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왕고래’ 기대감 부푸는데…석유·가스 기업들은 ‘신중’ 왜? [비즈360]
올해 연말부터 탐사 시추…경제성 판단 내년 상반기 예상
성공 가능성 20%…석유·가스업계 “진행 상황 지켜봐야”
[헤럴드경제=정윤희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경북 포항 영일만 앞바다에 막대한 양의 석유·가스 매장 가능성을 직접 발표하면서 기대감이 커지고 있지만 정작 석유·가스 등 에너지 업계는 ‘신중모드’다. 아직까지 경제성 판단 등이 진행되지 않은 만큼 “상황을 지켜봐야 할 것”이라며 조심스러운 기색이다. 정부는 오는 12월부터 경제성 판단을 위한 시추 탐사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석유공사는 12월부터 동해 8광구와 6-1 광구 북부에 걸친 해역에서 탐사 시추에 들어간다. 이른바 ‘대왕고래 프로젝트’다. ‘대왕고래’는 탐사 대상 해역 7개 중 석유·가스전이 발견될 가능성이 가장 높은 해역으로, 예상 매장 자원은 가스가 75%, 석유가 25%다.
이미 석유공사는 지난달 초 세계적 해양 시추업체 노르웨이 시드릴과 시추선 ‘웨스트 카펠라’ 사용 계약을 맺었다. 웨스트 카펠라는 삼성중공업이 지난 2008년 건조한 선박이다.
정부는 지질 탐사 전문기업 미국 액트지오(Act-Geo)사로부터 받은 물리 탐사 분석 결과를 교차 검증해 영일만 일대에 140억 배럴 규모의 석유·가스가 매장돼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140억 배럴은 우리나라 전체가 천연가스는 최대 29년, 석유는 최대 4년 넘게 쓸 수 있는 양이다. 현재 가치로 따지면 삼성전자 시가총액의 5배(약 2200조원) 정도 된다는 것이 정부의 추산이다.
이에 주식시장에서는 석유·가스 관련 종목이 한때 급등하는 등 국민적 관심이 쏠렸다. 동시에 분석을 진행한 액트지오에 대한 궁금증도 높아지며 액트지오의 비토르 아브레우 박사가 지난 5일 입국, 오는 7일 관련 내용에 대해 공식 기자회견을 가지기로 한 상태다.
다만, 에너지 업계에서는 섣부른 낙관론을 경계하고 있다. 해당 소식이 전해진 후 주식시장에서 석유·가스 관련주가 요동친 것과는 대조적인 분위기다.
아직까지 매장 가능성만 확인됐을 뿐, 본격적인 시추 작업이 진행되지도 않은 만큼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는 설명이다. 또, 과거 박정희 정부 당시에도 영일만 석유 개발을 추진했으나 경제성 문제로 좌절된 사례가 있는 만큼 경제성 평가가 관건이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경제성 평가 결과는 내년 상반기 중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지금은 영일만 일대에 석유·가스가 있을 확률이 있다 정도인 단계고, 조사 자료를 기업들에 공개한 것도 아니라서 현재 시점에서는 개별 기업들이 별다른 얘기를 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또다른 업계 관계자 역시 “만약 실제로 석유·가스가 있고 해외에서 가져오는 것보다 더 경제적이라고 하면 (국내 기업들도) 나설 수 있겠지만 가정에 가정을 더한 전망”이라며 “사실 아직까지는 다들 반신반의 하는 분위기가 크다”고 했다.
정부와 한국석유공사는 ‘대왕고래 프로젝트’를 준비하며 국내 에너지 업계에도 철통보안을 지킨 것으로 전해졌다. 대부분의 석유·가스 기업들은 해당 사실을 윤 대통령의 국정브리핑을 통해 접한 것이다.
정부와 석유공사는 해외 전문기관으로부터 탐사 시추 성공 가능성이 20% 정도 된다는 결과를 받았다고 밝혔다. 자원 탐사에서 20%면 상당히 높은 성공률이라는 평가다. 시추 비용은 구멍 1개를 뚫는데 1000억원 이상으로, 최소 5차례 시추가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탐사 시추 후 경제성이 있다고 판단되면 오는 2027년경 착공, 2035년 상업생산에 들어간다는 계획이다.
유재선 하나증권 연구원은 “아직 탐사 초기 단계로 확신을 갖기에는 다소 이른 시점”이라며 “추가적인 진행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고 평가했다.
변용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향후 해당 유전이 실제로 상업화되기까지는 7~10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며 경제성 평가 등에서 좌초될 가능성도 당연히 있다”면서도 “실패 가능성이 높은 자원개발이라고 해 마냥 허황된 소리로 치부할 것만도 아니며 올해 하반기부터 있을 시추공 작업 등의 진행과정을 지켜볼 일”이라고 했다.
에너지 업계 또다른 관계자는 “해양시추는 높은 기술력과 비용이 필요하고 기간이 오래 걸리는 사업”이라며 “해당 프로젝트는 정부·공기업이 주도하면서 우리나라가 산유국임을 증명하는 차원이라고 생각되며 경제성이나 국내 에너지기업들에 도움이 되느냐 등은 언급하기 이르다 본다”고 말했다.
yuni@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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