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프링캠프 시작 전부터 '주전' 못박았던 명장… 2478일 만의 KIA전 5연승, 윤동희의 성실함과 노력이 만든 결과 [MD광주]
[마이데일리 = 광주 박승환 기자] "일단 벤치 분위기가 너무 좋아졌어요"
롯데 자이언츠 윤동희는 5일 광주-기아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2024 신한은행 SOL Bank KBO리그 KIA 타이거즈와 팀 간 시즌 7차전 원정 맞대결에 우익수, 2번 타자로 선발 출전해 5타수 3안타 4타점 1득점으로 펄펄 날아올랐다.
이제는 완전히 정상궤도에 올라온 모습이다. 지난 2022년 신인드래프트 2차 3라운드 전체 24순위로 롯데의 선택을 받은 뒤 데뷔 첫 시즌 1군에서 4경기에 출전하는데 그쳤던 윤동희는 지난해 107경기에 출전해 111안타 2홈런 41타점 45득점 타율 0.287 OPS 0.687으로 활약하며 혜성같이 등장했다. 윤동희는 인상적인 활약으로 항저우아시안게임(AG)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고,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 대표팀에 승선하며 최고의 한 해를 보냈다.
이에 지난해 겨울 새롭게 롯데의 지휘봉을 잡게 된 김태형 감독은 스프링캠프 일정을 시작하는 과정에서 윤동희를 '주전'으로 못 박았다. 그만큼 윤동희에 대한 기대가 컸다. 그리고 윤동희는 시범경기 4경기에서 5안타 1홈런 타율 0.385로 예열을 시작했는데, 정규시즌이 시작된 직후 윤동희의 타격감이 갑작스럽게 떨어지기 시작했다. 윤동희는 3월 7경기에서 타율 0.261을 기록하는데 그쳤고, 4월에는 타율 0.229로 더 추락했다.
그래도 긍정적인 요소가 있다면, 4월 하순부터 조금씩 '반등'의 조짐을 보이기 시작했다는 점이었다. 그 결과 윤동희는 완벽히 부활했다. 특히 지난 4월 27일 NC 다이노스전을 시작으로 5월 12일 LG 트윈스와 맞대결까지 12경기 연속 안타를 터뜨린 결과 4월 17일 0.200까지 떨어졌던 시즌 타율을 0.275까지 끌어올렸다. 물론 안타를 생산하지 못하는 경기도 있었지만, 좋지 않은 흐름은 곧바로 끊어내는 등 불방망이를 휘두른 윤동희는 5월 34안타 1홈런 9타점 23득점 타율 0.366으로 대폭발했다.
6월 일정이 시작된 후 옆구리 통증으로 잠시 자리를 비웠지만, 윤동희이 타격감에는 지장이 없었다. 윤동희는 6월 첫 줄전이었던 4일 KIA전에서 2안타 1타점 1득점으로 팀 승리에 큰 힘을 보태더니, 이날 3안타를 휘몰아치며 팀 승리의 선봉장에 섰다. 이날 승리로 롯데는 지난 2017년 이후 무려 2478일 만에 KIA를 상대로 5연승을 질주했고, 주중 3연전의 위닝시리즈를 확정지었다.
김태형 감독도 경기가 끝나고 윤동희에 대한 칭찬을 아낌 없이 쏟아냈다. 사령탑은 3회 윤동희와 고승민의 좋은 주루 플레이가 경기 흐름을 우리 쪽으로 계속 끌고 갈 수 있게 해줬다"며 "타선에서는 윤동희와 이정훈이 3안타로 타선에서 집중력 있는 모습을 보여줬다"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경기가 끝난 뒤 윤동희는 3회 2루 주자였던 상황에서 빅터 레이예스의 2루수 내야 안타에 홈을 파고들었던 상황에 대한 질문을 받았다. 그는 "일단 바운드가 컸다. 때문에 충분히 실수가 나오거나, 야수가 어렵게 잡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처음부터 홈까지 갈 수 있겠다는 생각으로 뛰었다. 그리고 (고)영민 코치님의 사인을 받고 더 확신을 갖고 뛰었다"고 활짝 웃었다.
올해 롯데는 굉장히 적극적으로 '발야구'를 선보이고 있다. 6일 경기 종료 시점에서 팀 도루는 54개로 리그 5위에 랭크돼 있다. 지난해 101도루를 기록했던 것을 고려하면, 반환점을 돌지 않은 가운데 벌써 절반 이상의 팀 도루를 기록 중이다. 특히 수치로 드러나지 않는 공격적인 주루플레이로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도루 개수가 많은 편은 아니지만, 이날 윤동희가 3회에 선보였던 주루는 수치적으로 드러날 수 없는 적극적인 러닝이었다.
