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투약자 78만 명' 이게 말이 돼?…이걸 보면 대한민국 마약이 보인다 [스프]

안혜민 기자 2024. 6. 6.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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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부뉴스] 데이터로 보는 마약


독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눈 깜짝할 사이에 2024년 6월이 왔습니다. 벌써 한 해의 절반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데, 참 시간이 빠르죠? 이제 반소매 옷을 입어도 땀이 날 정도로 기온이 오르고 있더라고요. 특히 올해 여름은 비도 많이 오고 많이 습하다고 하니, 독자 여러분 건강 잘 챙기길 바랄게요.

오늘 마부뉴스에서는 마약에 대한 데이터를 준비했습니다. 6월에는 불법 마약류의 폐해를 인식하고 경각심을 높이기 위해 제정된 '세계 마약 퇴치의 날'이 있거든요. 예전엔 뉴스 사회면에서 종종 볼 수 있었던 마약 관련 사건들이 이제는 너무 잦아지고 있어서, 얼마나 상황이 심각한 건지 데이터를 통해 대한민국의 마약 현황을 분석해 봤습니다. 그래서 오늘 마부뉴스가 독자 여러분과 함께 나눌 주제는 바로 하수처리장이 말해주는 '불편한 진실'입니다. 지금 바로 시작해 볼게요.

 

2023년 마약사범 27,611명…역대 최고치 갈아치웠다

우리 사회에 마약이 얼마나 퍼져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사실 쉽지가 않아요. 그나마 알 수 있는 건 드러난 마약 범죄를 통해서 현재 상황이 어떤지 파악하는 정도죠. 다행히 대검찰청에서는 매달 마약사범 통계월보를 공개하고 있습니다. 지난달에는 얼마나 많은 마약사범이 잡혔는지, 또 어떤 이유로 잡혔는지 그 수치를 확인할 수 있죠. 월마다 공개된 자료와 함께 더 자세한 정보를 담아 연말에는 '마약류 범죄백서'라는 이름의 보고서도 내고 있습니다. 마부뉴스에선 이 데이터를 바탕으로 2023년 마약사범 현황을 살펴봤어요.

2023년 마약사범은 역대 최초로 2만 명을 돌파했습니다. 총인원은 모두 2만 7,611명. 2022년만 하더라도 전체 단속 인원이 1만 8,395명으로 2만 명이 되질 않았는데, 1년 만에 무려 50.1% 증가한 겁니다. 문제는 이런 흐름이 올해도 지속될 수 있다는 거예요. 2024년 올해 3월까지 구속된 마약사범은 모두 5,040명인데, 2023년 동기 대비 23.8%나 늘어난 수치거든요. 이 흐름이 지속되면 올해 마약사범 규모는 또다시 신기록을 세울지 모릅니다.


잠깐, 앞에서 마약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면서 마약류라는 단어가 나왔는데, 독자 여러분은 마약과 마약류의 차이를 정확히 알고 있나요? 우리가 통상적으로 말하는 마약은 엄밀히 이야기하면 마약류라고 표현해야 맞습니다. 마약류라는 개념 안에 마약과 향정신성의약품, 대마가 포함되는 거거든요. 마약류는 우리 몸의 중추신경계에 작용해서 각성효과를 유발하는 물질들 중에 오남용을 할 경우 몸에 심각한 피해를 주는 약물들을 의미합니다.

마약에는 양귀비, 코카인, 모르핀 같은 녀석들이 들어가고, 대마는 대마인데… 향정신성의약품이 조금은 생소할 수 있습니다. 향정신성의약품은 원래는 각성제, 진통제로 개발된 의약품인데 의존성과 중독성이 있어서 따로 관리를 하는 녀석들을 말합니다. 2차 대전 당시 각성제로 사용된 필로폰, 현재도 수면제와 마취제로 이용하는 졸피뎀과 프로포폴 같은 약품들이 이에 해당하죠. 향정신성의약품은 마약류사범 중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향정신성의약품으로 잡혀온 사람은 모두 1만 9,556명으로 전체 마약사범의 70.8%를 차지하죠.

