짙어지는 '순직 해병 수사' 외압 정황…공수처의 칼끝, 대통령실 향하나

황두현 기자 임세원 기자 2024. 6. 6.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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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섭, 대통령과의 통화 등 공개되며 의혹 증폭…통화내역 확보 주력
재조사서 혐의자 최초 6명→2명 축소 윗선개입?…대통령실 수사 불가피
이종섭 주호주 대사가 28일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열린 방산협력 관계부처-주요 공관장 합동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공동취재) 2024.3.28/뉴스1 ⓒ News1 허경 기자

(서울=뉴스1) 황두현 임세원 기자 =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수사 중인 '순직해병 수사 외압' 사건에 '윗선'이 연루된 정황이 하나둘 드러나면서 수사 칼끝이 대통령실을 향할지 관심이 쏠린다.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과 박진희 국방부 군사보좌관이 대통령을 비롯한 대통령실 관계자들과 통화한 내역이 공개됐다. 이어 사건을 재조사한 국방부 조사본부가 혐의자를 6명으로 특정했음에도 최종 2명만 경찰에 이첩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외압이 있었다"는 주장에 더욱 힘이 실렸기 때문이다.

연일 국방부 관계자를 소환해 조사본부의 판단이 뒤집히게 된 배경을 조사 중인 공수처의 칼끝이 향후에는 결국 대통령실로 향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 '윗선' 개입 정황에…통신 내역·이첩 배경 파악 주력할 듯

6일 법조계에 따르면 공수처 수사4부(부장검사 이대환)는 지난해 7~8월경 이 전 장관 등의 통화 기록과, 국방부가 순직 사건 혐의자를 2명으로 특정한 배경을 살펴보는 여러 갈래의 수사를 펼치고 있다.

8월 초에는 해병대 수사단의 수사 결과 이첩이 보류되고 박정훈 전 수사단장에 대한 해임·항명 수사 지시가 이뤄졌다. 이후 국방부 조사본부가 사건을 재검토해 8명이던 혐의자를 6명으로 특정했으나, 국방부는 최종 2명으로 축소해 경찰에 이첩했다.

공수처는 우선 사건 관계인들의 통신 기록을 확보하는 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당시 이 전 장관과 윤 대통령이 통화한 이후 박 전 사단장에 대한 조치가 내려졌다는 점에서 통화 내역은 윗선 개입 여부를 밝힐 핵심 요소다.

통신사들의 통화기록은 1년간 보존되는데 사건 관계인들의 통화는 지난해 7~8월 이뤄져 기한 만료를 앞두고 있다. 오동운 공수처장도 최근 "통화기록 확보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밝혔다.

당초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등을 범죄 혐의자로 특정한 국방부 조사본부의 재검토에도 경찰에 이첩된 혐의자가 2명에 그친 배경도 수사 대상이다.

조사본부는 당시 보고서에서 임 전 사단장을 두고 "내려가는 사람은 가슴 장화를 신어라"라는 구체적인 수색 방법을 거론해 안전한 수색 활동의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고 적시했다. 이에 총 8명에 대한 범죄 정황을 적시하면서 초급간부 2명을 제외한 6명(임 전 사단장 포함)을 경찰에 넘겨야 한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국방부는 보고서 작성 일주일 후인 8월 21일 임 전 사단장 등을 제외한 대대장 2명만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를 적용해 경찰에 이첩했다.

최종 이첩 판단에 앞서 이시원 전 대통령공직기강비서관과 유재은 국방부 법무관리관이 통화했고, 8월 17일 유 관리관이 조사본부 회의에서 "혐의자를 2명으로 특정해 이첩해야 한다"는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졌다.

경기 정부과천청사 전경

◇ 격노설 공방→수뇌부 수사 발판 마련…대통령실 수사는 아직

이에 따라 공수처는 보고서가 국방부 검찰단 등에 전달된 8월 14일부터 21일 사이 대통령실 등 윗선의 개입이 있었는지 여부를 살펴보고 있다.

그동안의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과 박 전 단장 간 '격노설 진실 공방'에 그쳤으나, 향후 국방부 수뇌부와 대통령실 등에 대한 수사로 한 발 나아간 셈이다.

지난 3~4월 조사본부 태스크포스(TF)를 방문해 출장 면담 형식으로 기초조사를 진행한 공수처는 조사본부 책임자였던 박경훈 전 조사본부장 직무대리를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하며 국방부 수뇌부의 개입 혐의를 추궁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팀은 혐의자 축소 과정에 개입한 것으로 의심되는 유재은 국방부 법무관리관을 이미 두 차례 불러 조사한 상태다. 윗선인 신범철 전 국방부 차관과 이 전 장관 등 조사를 남겨둔 상태다.

최근 일부 언론에서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를 인용해 "윤 대통령이 수사단의 수사권한 문제를 지적하며 야단을 쳤을 것"이라는 보도가 나오면서, 기자회견 때 밝힌 윤 대통령의 해명과 배치된다는 지적도 나왔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9일 기자회견에서 "'이런 일이 절대 일어나면 안된다'고 질책성 당부를 했다"고 한 바 있다.

대통령실은 해당 관계자의 사견일 뿐 사실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이 전 장관과 윤 대통령, 대통령실 사용 번호인 '02-800'의 통화, 박 군사보좌관과 임기훈 당시 대통령실 국방비서관과의 통화 등이 드러나면서 대통령실이 개입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더욱 증폭된 상황이다.

이같이 윗선 개입 정황들이 계속 드러나고 있는 가운데 이를 해소하기 위해선 공수처의 대통령실에 대한 수사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공수처는 현재까지는 대통령실·국가안보실 관계자 소환 계획은 없다고 선을 긋고 있다.

공수처는 최근 증폭된 '윗선 외압' 에 대한 외부의 의혹 제기와는 별개로 기존에 계획한 수사팀 일정표 대로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공수처 관계자는 "수사를 하다 보면 이 단계에서 원하는 내용이 나오지 않거나 알지 못하는 내용이 있을 수 있어 이전 단계로 넘어갈 수도 있다. 현재 상황에 대한 충분한 검토에 따라 (수사 단계가) 좌우될 것"이라고 말했다.

ausur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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