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례없던 與 빠진 '반쪽개원'...野 국회의장 선출 이어 원구성도 강행하나

김도현 기자, 박소연 기자, 오문영 기자, 박상곤 기자 2024. 6. 6. 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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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
(서울=뉴스1) 김민지 기자 = 22대 국회 첫 본회의가 여당인 국민의힘 불참 속에 열린 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본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국민의힘 불참 속 본회의를 열고 총 투표수 192표 중 189표로 우원식 의원을 22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으로 뽑았다. 2024.6.5/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김민지 기자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의원(5선·서울 노원갑)이 국회의장으로 선출되며 제22대 국회가 첫발을 뗐지만 여당이 출석을 보이콧해 반쪽짜리 국회로 파행했다. 제헌국회 이후 집권 여당이 불참한 가운데 야당 단독으로 국회가 열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우 신임 국회의장은 취임사에서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견제 의지를 밝혔다.

우 의장은 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에서 열린 제22대 국회 첫 본회의에서 총투표수 192표 중 189표를 얻어 전반기 국회의장으로 선출됐다. 의장 선출을 위해 열린 이날 본회의는 의장이 부재한 탓에 국회법에 따라 최고령(1958년생)·최다선(6선)인 추미애 민주당 의원이 임시 의장을 맡아 진행했다. 추 의원은 우 의장이 당선된 뒤 의사봉을 넘기고 단상에서 내려왔다.

이어 치러진 국회부의장 선거에서 총투표수 188표 중 187표를 얻은 4선인 이학영 민주당 의원이 전반기 국회의장으로 선출됐다. 국회의장은 원내 1당 몫이지만 두 자리의 국회부의장은 원내교섭단체에서 선출해 통상 1·2당 몫으로 여겨진다. 민주당은 후보를 냈지만 국민의힘은 원 구성 협상이 진행 중이란 이유로 국회부의장 후보를 내지 않았다. 의장단 선출이 과반의 제1당 주도 아래 반쪽으로 이뤄진 것은 1967년 7월(제7대)과 2020년 6월(제21대)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다.

국민의힘은 추경호 원내대표만이 항의를 위해 본회의장에 들어갔으며 나머지 의원들은 로비(로텐더홀)에서 민주당을 규탄하는 피켓시위를 열었다. 추 원내대표는 본회의장에서 "6월 5일 첫 본회의를 열고 의장단을 선출한다고 돼 있지만 이 조항은 여야가 협의해 의사일정에 합의해 회의를 개최하라는 조항"이라며 "민주당은 법대로 하자고 외치지만 사실은 다수의 힘으로 오늘 회의를 연 것"이라고 했다.

추 원내대표는 "국회는 언제나 다수당과 소수당, 1당과 2당이 존재한다. 하지만 소수당에 대한 존중 없는 다수결의 원리는 작동되지 않았다"며 "선배들은 어떤 상황에서도 상대를 설득하는 합의의 정신을 중요한 가치로 여겨왔다"고 했다. 그러면서 "여야가 힘을 합쳐 국회를 운영하고 민생을 챙기는 것을 국민의 명령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서울=뉴시스] 고승민 기자 =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15회국회(임시회)에서 의사진행 발언을 마친 후 우원식 국회의장 후보 옆으로 지나며 퇴장하고 있다. 2024.06.05. kkssmm99@newsis.com /사진=고승민


발언 후 본회의장을 퇴장에 연단에 오른 박성준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민주당은 10차례 이상 여야 만남을 통해 국회법을 준수해 오늘(5일) 의장을 선출하자고 계속 예기해왔고 절차적 과정 또한 준수하고 있다"고 즉각 반박했다. 박 원내수석부대표는 "국민의힘이 원 구성을 늦추는 것도 대통령실 눈치를 보고 그동안 거수기 역할을 했다는 것을 다시 한번 증명한 것"이라며 "국회법대로 우리는 계속해서 나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우원식 의장도 취임사에서 정부·여당을 향해 압박을 가했다. 우 의장은 "여당 소속 의원들이 (국회의장) 선거에 참여하지 않은 것은 참으로 유감"이라며 "제22대 국회 첫 본회의가 국민에게 어떻게 평가받을지 함께 성찰하고 숙고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새 정부 출범 2년이 지났는데 국민의 삶이 나빠졌다는 평가가 압도적"이라며 "사회·경제뿐만 아니라 정치적으로도 그렇다"고 말했다.

우 의장은 "대통령의 과도한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는 삼권분립을 훼손하고 헌법을 이탈하는 행위임을 분명히 밝힌다. 법치주의 훼손하고 우회하는 시행령 또한 마찬가지"라며 "이번 국회에서도 입법권이 제대로 쓰이지 못하면 국회의 신뢰 위기는 깊어지고 민생과 개혁 위기는 임계점을 넘고 만다. 국회법이 정한 시한을 지켜 원 구성 마쳐야 한다. 7일 자정까지 상임위원회 선임안을 제출해달라"고 못을 박았다.

국회법에 따른 국회 원 구성 협상 시한은 오는 7일이다. 국민의힘이 보이콧한 주된 이유는 민주당이 주요 상임위원장을 독식하겠단 의지를 내비쳐서다. 민주당은 18개 상임위원회 가운데 법제사법위원회, 운영위원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등을 확보 우선순위 1~3위로 정해두고 국민의힘과 원 구성 협의를 진행 중이다.

법사위는 다른 상임위에서 다뤄진 법안들을 본회의에 상정할지 여부를 판단한다. 사실상의 상원 역할이란 평가가 나올 정도로 권한이 막강하다. 이에 따라 그동안 원내 1당이 국회의장을 배출하는 대신 2당이 법사위 위원장직을 맡고, 운영위의 경우 대통령실을 맡고 있어 여당이 위원장직을 맡는 게 관례처럼 이어져 왔다. 여당이자 2당인 국민의힘은 법사위·운영위 모두를 뺏길 수 없다고 맞서고 있다.

[서울=뉴시스] 권창회 기자 =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원 구성 등 22대 국회 개원 관련 협상을 위한 양당 원내대표 회동을 마치고 발언하고 있다. 2024.06.05. kch0523@newsis.com /사진=권창회


민주당은 여당과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할 경우 표결을 통해 단독으로 원 구성 안건을 처리하겠다고 거듭 밝혀 왔다. 본회의에 앞서 열린 추경호 원내대표와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의 원 구성 회동도 소득 없이 마무리됐다. 본회의 직후 우원식 신임 국회의장 집무실에서 여야 원내대표 회동이 공지됐지만 추 원내대표는 불참했다.

민주당은 국회법에 따라 오는 7일 본회의에서 단독 표결을 강행할 가능성이 높다. 여당이 이를 막을 방법은 현실적으로 없는 상황이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현재 국민의힘이 전략이 없을 수밖에 없는 게, 쓸 수 있는 카드가 없다. 국회의 대화와 협상 원칙을 강조하는 것 말고 대안을 마련하기가 어렵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선 최악의 경우 21대 국회처럼 국민의힘 의원들이 약 1년간 상임위에 불참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국민의힘은 저출생·민생·세제개편 등 14개 분과에 걸쳐 당내 정책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적극적으로 의견을 낸다는 방침이다. 다만 상임위 밖에서 내는 당내 특위의 영향력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도현 기자 ok_kd@mt.co.kr 박소연 기자 soyunp@mt.co.kr 오문영 기자 omy0722@mt.co.kr 박상곤 기자 gone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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