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억 메모’ 한 장이 1.4조?…최태원-노소영 이혼소송 최대 쟁점

정승환 전문기자(fanny@mk.co.kr) 2024. 6. 6. 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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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가는 ‘1.4조 재산분할’
한국이동통신 인수 특혜 논란
SK “기업가정신이 일군 성과”
선대회장에게 받은 SK(주) 주식
노관장 기여 인정 다툼 여지

최태원 SK 회장 측이 이혼 재판 상고에 나설 예정이다. SK(주) 지분이 포함된 1조3808억원 규모의 재산분할이 정당한 지에 대해 대법원의 판단을 받겠다는 것이다.

5일 재계에 따르면 최 회장 측은 대법원에서 고(故) 노태우 전 대통령 비자금 유입 등 항소심 재판 결과를 치열하게 반박할 방침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SK그룹이 노 전 대통령 시절 정경유착을 통해 성장했다고 지적했다. 이혼소송 3심의 핵심 쟁점을 몇가지로 짚어본다.

[사진 = 연합뉴스]
◇노태우 비자금 300억원의 실체
대법원에서는 노태우 비자금 300억원이 핵심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재판부는 노 전 대통령 부인 김옥숙 여사가 보관한 ‘선경 300억’ 메모와 선경건설(현 SK에코플랜트) 명의 약속어음(50억원짜리 6장)을 근거로 삼아 300억원이 최종현 회장에게 흘러들어갔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 돈으로 최 선대회장이 1991년 태평양증권 인수에 성공했고, SK가 성장하는 유형적 기여의 근원이 됐다고 봤다.

어음은 노 전 대통령이 퇴임 후 활동비를 요구하면 이를 주겠다는 약속일 뿐, 노 전 대통령으로부터 300억원을 받았기 때문에 써준 어음은 아니라는 게 최 회장 측 주장이다. 약속어음은 차용증이 아닌 만큼 발행인 선경건설이 소지인(노태우측)에게 ‘주겠다는 약속’을 의미할 뿐 ‘받았다는 증거’가 될 수 없다는 논리다.

최 회장 측은 어음 발행 시점도 지적했다. 300억원의 어음 발행일은 1992년 12월로, 태평양증권 인수시점(1991년 12월) 보다 1년이나 늦다. 아직 받지 않은 돈으로 증권사를 인수했다는 것이 앞뒤가 안 맞는다는 얘기다.

법조계에서는 구체적 물증이나 확실한 입증 없이 메모와 약속어음 사진만을 핵심증거로 내세운 법원 판단이 이례적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만에 하나 ‘노태우 비자금’ 300억원이 SK그룹으로 유입된 게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불법자금을 자녀가 받을 수 있도록 인정하는 건 심각한 폐해를 야기할 수 있다. 이를 대법원에서 인정할 경우, 범죄자가 범죄를 통해 취득한 돈을 아무도 모르게 사돈에게 은닉한 후 그 자녀에게 물려주는 ‘불법상속’을 용인하는 셈이다.

재계 관계자는 “대통령 비자금을 숨겨 엄청나게 불어난 돈을 그의 딸에게 주라는 게 이번 판결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SK텔레콤 인수와 정경유착 의혹
재판부는 SK의 한국이동통신 인수를 정경유착의 산물로 봤다. 노태우 정부가 공중전기통신사업법(현 전기통신사업법)을 개정해 통신설비제조사를 갖고 있던 삼성, 현대, 대우, LG의 통신서비스 진출을 제한했고, 그 결과 SK가 특혜를 봤다는 것이다.

하지만 재계에서는 SK의 한국이동통신 인수를 기업가정신이 이뤄낸 성과라고 평가하고 있다. 최종현 선대회장은 1980년대부터 정보통신을 SK의 미래 먹거리로 점찍었다. SK그룹은 1991년 4월 선경텔레콤을 설립했다. 선경텔레콤의 후신인 대한텔레콤은 1992년 8월 제2이동통신사업자에 선정됐다. 하지만 일주일 만에 포기해야만했다. 사돈기업 특혜 논란 때문이다.

그 후 1994년 한국이동통신 인수에 나서 사업자로 선정됐다. 김영삼 정부 들어서야 한국이동통신 공개 입찰에 성공한 것이다. 노 전 대통령은 회고록에서 “제2이동통신 사업자 선정과 관련해 청와대나 내가 개입한 일은 절대 없었다”고 주장했다.

◇SK(주) 주식의 재산분할 대상 여부
항소심은 1심과 달리 최태원 회장이 보유한 SK(주) 주식을 재산분할 대상에 포함시켰다. 주식 가치 증가에는 최 회장뿐 아니라 노 관장 측 기여가 있었다고 판단해서다.

최 회장 측은 이 주식이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일종의 상속재산이자 특유재산이므로 재산분할 대상에 포함해선 안된다는 입장이다.

최 회장은 1994년 5월 최종현 선대회장으로부터 2억8000만원을 증여받았다. 그는 이 돈을 활용해 1994년 11월 유공(현 SK이노베이션)으로부터 대한텔레콤 주식 70만주(주당 400원)를 취득했다. 대한텔레콤은 1998년 12월 SK컴퓨터통신을 흡수합병하면서 SK C&C가 됐다.

SK C&C는 2001년 1월 SK(주) 최대주주(10.83%)가 됐고, 이후 그룹 지배구조 재편과정을 통해 SK C&C는 2015년 SK(주)를 흡수합병하며, SK(주)가 SK그룹 계열사를 지배하는 현재의 지주회사 체제가 완성됐다. 당시 최 회장의 SK C&C 지분은 32.92%였고, 이 주식은 합병 직후 SK(주) 23.4%가 됐다.

특히 1998년 8월 최 선대회장 사망 후 최 회장의 동생인 최재원 SK 수석부회장과 최기원 SK행복나눔재단 이사장은 상속재산협의분할을 통해 부친이 보유하고 있던 SK그룹 계열사 주식 대부분을 최태원 회장이 상속받을 수 있게 했다.

최 회장 측은 주식 가치 증가에 대해 최 선대회장이 SK C&C의 성장 기틀을 마련한 다음, 최 회장과 수많은 임직원들의 노력한 결과라고 강조하고 있다.

윤동열 건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기업의 성장은 경영자와 가족 구성원 뿐 아니라 주주, 종업원, 협력업체 등 이해관계자들의 기여가 종합된 결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재산분할 비율 35%와 이미 증여 마친 주식
재산분할 비율 35%도 논란거리다. 항소심은 최태원 회장 재산을 약 4조원으로 판단하고, 이 중 35%(1조3808억원)를 노 관장에게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그런데 4조원 중 1조원 가량은 최 회장이 갖고 있지 않는 재산이다.

최 회장은 2018년 10월 최종현학술재단에 SK(주) 20만주(527억원), 그해 11월엔 친인척 18명에게 SK(주) 329만주(9228억원)를 증여했다. 그런데 재판부는 증여분을 분할대상 재산에 포함시켰다. 최 회장이 실제 갖고 있는 순재산 3조원 중 절반 가까운 금액을 노 관장에게 지급하라는 것이다.

법조계 관계자는 “순재산 3조원 중 1조3808억원을 지급하라는 것은 과도한 비율”이라며 “가정경제공동체 밖의 재산은 이혼시 분할 비율이 높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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