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단 사원과 똑같은 유니폼 입은 회장님…‘반도체 슈퍼을’ 노린다

양연호 기자(yeonho8902@mk.co.kr) 2024. 6. 6. 0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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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성엔지니어링, 차세대반도체 공정 첫 상용화
황철주 주성엔지니어링 회장. 황 회장은 말단 사원과 똑같은 유니폼을 입는다 [사진 = 매경DB]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업체 ASML은 7nm(나노미터·10억분의 1m) 이하 미세 공정에 필요한 극자외선(EUV) 노광 장비를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생산한다. 1대당 가격이 2500억원에 달하는 이 회사의 EUV 장비를 사기 위해 삼성전자와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업체인 대만 TSMC 등이 번호표를 뽑고 기다려야 할 만큼 ASML은 ‘슈퍼 을’이다.

반도체 장비 중견기업 주성엔지니어링을 이끌고 있는 황철주 회장(사진)이 ASML의 아성에 도전장을 던졌다. 기판에 촘촘히 트랜지스터를 심어야 했던 실리콘 반도체의 미세 공정 한계를 극복할 대안으로 소재 혁신의 원천기술을 상용화하는 데 성공하면서다.

황 회장은 5일 경기 용인 R&D센터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실리콘 등 하부 기판 종류에 관계없이 어떤 전기전자 회로도 값싸게 구현할 수 있는 ‘3-5족 화합물 반도체’ 공정을 세계 최초로 상용화했다”며 “새 공정으로 기존 공정보다 10배 이상 수율(정상제품 비율)이 높은 제품을 만들 수 있다”고 밝혔다. 이번 기술을 통해 기존 반도체보다 성능과 내구성은 훨씬 좋으면서 더 얇고 작은 제품 생산을 가능하다는 게 황 회장의 설명이다.

그동안 메모리와 비메모리 반도체 제조는 4족 원소인 실리콘 위에서만 가능했다. 실리콘은 낮은 가격 대비 높은 성능을 구현할 수 있어 그동안 반도체 칩을 구성하는 핵심 재료로 쓰였다. 하지만 반도체의 정보 처리량이 늘고 미세 공정이 사실상 한계에 가까이 가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자, 실리콘 반도체를 이를 대체할 새로운 제품의 재료로 3-5족 화합물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3-5족 화합물 반도체는 실리콘 대신 주기율표상 3족과 5족에 해당하는 원소를 결합한 것이다. 갈륨질소(GaN), 갈륨비소(GaAs), 인듐인(InP), 인듐안티몬(INSb) 등이 있다.

3-5족 화합물 반도체는 트랜지스터를 소형화하는 과정에서 겪는 리소그래피 기술(실리콘 칩 표면 처리 기술) 한계는 물론, 작아진 반도체 소자에서 발생하는 발열과 전류 누설 등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물질로 꼽힌다. 공정을 미세하게 쪼개지 않아도 물질 특성상 전자 이동속도가 매우 빨라 성능에 아무 문제가 없기 때문이다. 3-5족 화합물 반도체에서 전자의 이동속도는 기존 실리콘 반도체보다 수십 배 빠르다. 전기 사용도 기존 실리콘 반도체에 비해 10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황철주 주성엔지니어링 회장
황 회장은 “새로운 기술은 차세대 반도체·디스플레이뿐만 아니라 고효율 태양전지에도 모두 적용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황 회장은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 업체 ASM에서 10년간 근무한 반도체 장비 엔지니어 1세대다. 그의 취미는 20년이 넘는 세월 동안 한결같다. 바로 세계를 놀라게 할 반도체 장비 개발이다. D램 제조 핵심인 캐패서터 전용 화학기상증착기(CVD)와 반도체원자층증착기(ALD) 같은 장비를 세계 최초로 개발·양산했던 황 회장의 신화가 또 다시 재현될 지 주목된다.

해당 공정을 활용하면 차세대 디스플레이인 마이크로 발광다이오드(LED)와 차세대 반도체 기판인 유리기판의 수율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릴 수 있다. 애플과 인텔을 비롯한 글로벌 테크기업들로부터 러브콜이 예상된다. 황 회장은 “이미 애플, 인텔 등과 기술 적용 논의를 시작했다”며 “궁극적으로는 반도체 미세 공정 한계를 극복하고, ASML이 독점하고 있는 EUV 장비까지 대체가 가능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에 따르면 실리콘을 대체할 화합물 반도체 시장 규모는 지난 2021년 379억3500만달러(약 52조원)에서 오는 2027년 557억8400만달러(약 78조원)까지 확대될 전망이다. 최근 삼성전자는 미국에서 열린 삼성 파운드리 포럼에서 내년부터 화합물 반도체 일종인 GaN 화합물 반도체 파운드리를 시작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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