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사 2명 태운 보잉 우주선, 10년 우여곡절 끝에 성공?

곽노필 기자 2024. 6. 6. 0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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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노필의 미래창
우주정거장서 8일 머물다 귀환 예정
성공 땐 두번째 민간 유인우주선 탄생
우주비행사 2명을 태운 보잉의 유인 우주선 스타라이너가 5일 오전(현지시각) 미 플로리다 케이프커내버럴우주군기지에서 아틀라스5 로켓에 실려 이륙하고 있다. 스타라이너는 미국의 두번째 민간 유인 우주선이다. 보잉 제공

미국의 항공우주기업 보잉이 개발한 민간 우주선 스타라이너(정식 명칭은 ‘CST-100 스타라이너’)가 숱한 우여곡절 끝에 첫 유인 시험비행에 나섰다. 성공할 경우 스페이스엑스의 크루 드래건에 이어 미국의 두번째 민간 우주선이 탄생하게 된다.

스타라이너는 2명의 우주비행사를 태우고 5일 오전 10시52분(한국시각 오후 11시52분) 미 플로리다 케이프커내버럴우주군기지 41번 발사대에서 보잉·록히드마틴 합작기업인 유엘에이(ULA)의 아틀라스5 로켓에 실려 발사됐다. 스타라이너는 발사 15분만에 로켓과 성공적으로 분리돼 궤도 비행을 시작했다.

이번 비행의 목표는 국제우주정거장(ISS)을 왕복하는 것이다. 스타라이너는 약 26시간 후인 6일 오후 12시15분(한국시각 7일 오전 1시15분) 국제우주정거장에 도킹해 8일간 머문 뒤 지구로 돌아올 예정이다. 스타라이너에는 나사(미 항공우주국) 우주비행사 부치 윌모어(61)와 수니 윌리엄스(58)가 탑승했다. 이들은 우주선을 ‘칼립소’(Calypso)호로 명명했다. 칼립소는 20세기 최고의 해저 탐험가로 꼽히는 프랑스 자크 쿠스토(Jacque Cousteau)의 선박 이름이다.

빌 넬슨 나사 국장은 이륙 직후 “두 명의 용감한 나사 우주비행사가 새로운 우주선의 역사적인 첫 시험비행을 잘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스타라이너 우주선에서 발사를 기다리고 있는 우주비행사 부치 윌모어(61·오른쪽)와 수니 윌리엄스(58). 수니 윌리엄스는 유인 우주선 시험비행에 참여한 최초의 여성 우주비행사다. 웹방송 갈무리

내년부터 우주비행사 수송 임무 투입

스타라이너의 유인 비행은 2022년 5월 무인 시험비행 이후 약 2년 만에 이뤄진 것이다. 애초 2023년 실시할 예정이었으나 배선, 낙하산 장비 문제 등으로 연기됐다. 지난 5월6일 처음으로 발사대에 섰지만 발사 직전 로켓 밸브에 결함이 발견돼 발사가 취소됐고, 1일에도 발사 직전 기술적 문제로 카운트다운이 자동 중단되면서 일정이 한 달 더 늦어졌다.

2018~2019년 보잉 737맥스 두 차례 추락 사고와 올해 잇단 조립 불량 사고로 신뢰도가 크게 추락한 보잉으로선 이번 우주비행의 성공이 매우 절박한 상황이다.

이번 시험비행이 성공하면 나사는 2025년부터 스타라이너를 스페이스엑스의 크루 드래건과 함께 국제우주정거장 우주비행사 수송 임무에 투입할 계획이다. 나사는 보잉과 6번의 우주비행사 수송 계약을 맺은 상태다.

스타라이너의 탑승 인원은 적정 4명, 최대 7명으로 크루 드래건과 같다. 전체 크기는 스타라이너가 높이 5.2m, 지름 4.6m, 크루 드래건이 높이 8m, 지름 4m로 크루 드래건이 좀 더 길쭉하다. 승무원이 탑승하는 캡슐의 내부 용적은 스타라이너 (11㎥)가 크루 드래건(9.3㎥)보다 약간 넓다.

크루 드래건과 스타라이너의 가장 큰 차이점은 지구로 귀환하는 방식이다. 드래건은 해상으로 돌아오지만, 스타라이너는 4개의 낙하산과 에어백을 이용해 사막에 내려앉는다. 드래건의 착수 지역은 플로리다 앞 대서양 해상, 스타라이너의 착륙 지역은 과거 우주왕복선 활주로가 있던 뉴멕시코주 사막의 화이트샌즈 스페이스하버다.

스타라이너는 승무원 모듈과 서비스 모듈로 이뤄져 있는데, 승무원 모듈은 설계상 10번까지 사용할 수 있다. 승무원 모듈은 외부 충격에 더 잘 견딜 수 있도록, 이전의 우주선과 달리 용접 없이 볼트만으로 조립한 것이 특징이다.

2011년 우주왕복선 퇴역 이후 러시아 소유즈 우주선을 빌려 사용하던 미 항공우주국(나사)은 차세대 유인 우주선은 민간기업에 개발을 맡기기로 하고 2014년 보잉과 스페이스엑스를 개발업체로 선정했다. 계약 금액은 보잉이 42억달러(5조7천억원), 스페이스엑스가 26억달러(3조5천억원)였다. 계약 당시엔 2017년까지 첫 유인 시험비행을 목표로 했으나 두 회사 모두 이 일정을 지키지는 못했다.

국제우주정거장을 향해 날아가고 있는 스타라이너를 묘사한 그림. 보잉 제공

스페이스엑스보다 4년 늦은 유인 비행

나사는 계약 당시만 해도 100년이 넘는 역사의 보잉이 먼저 개발 작업을 마칠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결과는 정반대였다. 보잉은 10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첫 유인 시험비행을 시도한 반면, 2002년 출범한 스페이스엑스는 2020년 유인 시험비행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8차례 우주비행사 수송 임무와 4차례 민간인 유인 우주비행을 합쳐 모두 13차례 유인 비행에 성공했다. 특히 일정이 더 늦어진 보잉은 48억달러로 늘어난 개발 비용 가운데 14억달러를 부담해야 했다.

스타라이너는 2019년 12월 첫 무인 시험비행에서 소프트웨어 이상으로 국제우주정거장까지 가지 못하고, 2022년 5월 두번째 무인 시험비행에서도 우주정거장 왕복은 성공했으나 추진기 고장 등 기술적 문제를 보여줬다.

스티븐 스티치 나사 민간유인우주선프로그램(CCP) 매니저는 “안전한 우주 임무 수행을 위해선 서로 다른 2개의 우주선이 필요하다”며 “두번째 민간 유인우주선을 발사할 수 있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스타라이너는 1960년대의 머큐리, 제미니, 아폴로와 1980년대 우주왕복선, 2020년 스페이스엑스의 크루드래건에 이는 미국의 여섯번째 유인 우주선이다.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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