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불붙은 '대북전단' 논란…표현의 자유냐 접경지역 생존권이냐

이기범 기자 이시명 기자 2024. 6. 6. 0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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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전단 미러링한 북한 오물풍선…탈북단체는 대북전단 살포 예고
대북전단금지법 위헌 판결 나왔지만, 접경지역 주민들은 불안 호소
평화와 연대를 위한 접경지역 주민·종교·시민사회 연석회의 회원들이 3일 오전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 앞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대북전단 살포를 중단하라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4.6.3/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서울=뉴스1) 이기범 이시명 기자 = "대한민국에 대한 삐라 살포가 우리 인민의 표현의 자유에 해당하며 한국 국민들의 알 권리를 보장하는 것으로서 이를 당장 제지시키는 데는 한계점이 있다. 대한민국 정부에 정중히 양해를 구하는 바이다."

오물풍선은 대북전단의 '미러링'(거울반사)이다. 적어도 북한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내놓은 오물풍선의 논리 형식상 그렇다. 대북전단은 오래된 논쟁거리이지만, 이번 오물풍선 사태로 다시금 현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북한은 오물풍선을 대북전단의 거울 쌍처럼 얘기하고, 탈북민단체는 오물풍선에 다시 대북전단으로 맞대응한다는 입장이다. 결국 오물풍선 사태의 핵심엔 대북전단의 딜레마가 있다. 표현의 자유냐 한반도 긴장 고조로 인한 접경 지역 주민 안전이냐 하는 문제다.

◇대북전단 살포 예고한 탈북단체…접경지역 주민은 불안 호소

6일 탈북단체에 따르면 이들은 이르면 이날부터 대북전단 살포에 나설 예정이다. 기상 상황에 따라 변동될 여지가 있지만, 당초 예고한 대로 작업을 강행할 것으로 보인다. 박상학 자유북한운동연합 대표는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가 대남 오물풍선 도발에 대해 사과하지 않으면 당신이 행한 만행의 천 배, 만 배로 보복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 단체는 지난 3일 대북전단 20만 장, K팝·트로트 동영상 등을 저장한 USB 2000개를 대북 풍선에 실어 6일쯤 보내겠다고 예고했다. 또 지난달 10일 인천 강화도에서 대북전단 30만 장과 K-팝·트로트 등이 저장된 USB 2000개를 풍선에 담아 북한에 보낸 바 있다.

접경 지역 주민들은 불안을 호소하고 있다. 북한이 대북전단 살포에 맞대응한다는 이유로 지난달 28일부터 지난 2일까지 3500여 개 오물풍선을 보낸 데 이어 서해상에 GPS 전파 교란 공격을 시도하자 정부가 북한과 합의한 9·19 군사합의 효력을 정지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연평도 주민인 박태원 서해5도 평화운동본부 상임대표는 "서해5도에서는 5월 29일부터 현재까지 이어진 북의 GPS 전파 교란으로 조업을 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바다로 조업을 나가도 GPS가 교란돼 배의 위치가 NLL 북쪽으로 월선한 것처럼 표시되고 해도에서 어구를 찾을 수도 없어 빈손으로 돌아오는 경우도 있다"고 주민 피해 상황을 전했다.

실제로 백령도 주민 차태순 씨는 "최근 북한의 GPS 교란으로 조업도 못 했는데, 이제는 북한이 포를 쏘는 무력도발을 감행해도 가만히 있다가 당해야 할 판"이라고 토로했다.

연평도 주민 김응철 씨도 "북한의 GPS 교란 공격으로 최근 평소보다 50% 적은 꽃게를 낚아 올린 뒤 귀가해서 가계 유지에 충격이 있을 것 같은데, 이제는 군사합의 파기로 생사까지 고민해야 하는 처지에 놓이게 됐다"고 불안한 심경을 밝혔다.

지난 3일 평화와 연대를 위한 접경지역 주민·종교·시민사회 연석회의 기자회견에 참석한 파주 주민 김민혁 씨(26·남)도 "대남 풍선이 다수 떨어진 접경 지역인 파주 시민들은 요즘 같은 시절이면 더 큰 걱정을 안고 살게 된다"며 "평화를 위해 대북전단 살포는 지금 당장 중단돼야 한다"고 호소했다.

탈북민 단체인 자유북한운동연합은 지난 10일 밤 인천시 강화도에서 대북전단 30만장, K팝, 트로트 동영상 등을 저장한 USB 2천개를 20개의 애드벌룬으로 보냈다고 13일 밝혔다. (자유북한운동연합 제공) 2024.5.13/뉴스1

◇표현의 자유 vs 실효성 없이 주민 생존권 위협

대북전단 살포를 주도하는 탈북민단체는 표현의 자유를 주장한다. 정부는 지난해 헌법재판소의 '대북전단살포금지법' 위헌 결정이나오자 대북전단 살포 자체를 자체를 요청하거나 이를 제한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당시 헌재는 입법 목적이 정당하다고 봤지만 "심판대상조항에 따라 제한되는 표현의 내용이 매우 광범위하고 최후의 수단이 되어야 할 국가형벌권까지 동원한 것이어서 표현의 자유를 지나치게 제한한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전문가들 사이에선 대북전단이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021년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에서 발간하는 학술지 통일정책연구에 실린 '민간 대북전단의 목적과 효과 연구' 논문은 "현재 민간 주도의 대북전단이 전달하는 김정은에 대한 원색적 비난과 북한 체제에 대한 폭로가 엘리트 계층의 심리적 동요 상태를 유발했다고 가정하더라도 실질적 행동 변화에 나설 것이라 예상하기는 어렵다"며 "오히려 해당 계층에게 역효과를 자아낼 가능성마저 존재한다"고 진단했다.

최영준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초빙교수(전 통일부 차관)는 지난 5일 '남북 간 전단 문제의 경과, 전망 및 제언'이라는 제목의 극동문제연구소(IFES) 브리프를 통해 "전단 문제는 남북의 조치가 서로 영향을 미치는 상호성의 성격을 가지고 있다"면서 "가시 돋친 언사를 통한 감정적 대응보다는 실사구시적 측면에서 차분히 문제해결에 집중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대북인권단체에서 활동했던 전수미 굿로이어스 공인제보센터 변호사는 "소명을 갖고 대북전단을 보내는 분들도 있지만, 실제 북한 인권과 관련 없는 자극적인 내용을 보내는 게 실질적인 효과는 없으면서 접경 지역 주민분들의 생존권을 위협한다는 측면에서 문제가 될 수 있다"며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북한의 특성을 봤을 때 국민들이 피해를 볼 수 있는 대북전단 살포는 자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Ktiger@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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