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패권 새 전쟁터 ‘데이터센터’
생성형 인공지능(AI)이 3년째 글로벌 정보기술(IT) 산업의 핵심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블록체인, 메타버스 등 한때 각광받던 다른 기술과 차이점은 크고 작은 IT 기업이 매달 끊임없이 새로운 기술을 발표하는 등 생태계가 확장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AI를 구축하고 운영하는 데 필요한 제반 인프라의 중요성도 커지고 있다. 엔비디아와 퀄컴, TSMC, 슈퍼마이크로컴퓨터 등 칩셋 개발사는 물론, 반도체 생산업체와 서버 제조사도 덩달아 주목받고 있다. 가령 국내에선 엔비디아에 HBM(고대역폭메모리)을 납품하는 SK하이닉스의 실적과 기업가치가 높아지고 있다.
AI 밸류체인에서 가장 핵심 영역은 데이터센터다. AI를 운영하는 데는 그래픽처리장치(GPU)의 컴퓨팅 파워가 중요하다. 여기에 거대언어모델(LLM) 기반의 코어 엔진이 접목되고, 클라우드를 매개로 기업과 개인에게 AI 서비스가 제공된다. 컴퓨팅 파워와 AI 엔진, 클라우드 같은 거대한 시스템이 가동되려면 데이터센터가 필요하다. AI 붐과 함께 관련 인프라 구축이 늘면서 데이터센터 산업에도 청신호가 켜졌다.
데이터센터, AI 엔진 운영 필수 조건
AI 시대에 중요해진 '데이터 주권'
AI 산업의 급속한 발전과 AI 데이터센터 구축 열풍에 각국 정부의 셈법도 복잡해지고 있다. 데이터센터 부지로 쓰이는 땅은 대부분 개인이나 기업 소유라고 쳐도, 막대한 전력은 국가 인프라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AI 데이터센터의 전력소비량은 일반 데이터센터의 2배 이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AI 산업이 확대될수록 전력 수요도 급격히 늘어날 것이다. 국가 차원의 에너지 정책에도 큰 변화가 불가피하다. 게다가 데이터센터를 통해 축적되는 데이터는 그 나라 국민과 기업의 정보이기도 하다. 최근 '데이터 주권' 개념이 대두하고 있는 배경이다. 정부가 AI 산업 발전을 추구하는 동시에 전력 수급 안정화와 데이터 주권 보호도 꾀해야 하는 이유다.
AI 시대를 맞아 데이터센터 수요가 늘어나는 것은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지금 같은 IT 격변기에 그에 걸맞은 인프라를 확보하지 못한다면 향후 수십 년간 글로벌 경쟁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다. AI와 클라우드 산업에서 글로벌 빅테크의 영향력은 어느 분야보다 막강하다. 국내 토종 빅테크의 경쟁력을 근본적으로 강화하려면 당장 클라우드 인프라 구축을 시작으로 AI 사업 펀더멘털을 제대로 갖춰야 한다. 눈에 보이지 않는 AI 패권 전쟁이 데이터센터라는 구체적 실체를 갖춘 산업 영역으로 옮겨붙기 시작했다.
김지현 테크라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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