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 코앞 ‘위험천만’…“사유지라 손도 못 대”
[앵커]
올 여름에는 특히 평년보다 많은 비가 내릴 거로 예보돼 급경사지의 경우 산사태나 붕괴 사고의 우려가 큽니다.
하지만, 사유지는 경제적 이유 등으로 사실상 손도 못 대는 경우가 많아 주민들이 고스란히 위험에 노출돼 있습니다.
최위지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부산의 한 아파트 옹벽.
흙더미와 나무가 낙석방지망에 아슬아슬하게 걸려있습니다.
지난해 여름 붕괴된 곳이지만, 복구는 되지 않고, 출입 통제선만 설치됐습니다.
사유지이기 때문입니다.
당장, 5미터 앞 아파트를 덮칠 수 있는 위태로운 상황, 구청이 땅 주인에게 '긴급안전조치 명령'을 내렸지만 강제 조치는 없었습니다.
[아파트 관계자/음성변조 : "우리 소유가 아니고 소유주가 한 180명 되는 소유주가 따로 있는데 우리도 피해자죠."]
또 다른 아파트의 옹벽.
세로로 길게 균열이 갔습니다.
물이 제대로 빠지지 않아 생기는 '배부름 현상'도 나타납니다.
이 옹벽에서는 지난해 점검 때 균열 등이 발견돼 구청이 아파트에 안전 진단과 보수·보강을 지시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아파트 측은 이 곳을 그대로 방치하고 있습니다.
공사를 감당할 경제적 여유가 없기 때문입니다.
[아파트 관계자/음성변조 : "펜스치고 저쪽에 물길 내는 거, 우수관 보수하는 건데 그게 4천만 원 들거든요. 그러니까 뭐 보강 공사까지 하려고 하면 돈 몇억 들죠."]
3년 전 암석과 토사가 쏟아진 급경사지, 도로 일부는 아직도 통제중입니다.
구청이 안전 조치를 하려 했지만, 적극 반대하고 나선 건, 오히려 땅 주인이었습니다.
땅 값이 떨어진다는 겁니다.
결국 안전사고를 우려한 구청이, 울며겨자먹기로 땅을 사야했습니다.
안전 조치에 대한 구상금을 청구하거나, 미이행시 과태료를 내도록 한 규정은 있으나마나입니다.
[부산시 관계자/음성변조 : "전 재산을 투입해야 하는 그런 상황도 있어서 현실적으로 이런 문제가 있다고 해서 그분들한테 경각심을 일으켜 주는 차원까지가 (최선입니다)."]
전국 지자체가 관리중인 급경사지 2만 여곳 가운데, 사유지는 3천 여 곳.
사실상 산사태가 난 뒤에야 안전 조치가 가능하지만, 땅 주인이 거부하면 손도 댈 수 없습니다.
인근 주민들은 붕괴 위험 속에 살고 있지만, 현실적 대책은 마련되지 않고 있습니다.
KBS 뉴스 최위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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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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