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文 통신공약 '보편요금제' 정책 바통 이을까

심지혜 기자 2024. 6. 6.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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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정부 국정과제로 등장…20·21대 국회선 반대 목소리 커 폐기
정부 "통신비 부담 경감 기여하고 이통사 요금인하 경쟁 촉진"
이통사·알뜰폰 "경영 애로 커져…시장 개입 과도" 우려 목소리
[서울=뉴시스] 최진석 기자 = 서울 한 이동통신 대리점에 붙은 이동통신 3사인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의 로고. 2023.04.23. myjs@newsis.com


[서울=뉴시스]심지혜 기자 = 정부가 보편요금제 논의를 이어간다. 당초 2017년 통신비 절감을 위한 국정과제로 꼽히면서 업계의 반발에 부딪쳐 번번이 법제화에 실패했지만 철회하지 않고 계속해서 필요성을 고수하고 있는 것이다.

6일 정부에 따르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최근 보편요금제 도입을 위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보편요금제는 정부가 기본적인 수준의 음성·데이터 양을 정해 시장지배적 사업자(SK텔레콤)에게 의무 출시하도록 하는 제도다.

과기정통부는 이번 법 개정과 추진 배경에 대해 "국민생활에서 이동통신서비스에 대한 의존도가 지속적으로 높아지고 필수재적 성격이 큰 데다 이동전화 보급률이 100%를 넘었고, 국민 1인당 데이터 이용량은 꾸준히 증가하는 상황이나 이통사간 실질적 경쟁이 부재하다"며 "국민들의 통신이용량 증가가 통신비 상승으로 직결되는 구조적 문제가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저가요금 구간에서의 이용자 차별 완화·혜택 제고를 통해 전반적인 요금체계의 개선을 유도함으로써 가격왜곡·시장실패 등 불합리한 시장의 문제를 해소하고 국민들의 통신비 부담 경감 기여와 함께 이동통신 시장에서의 요금인하 경쟁을 촉진할 수 있다"고 했다.

음성·데이터 등의 제공량은 일반적인 이용자의 전년도 평균 이용·데이터 등 이용량의 100분의 50이상에서 100분의 70이하에서 정하도록 했다. 이용요금은 이 제공량에 전년도 시장평균 단위요금을 곱한 값의 100분의 100 이상에서 100분의 200 이하로 책정한다.

정부 세 번째 도전…"시장 개입 과도" 업계 우려 목소리

보편요금제가 처음 등장한 것은 2017년 6월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통신비 절감 대책으로 발표한 것으로 문제인 정부의 100대 국정과제에 포함되면서 본격 추진됐다.

그러나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의 반대와 함께 알뜰폰 업계까지 나서 반대 의견을 내면서 법제화에 실패했다. 이에 당시 20대 국회에서 법안은 자동 폐기됐다.

정부는 이를 21대 국회에서 재추진했는데, 이 역시 도입시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계속되면서 결국 제대로 된 논의를 거치지 못하고 폐기됐다.

당시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는 알뜰폰의 경쟁력 확대로 저가 요금제 출시 등 보편요금제 보다 싼 요금제가 시장에서 나오고 있는 데다 요금인가제 폐지를 통한 요금 경쟁을 활성화 정책에 역행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두 번이나 법안이 폐기됐음에도 정부가 보편요금제 카드를 또다시 꺼내 들자 업계 일각에선 회의와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일부 소비자단체만 도입을 찬성할 뿐 이통3사와 알뜰폰 업계는 오히려 부정적 영향이 클 것이라고 주장한다.

특히 처음 법안이 나왔을 때와 현재의 상황이 달라져 현실에 맞지 않다는 지적이다. 이통3사가 데이터 구간을 촘촘히 하면서 요금제가 다양해졌고, 특히 최근에는 2만원대 5G 요금제까지 출시되면서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

과기정통부는 보편요금제의 예시로 월 2만원에 음성 200분, 데이터 1GB 제공을 들었는데 최근 LG유플러스가 선불형 5G 요금제 ‘너겟’을 통해 월 2만6000원에 데이터 6GB를 제공하는 상품을 선보였다. 이 경우 GB 당 요금은 보편요금제보다 LG유플러스 요금제(약 4333원)가 더 저렴하다. 심지어 정부가 예시로 든 수준은 처음에 보편요금제를 추진하면서 제시했던 방안이다.·

이동통신 업계는 가계통신비 정책협의회 논의에서 “보편요금제 도입에 따른 경영, 영업 애로가 우려된다”며 “정부의 과도한 시장 개입”이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일뜰폰 업계는 보편요금제와 알뜰폰의 타겟 고객층이 겹쳐 경영애로를 초래할 수 있다는 의견을 냈다.

이동통신 업계 한 관계자는 “처음 보편요금제 필요성이 제기됐을 때와 달리 현재는 저가요금제가 출시되면서 보편요금제에 상응하는 수준의 요금제가 나와있는 상황"이라며 "게다가 알뜰폰도 경쟁력을 갖추면서 저렴한 요금제를 다양하게 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안정상 중앙대 커뮤니케이션대학원 겸임교수는 "정부가 초기 법안을 들고 나왔을 당시에도 국회에서는 정부의 시장 개입 정도가 크다는 지적을 받아 반대의 목소리가 컸다"며 "이뿐 아니라 이동통신 시장 상황이 당시와 많이 달라졌기 때문에 보편요금제 필요성에 의구심이 크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siming@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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