예능이 등장하며 패러다임을 바꿨다.

이 같은 변화를 앞장서서 이끄는 여행 예능 플그램이 더 있다. '지구마불 세계여행'과 '니돈내산 독박투어'는 차별화와 시즌제로서 가능성을 인정받고 시청자와 만남을 이어가고 있다. '태계일주'가 기안84라는 캐릭터를 십분 활용했다면, 여행 예능 전쟁 속에서 이들 프로그램은 어떤 매력으로 시청자를 사로잡았을까?

▶ '태계일주' 갠지스강 퍼먹는 기안84의 독보적 존재감

MBC '태어난 김에 세계일주'(이하 '태계일주')는 시즌1 남미, 시즌2 인도, 시즌3 아프리카까지 '무계획, 현지 밀착'을 콘셉트로 무작정 지구 반대편으로 떠난 기안84를 통해 현지의 환경과 삶, 문화를 온몸으로 느끼는 여정을 보여줬다. 시즌을 거듭하며 날 것의 묘미와 진화를 제대로 보여준 기안84의 독보적인 캐릭터와, 그의 시선을 있는 그대로 담아낸 제작진의 시너지로 전 시즌 높은 시청률과 화제성을 기록, TV 예능 프로그램의 가능성과 여행 콘텐츠의 새로운 챕터를 열었다.

프로그램은 제목 그대로 '태어난 김에 떠나는' 기안84의 여행기는 한 번쯤 상상해 보지만 선뜻 도전하기 어려웠던 리얼 한 보따리 배낭여행의 진수를 보여주고 있다. 집 앞 마실이라도 가듯 가방 하나 달랑 매고 떠난 기안84는 현지인들의 일상 속으로 온몸을 던졌다. 인도 여행 중에는 시신을 화장하고 빨래를 하는 갠지스 강 물을 손으로 퍼마셨고, 마다가스카르에선 현지인들을 따라 작살만 들고 맨몸으로 바다에 뛰어들었다. 융화라는 표현의 의인화라고 할 정도로 어떤 편견도 두려움도 없이 어우러지는 그 모습이 시청자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이 같은 활약으로 기안84는 2023년 MBC 방송연예대상에서 비연예인 최초로 연예대상의 영광을 안았다. 이를 비롯해 '태계일주'는 올해의 프로그램상, 베스트 커플상 등을 수상하며 무려 7관왕의 영예를 안았다. 2024년에는 한국PD대상에서 올해의 PD대상, 60회 백상예술대상 TV 부문 예능 작품상 수상까지 휩쓸며 식지 않은 인기를 과시했다. 이에 힘입어 최근 시즌4와 스핀오프 제작을 확정했다.

▶ '지구마불', 주사위에 운명을 맡긴 즉흥 여행 끝판왕

ENA '지구마불 세계여행'(이하 '지구마불')은 김태호 PD가 직접 설계한 부루마불 게임으로 세계여행을 떠나는 예능 프로그램으로, 여행 크리에이터의 대표 주자인 원지(이원지), 빠니보틀(박재한), 곽튜브(곽준빈)가 출연 중이다. 주사위를 굴려 즉흥적으로 목적지를 정하기에 게임 직전까지 어디로 가게 될지 무엇을 하게 될지 그 무엇도 알 수 없다. 주어진 상황을 오롯이 받아들여야 하는, 즉흥 여행의 끝판왕이다. 마치 영화 '쥬만지'처럼 게임이 현실화되는 이 과감한 설정에, 해외에서 만난 여행객들마저 "크레이지!"라며 혀를 내두르기도 했다.

시즌 1이 크리에이터들의 기획에 크게 의존하며 유튜브 특유의 날 것 같은 감성을 보여주는데 주력했다면, 현재 방송 중인 시즌2는 베테랑 제작진의 노하우가 가미돼 지난 시즌보다 더욱 커진 스케일과 예능적으로 한층 치밀해진 구성이 돋보인다. 제작진이 준비한 미션을 통해 이색적인 체험과 다채로운 볼거리가 더해졌다. 에티오피아의 수리부족이 등장하는가 하면, 케냐의 기린 호텔과 페루의 절벽 호텔 등 흥미로운 장소들도 공개됐다. 게임판에 있던 무인도는 '없을 무'가 아닌 '힘쓸 무'라는 반전과 함께, 인도 발리우드 영화의 단역 오디션과 도시락 배달부 다바왈라 도전기가 펼쳐지기도 한다.

