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증은 질병의 시초”… 10년 이상 건강한 생활 습관 들여야
나이가 들수록 병원을 찾는 사람이 늘어나고, 특히 중환자실 환자의 대부분은 고령인이다. 한국인 평균 수명은 85세를 넘어서면서 많은 분이 말년 10~20년을 질병으로 고생하면서 ‘노인 빈곤’에 빠지게 된다. 우리나라는 이미 38개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노인 빈곤율 1위국 오명을 10여 년간 쓰고 있다.
최고의 치병(治病)은 단연코 예방이다. ‘인체는 반복 자극으로 손상되는 물질’로 단순하게 이해하면 질병 예방에 크게 도움된다. 질병의 시작은 세포 염증이다. 염증은 원래 인체 보호 반응이다. 하지만 장기간 반복적으로 염증이 생기면 질병으로 진행된다. 그래서 염증을 ‘침묵의 살인자’라고 부른다.
염증은 외부-내부 유도 물질에 의해 발생한다. 외부 유도 물질로는 술·담배 등 몸 밖에서 들어오는 것이다. 매일 먹는 음식도 적당하면 건강 유지에 아주 중요하지만, 과다 섭취하면 염증 유도 물질로 변한다.
내부 유도 물질로는 스트레스로 인해 발생하는 스트레스 호르몬과 위산·담즙 등 정상 생리 대사 물질이 있다. 스트레스 호르몬은 인체 내 면역세포를 자극해 염증 중개 물질을 만든다. 정상 생리 대사 물질도 원래 작용해야 할 장소가 아닌 곳에 있게 되면 염증 유도 물질로 바뀐다. 예컨대 위산이 위가 아닌 식도에 있으면 염증 유도 물질로 되는 것이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은 외부와 내부의 염증 유도 물질은 ‘물질’이기에 절대로 스스로 유입되거나 생성되지 않는다. 인간이 오랫동안 반복적으로 이어진 습관(고리)으로 인한 결과물인 것이다.
스트레스로 인해 감정이 생기면 음주·흡연·폭식 같은 반복적인 행동을 통해 긴장을 해소하는 보상을 받기도 한다. ‘스트레스→ 감정→반복 행동→보상’이라는 ‘습관 고리’가 고착화되면 비슷한 상황에서도 같은 행동을 하면서 외부-내부 염증 유도 물질이 유입·생성된다. 건강하지 않은 생활 습관을 장시간 반복하면 염증이 생기면서 질병으로 이어진다.
인간은 평생 염증에 노출될 수밖에 없는 외부 및 내부 기능적 특성을 갖고 있다. 외부 특성으로는 염증 유발 인자인 세균은 몸 안팎에 상존하고, 담배·술은 물론 삶이 풍요로워지면서 언제든지 염증 유도 물질로 돌변하는 음식이 주변에 늘려 있다.
습관 고리를 활성화시키는 육체·정신적 스트레스 상황은 가치관과 자라온 배경이 다른 사람들과 섞여 사는 삶 중에서 절대 피할 수 없다. 셰익스피어의 희곡에서 잘 설명돼 있다.
파블로프 조건 반사가 증명하듯이 형체 없는 과거 기억을 상기하면 두뇌는 즉시 현 상황으로 인식되고 인체 생리 반응을 일으키면서 타액 같은 가시적 물질을 만든다. 어린 시절 극심한 몸과 마음에 고통을 줬던 상처(경험)는 바위에 각인된 문양처럼 장기 기억으로 저장된다. 성인으로 성장하는 수십 년 동안 그 기억이 수시로 상기되면 그때마다 염증 유도 물질이 생성돼 염증이 생긴다.
결국 성인 시기에 다양한 질병에 노출돼 잊지 못한 부정적 과거 기억은 질병 원인이다. 또한 인간 오감은 대부분 현대 질병(노화, 고혈압, 관상동맥 질환, 대사증후군, 당뇨병, 우울증, 암 등)의 세포 병리 현상인 저등급 염증을 즉시 감지하지 못한다.
질병 발생은 유전·환경적 요인이 매우 중요하다. 또한 생활하면서 맞닿는 스트레스 상황을 인식·해석하고, 감정을 조절하고 습관 고리를 조정하는 개인적 요소도 질병 발생에 주요 변수다. 반면 용서는 질병을 유발하는 스트레스 상황을 의도적으로 재해석해 건강을 지키는 방책이 된다.
병은 일단 발생하면 며칠에서 몇 년에 걸쳐 진행된다. 아침에 세수하듯이 질병 예방을 위한 행동이 몸에 배려면 10년 정도 걸린다. ‘질병 예방 10년 법칙’이다.
결국 건강한 노후를 맞으려면 젊을 때부터 건강한 생활 습관을 들이는 지혜가 필요하다. 특히 일상생활에서 무의식적으로 진행되는 ‘스트레스→ 감정→반복 행동→보상’이라는 습관 고리를 3자 입장에서 객관적으로 세밀히 관찰하는 힘(力)을 기르기를 추천한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dkw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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