연령별로 살펴보면 10대의 급격한 증가세가 심각합니다. 2023년 10대 마약사범은 역대 처음으로 1,000명을 돌파해 1,477명을 기록했습니다. 2022년엔 481명이었던 10대 마약사범이 배 이상 증가했어요. 그중 93.6%가 향정신성의약품으로 단속되었고요. 전체 연령대 비율과 비교하면 10대의 향정신성의약품 단속 비율이 20%p 이상 높은 상황입니다.

20대의 증가세도 만만치 않습니다. 20대는 역대 처음으로 8,000명을 돌파했습니다. 전체 마약사범들 중 연령대 1위를 차지하고 있죠. 30대까지 합치면 2030이 전체 마약사범 단속인원 중 54.5%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2021년 전까지만 해도 마약사범 중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는 건 30대와 40대였는데, 2021년 이후에는 20대가 계속해서 연령대 1위를 기록하고 있어요.
 

단속에 잡히지 않는 마약사범, 흔적은 하수처리장에


독자 여러분 혹시 암수범죄라는 말 들어봤나요? 범죄는 발생했지만 수사기관에서 인지되지 않은 범죄를 암수범죄라고 합니다. 마약 범죄는 수사기관에서 인지되지 않는 비율, 즉 암수율이 높은 범죄의 대표 격으로 뽑힙니다. 그렇다면 단속되지 않는 마약범죄는 얼마나 되는 걸까요? 범죄학자이자 한국중독범죄학회 학회장인 박성수 세명대 경찰학과 교수는 마약류 범죄의 암수율을 28.57배로 추정한 바 있습니다. 미국 백악관의 마약 관련 위원회에선 미국 내 마약류 범죄의 암수율을 25~30배 정도로 추산하고 있는데 비율이 비슷합니다. 29배의 암수율을 적용하면 2023년 우리나라의 실제 마약 투약자는 78만 명으로 늘어납니다.

잡히지 않는 마약 투약자들의 규모와, 실제로 그들이 사용하는 마약류의 종류를 확인하기 위한 또 다른 방법이 있습니다. 바로 하수처리장의 시료를 활용하는 거죠. 하수 속에 남아있는 잔류 마약류의 흔적을 찾기 위해 하수역학 기법을 사용하는 건데요. 식약처에서는 하수에 남아있는 마약류의 종류와 양을 분석해 인구 대비 마약류 사용량을 추정하고 있습니다.

하수역학 분석이 시작된 게 2020년이었으니, 벌써 4년째 분석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식약처에서는 전국 17개 시도에 적어도 1개소 이상의 하수처리장을 포함해서 분석을 이어오고 있어요. 분석 결과는 어떨까요? 필로폰은 4년 연속 모든 하수처리장에서 검출되었습니다. 1,00명 당 일일 평균 사용량을 추정해 보면 2023년 그 수치는 14.40mg이 나왔어요. 다행히 필로폰은 2020년부터 평균 사용 추정량이 꾸준히 감소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코카인입니다. 코카인은 2020년 0.37mg이었는데, 2023년엔 1.43mg으로 증가하고 있습니다.


조금 더 자세히 살펴볼까요? 매년 조금씩 조사 대상이 된 하수처리장의 규모가 달라지긴 했지만, 4년 연속으로 조사한 하수처리장 34개소를 분석해 봤습니다. 그래프에 34곳을 다 담기엔 공간이 부족해서, 서울과 경기, 인천 그리고 세종만 포함했어요. 가장 압도적으로 많은 양의 마약류가 검출된 것은 경기 시화였어요. 특히 필로폰이 많이 나왔습니다. 2020년 173.04mg에서 2023년엔 69.15mg으로 줄어들었지만 여전히 다른 하수처리장보다 많은 필로폰이 검출됐어요.

과거엔 서울을 중심으로 검출되던 코카인이 2023년엔 세종에서 검출되었다는 점도 주목할만합니다. 세종에서는 2020년부터 2022년까지 3년 연속 코카인이 나오질 않았는데, 2023년엔 15.46mg이 나왔거든요. 전문가들은 전국적으로 유통되는 마약류가 필로폰을 넘어서 코카인까지 확대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하고 있습니다.

시도 단위로 묶어서 보면 지역별로 검출되는 마약류가 확연히 차이가 납니다. 2023년 기준으로 필로폰이 가장 많이 검출된 지역은 인천(44.41mg), 대구(20.00mg)였지만 암페타민은 충북(22.69mg)이 가장 높았고, 엑스터시는 서울(2.82mg), 경기(2.49mg) 등 수도권 중심으로 높게 나왔습니다. 코카인은 서울(11.03mg)과 세종(15.46mg)을 제외한 다른 시도에서는 검출되지 않았고요.

