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적 연봉만 200억 이상인데…8000만원 못 갚아 또 재판이라니, 임창용 추락에는 끝이 없다
[OSEN=이상학 기자]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특급 사이드암 투수였던 임창용(48)이 또 재판장에 선다. 선수 시절 누적 연봉만 200억원 이상인데 8000만원을 갚지 못해 법정에 서게 됐다.
지난 5일 ‘국민일보’에 따르면 광주지법 형사11단독은 오는 11일 임창용에 대한 두 번째 공판을 연다. 임창용은 2019년 필리핀에서 지인에게 8000만원을 빌린 뒤 갚지 않은 혐의로 지난 1월24일 기소됐고, 4월30일 첫 공판이 열렸다.
광주지검 중요경제범죄조사단 조사에 따르면 임창용은 8000만원을 빌린 지인에게 “3일 후 아내 소유의 주식을 팔아 갚겠다”고 약속했지만 갚지 않았다. 이후에도 수차례 빚 독촉을 받았지만 “갚겠다”는 말만 하고 갚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임창용이 빌린 돈을 ‘바카라’ 도박 자금으로 쓸 생각이었고, 빌린 돈을 갚을 의사나 능력이 없었다고 공소사실에 적시한 것으로 나왔다.
임창용은 프로야구 현역 선수 때부터 상습 도박 혐의로 논란이 됐다. 삼성 라이온즈 소속이었던 지난 2014년 마카오에서 동료 선수들과 4000만원대 원정 도박한 혐의로 기소돼 벌금 1000만원을 선고받았다. 2015년 이 사건이 드러난 뒤 삼성에서 방출됐다.
이후 고향팀 KIA 타이거즈에서 2018년을 끝으로 선수 생활을 마감한 임창용은 2021년 지인에게 2500만원을 빌렸으나 1500만원을 갚지 않아 벌금 100만원 약식 명령을 받았다. 2022년에도 상습도박 혐의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 벌금 300만원을 선고받는 등 잊을 만하면 형사 사건에 휘말리면서 실형을 받았다.
그해 KBO 40주년 기념으로 팬 투표와 전문가 평가로 선정한 ‘KBO 40인 레전드’에도 21위에 이름을 올렸다. 상습 도박으로 실형을 받아 임창용의 레전드 선정에 문제가 있다는 의견도 나왔지만 KBO는 ‘선수의 굴곡 또한 야구 역사의 일부이기에 순위와 평가를 기록으로 남기기로 했다’고 밝혔다. 임창용을 위한 별도의 시상식은 열리지 않았다.
최고 시속 160km까지 던진 사이드암 파이어볼러 임창용은 볼끝이 살아움직이는 ‘뱀직구’로 유명했다. 타고난 유연성과 밸런스, 엄청난 스태미너로 한 시대를 풍미했다. 광주 진흥고를 졸업하고 1995년 해태에 입단한 뒤 2018년까지 KBO리그 18시즌 통산 760경기 1725⅔이닝을 던지며 130승86패258세이브19홀드 평균자책점 3.45 탈삼진 1474개를 기록했다.
김용수(126승 227세이브)에 이어 KBO리그 역대 두 번째로 100승, 200세이브를 달성했다. 선발로 최다 17승에 3년 연속 13승 이상 거둔 임창용은 30세이브 이상만 6시즌인 특급 마무리였다. 세이브 1위만 4번 차지했고, 1999년은 마무리로 뛰면서 규정이닝을 채워 평균자책점 1위(2.14)에 오르기도 했다.
2008~2012년에는 일본프로야구 야쿠르트 스왈로스에서 5년을 뛰며 238경기(233이닝) 11승13패128세이브 탈삼진 231개를 기록했다. 선동열(98개)을 넘어 일본에서 한국인 최다 세이브 기록을 세운 뒤 2013년 시카고 컵스에서 6경기를 던지며 짧게나마 미국 메이저리그도 경험했다.
또한 1998년 방콕 아시안게임, 1999년 서울 아시아야구선수권대회, 2000년 시드니 올림픽,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 2003년 삿포로 아시아구선수권대회, 2009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2017년 WBC 등 8개 국제대회에서 태극마크를 달고 아시안게임 금메달 3개를 따내며 2009년 WBC 준우승에도 기여했다.
화려한 선수 생활을 보낸 만큼 엄청난 부도 쌓았다. 한국에서 18년을 뛰면서 FA 계약금 포함 66억5300만원으로 명성에 비해선 크게 벌지 못했지만 최고 전성기를 보낸 일본에서 두 번의 계약으로 5년간 약 150억원 수입을 올렸다. 미국에선 스플릿 계약으로 계약금 10만 달러만 보장받아 큰돈을 손에 쥐지 못했지만 24년의 선수 생활 동안 못해도 최소 200억원 이상 수입을 올렸다.
그런데 은퇴 6년 만에 8000만원을 갚지 못해 또 재판장에 서게 됐다. 현역 시절 ‘인생은 속도보다 방향’이라는 격언으로 많은 야구팬들에게 큰 울림을 줬지만, 은퇴 이후 행보는 너무나 실망스럽다. 한때 부와 명예를 모두 거머쥐었던 야구 레전드의 추락은 상습 도박이 얼마나 무서운지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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