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탐욕, 제국주의 그 실상…'호추니엔: 시간과 클라우드'展

김일창 기자 2024. 6. 6.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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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지의 구름' '호텔 아포리아' '시간(타임)의 티' 중심…근대성과 亞 현재 탐구
아트선재센터, 싱가포르 작가 호추니엔 20년 작업 세계 집중 조명…8월 4일까지
아트선재센터에서 열리고 있는 '호추니엔: 시간과 클라우드'에서 관람객들이 호추니엔의 작품을 관람하고 있다. 2024.6.4/뉴스1 ⓒ 뉴스1 김일창 기자

(서울=뉴스1) 김일창 기자 = 싱가포르 작가 호 추 니엔(Ho Tzu Nyen)의 20년에 걸친 작업 세계를 밀도 있게 다루는 전시 '호추니엔: 시간과 클라우드'가 아트선재센터에서 오는 8월 4일까지 열린다.

작가는 싱가포르라는 단일 국가를 넘어 좁게는 동남아시아, 넓게는 아시아 근대성의 형성과 작동 그리고 현재와의 영향 관계를 사회, 문화, 정치, 경제 등 다양한 영역을 넘나들며 집중적으로 탐구해 왔다.

그에게 아시아 근대성은 서구의 변증법적 발전 논리로 설명될 수 없는 복합적이고 중층적인 문화적 현상이며, 복수의 근대성으로 요약된다.

이런 작가의 관점은 대표작 '동남아시아 비평사전'(The Critical Dictionary of Southeast Asia)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동남아시아와 근대성이라는 두 개의 큰 축으로 수집된 다양한 데이터 베이스들이 알파벳 순서로 나열되고, 알고리즘에 의해서 작동되는 이 사전은 근대적 의미의 백과사전과 같은 형식으로 정리될 수 없는 동남아시아의 혼종적 근대성을 집약한다.

지속해서 데이터가 증식되고 변형되는 이 프로젝트는 개별 단어들에 대한 집중적인 탐구를 수행하는 프로젝트로 진화되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시간(타임)의 티'(T for Time)는 작가의 이런 연구 방법론이 집결된 프로젝트이자 작가가 궁극적으로 살펴보고자 하는 아시아 근대성과 시간성에 대한 총체적인 연구의 결과물이다.

전시는 '미지의 구름'(The Cloud Of Unknowing)과 '호텔 아포리아'(Hotel Aporia), '시간(타임)의 티' 세 점의 작품이 중심이다.

아트선재센터가 이 작품들에 주목하는 이유는 일상-정치/문화-시간으로 이어지는 작가의 근대성에 대한 탐구가 이 작품들을 통해 집중적으로 드러나기 때문이다.

작가는 서구와 아시아, 아시아와 아시아, 제국과 식민지, 식민지와 식민지가 만나고 충돌하며 형성되는 새로운 공간으로써 아시아의 현재를 탐구한다.

아트선재센터에서 열리고 있는 '호추니엔: 시간과 클라우드'. 2024.6.4/뉴스1 ⓒ 뉴스1 김일창 기자

그러나 작가의 이런 탐구는 단순한 이분법적 대립 구조를 넘어, 수많은 다양한 근대성이 충돌하고 부서지며, 그것을 이해하면서도 오해하고, 새로운 가능성을 생성하고 확장하는 아시아의 현재를 설명하기 위한 것이다.

한국에서 처음으로 선보이는 영상설치작업 '호텔 아포리아'는 일본의 패권적 아시아주의에 대한 작가의 비판적 주해다. 싱가포르에서 태어나고 자란 작가는 싱가포르와 동남아시아가 경험한 역사적 제국주의와 세계화된 자본주의 형태로 변형된 동시대의 제국을 일본 제국주의를 관통하며 성찰한다.

'시간(타임)의 티'는 2채널 영상 설치 작업으로 근대성과 시간성의 문제를 동서양의 역사적, 문화적 배경과 더불어 펼쳐 보인다.

43개의 모니터 영상 설치 작업인 '타임피스'는 '시간(타임)의 티'를 구성하는 42개 챕터의 또 다른 응축적 이미지 영상물이다. 이 작업은 '시간(타임)의 티'의 문을 열고 그 내용을 증폭시키면서, 우리에게 시간을 사유할 수 있는 새로운 기회를 제공한다.

전시명 속 '클라우드'는 자연현상으로써 구름과 모호하고 알 수 없는 어떤 미지의 대상, 또 온라인을 통해서 접근할 수 있는 서버와 이런 서버에서 작동하는 소프트웨어와 데이터베이스를 아우르는 다층적인 의미를 갖는다.

작가에게 클라우드는 물질적인 것과 상상적인 것 모두를 포함하는 대상을 투사하기도 하고 감추기도 하는 빈 화면, 스크린과 같은 것이다.

따라서 클라우드는 작가의 작업 세계를 관통하며, 그의 세계관을 개념적으로 물리적으로 미학적으로 작동시키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아트선재센터는 이번 전시를 통해서 작가의 아시아 근대성에 대한 탐구를 재맥락화하고, 제국주의와 식민주의에 대한 동시대적 맥락을 다시 살펴보며, 근대성 이후의 문제를 시간의 의미와 더불어 성찰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ic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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