하수역학으로 마약 모니터링하는 EU

마약류를 파악하는데 하수처리장의 폐수를 사용하는 건 우리나라뿐만이 아닙니다. 이미 유럽과 호주에서는 일찍이 이 기법을 활용하고 있어요. 특히 유럽은 2023년에만 370만 명이 코카인을 투약하고, 2,260만 명이 대마를 펴봤다는 통계가 나올 정도로 상황이 심각하죠. 유럽 8개국이 공조해서 마약을 공급하는 마피아 조직을 소탕하는 등 마약을 퇴치하기 위해 갖은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그 노력 중 하나가 바로 하수역학을 활용한 마약 실태를 파악하는 거죠.

EU에서는 EMCDDA(European Monitoring Centre for Drugs and Drug Addiction, 유럽 마약 및 약물 중독 모니터링센터)가 마약과 관련된 업무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그 시작은 2010년이었어요. 2010년 유럽 내 각국의 폐수 분석 방법론을 표준화 한 뒤 이듬해인 2011년부터 19개 도시를 시작으로 하수역학 기법이 진행됐죠. 2023년엔 EU 회원국뿐 아니라 튀르키예까지 포함해 24개국 88개 도시에서 마약류 검출을 위해 폐수 연구가 수행됐습니다.

EU에서는 우리나라 식약처보다 더 많은 마약류를 검출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암페타민, 엑스터시(MDMA), 코카인, 필로폰 등 4개의 마약류를 확인하고 있는데, EU에서는 여기에 메타암페타민과 대마까지 체크를 하고 있죠. 유럽에서 가장 많이 검출되는 마약은 코카인입니다. 코카인은 2011년 첫 조사 이후 2015년까지는 비교적 변화 없이 흘러왔는데, 2015년부터 증가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위에 지도엔 2023년 유럽 88개 도시에서 조사된 코카인 농도를 나타내봤습니다. 원의 크기가 클수록 코카인 농도가 더 높은 지역을 의미합니다. 분홍색으로 표시된 지역은 2022년보다 코카인 농도가 10% 넘게 늘어난 지역이고, 초록색으로 표시된 곳은 코카인 농도가 10% 넘게 줄어든 지역입니다. 노란색으로 표시된 지역은 코카인 농도가 10% 이내로 큰 변화 없이 유지된 곳이고요. 딱 봐도 2022년보다 코카인 추정사용량이 늘어난 분홍색으로 표시된 도시가 더 많죠?

가장 코카인이 많이 검출된 곳은 벨기에의 안트베르펜이었습니다. 안트베르펜의 코카인 추정사용량은 무려 1,721.6mg! 그래도 다행인 건 2022년과 비교하면 660mg이나 줄어들었다는 겁니다. 조사 지역 중에 이곳, 안트베르펜이 가장 많이 줄어들었습니다. 반면 코카인 수치가 가장 많이 늘어난 곳은 포르투갈의 포르투였어요. 2022년 포르투의 코카인 사용량은 265.9mg였는데, 2023년엔 512.5mg으로 늘어났죠. 안트베르펜, 포르투를 포함해 네덜란드의 노테르담 등… 전체적으로 유럽의 대표 항만 도시들의 코카인 수치가 높게 나왔습니다.

물론 하수역학의 한계도 있습니다. 하수에서 검출된 마약류를 모두 우리 몸에서 배출된 것으로 가정하기 때문에 마약을 그냥 하수에 버리는 경우는 고려되지 않아 과다 계산될 수 있거든요. 게다가 하수 속 마약류의 농도를 기반으로 하다 보니 비가 많이 오거나 적게 오는 등 채취 시점의 강수량에 따라 오차가 발생할 수 있어요. 다만 간접 지표로서는 충분히 경쟁력이 있습니다. 마치 우리가 소변검사를 통해 선제적으로 질병을 체크하는 것처럼 하수역학 조사도 마약의 추세와 상황을 파악할 수 있는 스크리닝 테스트 역할을 하는 거죠.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안혜민 기자 hyeminan@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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