게스트 플레이도 새롭게 추가됐다. '지구마불2'에는 2~3라운드에서 배우 공명과 가수 박준형, 개그맨 김용명이 출연해 각각 빠니보틀, 곽튜브, 원지와 호흡했다. 4~5라운드에서는 배우 김도훈과 원지, 강기영과 곽튜브, 원진아가와 빠니보틀이 함께하며 혼자 여행할 때와는 또 다른 모습을 끌어내기도 했고 더불어 같은 나라를 즐기는 서로 다른 방법을 보여주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박준형은 곽튜브와 함께 찾은 포르투갈 나자레의 해변에서 인종차별로 상처받았던 어린 시절 유일한 안식처였던 바다를 떠올려 뭉클함을 안겼다. 지난 시즌 우승자인 원지는 스페셜 라운드인 오리엔트 익스프레스 여행에서 모델 신현지와 동행했는데, 여행 말미에 "혼자였다면 이렇게 즐기지 못했을 것"이라며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시즌1에서는 미처 느낄 수 없었던 함께 하는 여행의 즐거움까지 전달하며 감동을 선사했다.

▶ '독박투어', "나만 아니면 돼!" 네 돈으로 내가 사는 복불복 여행

채널S '니돈내산 독박투어'(이하 '독박투어')는 여행의 모든 과정을 복불복 게임을 통해 출연자 사비로 결제하는 리얼리티 여행 예능. 지난해 6부작 파일럿으로 방영돼 호평을 얻어 정규 편성돼 12월 시즌1을 마쳤다. 올해 1월 시즌2로 돌아와 더욱 커진 독박 스케일과 끈끈해진 호흡을 보여주고 있다. 김대희, 김준호, 장동민, 유세윤, 홍인규 등 5명의 개그맨으로 구성된 출연진들은 직업병을 발동, 쉼 없이 웃음을 생산한다. 힐링과 체험을 중심으로 한 여행 주류로 자리 잡은 가운데, 요즘 찾아보기 힘든 작정하고 웃기는 여행 예능으로 마니아층을 공략하고 있다.

20년 지기 개그맨들은 서로의 친분, 유난스러운 장난기 때문에 제작진이 시키지 않아도 알아서 분량을 뽑아낸다. 현지 스타일로 머리 자르기를 비롯해 갸루 화장하고 귀국, 다음 촬영까지 면도 금지, 전신에 금칠하기 등 기상천외한 벌칙을 만들어 낸다. 개그맨 다섯이 뭉치니 벌칙은 갈수록 독해지고 이를 피하기 위한 발버둥도 처절해진다. 한 명을 독박 쓰게 만들기 위해 4명이 짜고 덤벼들지만, 역으로 당하기도 하는 등 예측불가한 상황이 펼쳐진다. 남의 지갑으로 몰래 돈을 내다 들키기도 하는 등 '찐친'이기에 가능한 여행이어서 몰입감이 높다.

'독박투어'는 항공료를 제외한 모든 여행 경비가 '출연자 사비'로 진행되기 때문에, 기존 여행 예능보다 볼거리가 다양하지 않을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독박자가 제일 저렴한 숙소를 골라 충격적인 비주얼로 눈길을 끌거나, '나만 아니면 돼'라는 마인드에 과하게 럭셔리한 식당을 찾기도 하는 등 오히려 등장하는 장소들의 스펙트럼이 넓다. 출연자들이 취향에 맞게 고른 여행지를 가기 때문에 기존의 유명한 관광지나 흔한 루트에서 벗어난다. 가성비를 추구하다 보니 관광객들을 모르는 무료 체험 장소나 현지인만 아는 로컬 맛집을 발굴하기도 한다. 서로가 고른 장소에 대한 호불호를 거리낌 없이 드러내는 편안함, 내 지갑이 털려도 결국 함께 웃고 즐기게 되는 우정은 시청자에게도 유쾌한 에너지를 전달한다.

[사진 = MBC, ENA, 채널S]

YTN 최보란 (ran613@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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