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따라 바뀌는 국민의힘 지도체제? ‘2등’에 쏠리는 관심[이런정치]
“한동훈 독주하면 흥행 못 해 ‘수석최고위원’ 장치 둔 듯” 평가
나경원·안철수·유승민·원희룡·윤상현 등 당권주자 결심 주목
일단 ‘반발’하는 친윤계 “한동훈 한 명 때문에 체제를 바꾸나”
[헤럴드경제=신현주 기자] 황우여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기존 단일지도체제에서 ‘2인 지도체제’로 변화를 예고한 가운데 당권주자들의 셈법이 빨라지고 있다. ‘한동훈 대세론’이 강해지자 당내에서는 다른 당권주자들이 ‘들러리’ 역할에 자원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했지만 대표가 물러날 경우 ‘전당대회 2등’이 당대표 권한대행을 할 가능성이 열렸기 때문이다.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이 당대표직에 오르더라도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할 것이라고 보는 친윤계도 당헌당규 개정 여부를 주목하는 분위기다.
6일 여권에 따르면 국민의힘 당헌당규특별위원회는 오는 7일 당 지도체제를 논의한다. 오는 11일 전당대회 룰 개정 여부를 최종 결정하기로 정한 만큼 속도감 있게 논의를 이어가겠다는 취지다. 특위는 ▷단일지도체제(당대표 중심) ▷집단지도체제 ▷하이브리드체제 중에서 결정된 것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황 위원장이 공개 제안한 하이브리드체제에 무게가 실리는 모양새다. 국민의힘 지도부 관계자는 “여상규 당헌당규특별위원장은 황 위원장의 추천으로 위원장직을 수행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황 위원장의 입장이 반영될 수 밖에 없다”며 “여 위원장이 평소 ‘그립’이 세다는 것을 감안했을 때 황 위원장의 그림대로 갈 가능성이 클 듯 하다”고 했다.
황 위원장이 전당대회 흥행을 고려해 ‘2인 지도체제’를 고안해냈다는 것이 주된 평가다. 국민의힘 전당대회 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는 “한 전 위원장이 출마하면 모든 표가 한 전 위원장에게 쏠릴 것”이라며 “한 사람의 독주하면 다른 당권주자들이 당대표직에 도전하지 않을 테니 수석최고위원이라는 장치를 둔 것 같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비대위 관계자는 “되려 나경원, 안철수 의원은 서울시장과 대선으로 직행하는 것이 낫다고 판단할 수 있다”며 “한 전 위원장이 나오면 ‘들러리’가 된다는 인식이 있었을 것이다. 2인 지도체제가 나경원, 안철수 의원의 출마를 이끌지는 미지수지만 원외에 있거나 상대적으로 지지율이 낮은 당권주자들은 출마하려고 할 것”이라고 전했다.
한 전 위원장을 제외한 당권주자들은 출마를 고심하면서도 입지를 넓히고 있다. 나경원 의원은 본인이 결성한 ‘인구와 기후, 그리고 내일(PACT)’ 포럼을 정식 국회의원 연구단체로 등록했는데 향후 세 결집의 장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나 의원은 지난달 30~31일 진행된 국회의원 워크숍에서도 의원들을 찾아다니며 스킨십을 이어갔다고 한다. 안철수 의원도 본인의 강점인 AI관련 법을 1호 법안으로 발의하며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안 의원은 바이오 기업 대표 출신인 최수진 의원과 함께 바이오 포럼도 만들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여의도와 거리가 있는 후보들도 주변에 출마 의사를 밝히는 등 몸풀기를 예고했다. 유승민 전 의원은 최근 주변에 출마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고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도 출마 여부를 고심 중이다. 국민의힘 선관위원은 “당대표 선거에서 1등을 하지 않아도 지도부에 입성할 수 있다면 유 전 의원처럼 당 밖에 오래 있던 사람들이 출마하지 않겠느냐”며 “정치인은 ‘직함’이 없으면 잊혀질 수 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친윤계는 반발하고 있다. 황우여 비대위는 전당대회를 치루기 위해 구성되었을 뿐 당헌당규를 바꿀 권한이 없다는 주장이다. 친윤계 의원은 “한 전 위원장 한 명 때문에 룰을 바꾸는 것이 낫냐”며 “전당대회 룰에 일반 여론조사가 들어가는 것 또한 이해할 수 없다. 7대3(당원투표 70%·일반 여론조사 30%)도 많다. 정 (전당대회 룰을) 바꿔야 한다면 8대2가 적절하다”고 반박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한 전 위원장의 정치력으로는 2년 임기를 다 채울 수 없다. 이번에도 대표직에서 자진사퇴한다면 정치생명을 담보하기 어렵다”며 “친윤계에서는 이를 알기 때문에 굳이 긁어 부스럼을 만들고 싶지 않은 것이다. 가만히 있으면 알아서 정리되지 않겠냐”고 했다.
다만 황 위원장이 2인 지도체제를 예고한 것이 이러한 친윤계 불만을 반영한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황 위원장은 지난 5일 원외 당협위원장들과 만나 ‘극단적으로 당대표를 뽑아서 몇 달 만에 그만두면 어떻게 하냐. 그럴 때 부통령처럼 당대표직을 수행할 수 있는 사람이 있으면 좋겠는데 그것이 전당대회 2등이었으면 좋겠다’는 취지로 발언한 것으로 전해진다. 한 전 위원장이 그만두는 상황을 대비해 친윤계 당권주자가 지도부에 입성할 명분을 마련해줬다는 것이다. 국민의힘 의원은 “당초 하이브리드체제에서 3명이 당선권이라고 했다가 2명으로 좁힌 이유는 ‘당대표 궐위’ 상황을 고려한 것”이라며 “전당대회를 흥행시켜야 하는 입장에서는 이렇게 아무런 주자도 안 나오는 것보다 친윤계든 비윤계든 나오는 것이 맞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친윤계에서도 ‘유승민이 2등이 되면 어떡하냐’는 위기감을 느끼지 않겠냐”고 말했다.
newk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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