윤동희는 "일단 형들이 워낙 야구장에서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여주시기 때문에, 보고 따라 하지 않을 수가 없다. 때문에 공 하나에 어린 선수들이 더 열심히 뛰려고 하는 것 같다. 또 유재신, 고영민 코치님께서 말을 쉬지 않을 정도로 상황에 대해 많이 알려 주시고, 이해하기 쉽게 해주신다. 때문에 우리도 더 빠르게 판단을 할 수 있고, 지금처럼 더 뛰는 상황이 만들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유독 광주만 오면 약해졌던 윤동희. 하지만 전날(4일)에 이어 이틀 연속 윤동희의 방망이는 뜨거웠다. 이에 윤동희는 "(광주에서 약했던 것을) 의식했다. 광주만 오면 이상하게 공도 잘 안보이는 것 같은게 작년부터 있었다. 그래서 이번주에는 이를 깨봐야 하지 않나 생각을 가졌고, 잘 풀려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고 싱긋 웃었다.
1할대 추락 위기까지 몰렸던 윤동희의 타율은 6일 경기 종료 시점에서 0.306까지 올라왔다. 어떤 것이 달라졌을까. 그는 "타격폼에 대한 수정도 있었다. 느낌적인 설명을 하자면 이전까지 테이크백을 한 뒤 바로 방망이를 내밀었다면, 지금은 조금 더 뒤에 머물렀다가 나가는 느낌이다. 때문에 상체의 쏠림이 이전보다 적다. 그리고 테이크백을 한 뒤 가만히 있었던 팔을 지금은 더 뒤로 움직인다. 그래야 타구에 힘이 더 실릴 것 같았다. 매 타석 적극적으로 치고, 스트라이크존에 들어오는 웬만한 공을 다 치자는 생각을 가지니 좋은 결과가 나왔다"고 말했다.
'리드오프'에서의 공격력도 나쁘지 않았지만, 황성빈이 1번의 역할을 맡게 되면서 2번으로 타순에 대한 변화가 생긴 것도 윤동희에겐 도움이 됐다. "(황성빈의 1번 출전이) 내겐 아주 큰 도움이 되는 것 같다. 빠른 주자가 있으면 투·포수 모두 주자를 신경 쓸 수밖에 없다. 그렇게 될 경우 빠른 계열의 볼이 많이 올 수밖에 없는데, 나는 직구만 생각하다 보니 (항)성빈이 형 덕분에 타석에서 유리한 점이 있다"고 밝혔다.
5월 취재진과 만났을 당시 윤동희는 크게 여유가 없어 보였다. 미래를 내다보기엔 맞닥뜨린 경기의 결과가 더 중요했던 까닭. 하지만 롯데가 조금씩 상승세를 타면서 여유도 생겼고, 팀 분위기도 훨씬 좋아졌다. 윤동희는 "일단 벤치 분위기가 너무 좋아졌다. 물론 시즌 초반에도 좋았지만, 팀이 이겨야 좋아진다. 선수들이 개인보다는 동료들을 응원해 주는 분위기라서 흐름이 끊겨도 더 좋은 흐름을 만들어내는 것 같다. 특히 타자들의 경우 개인 성적이 좋지 않으면 심리적으로 쫓기는데, 우리 타자들이 안정적으로 야구를 하다 보니 심리적으로도 여유를 느끼고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윤동희의 올 시즌 목표는 지난해보다 좋은 성적을 내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커리어하이' 시즌이 확실하다. 윤동희는 비시즌 특타를 자청할 정도로 성실한 훈련 태도를 갖고 있는데, 그 결과가 나오고 있는 셈. 장타율과 출루율이 눈에 띄게 좋아졌다. 그는 "작년엔 전경기에 출전하지 못했다. 한 경기에 안타 한 개씩만 쳐도 144개가 아닌가. 그렇게만 된다면 작년보다 더 좋은 성적이 될 수밖에 없다"며 "홈런과 장타를 많이 치겠다는 식으로 이야기를 했는데, 장타를 노리는 것보다 내 스윙을 통해 타구를 강하게 날려보낼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김태형 감독은 어린 선수들이 들뜨거나 오버하는 것을 고려, 말을 아끼는 편에 속하는 사령탑이다. 하지만 스프링캠프를 출발하는 과정에서 주전으로 점찍었던 것에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 그럴 수밖에 없었던 보이지 않는 노력, 성실함이 지금의 윤동희를 만들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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