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입대 10일차 ‘얼차려 사망’ 막을 기회 22번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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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군 훈련병이 규정에 어긋난 군기훈련(얼차려)을 받다가 입대 열흘 만에 숨지는 사건이 발생한 가운데, 지난 3년간 육군에서 군기훈련 규정을 어겨 견책 이상의 징계를 받은 간부가 20명이 넘는 것으로 확인됐다.
한겨레가 정성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확보한 육해공군의 지난 3년간 군기훈련 규정 위반 내역을 5일 보면, 2021∼2023년 사이 22명의 간부가 군기훈련 규정을 위반해 견책 이상의 징계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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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자의적 군기훈련 관습 근절 못 해
육군 훈련병이 규정에 어긋난 군기훈련(얼차려)을 받다가 입대 열흘 만에 숨지는 사건이 발생한 가운데, 지난 3년간 육군에서 군기훈련 규정을 어겨 견책 이상의 징계를 받은 간부가 20명이 넘는 것으로 확인됐다.
군기훈련의 규정상 정의는 ‘군기 확립을 위해 지휘관이 인권침해 소지가 없도록 지시하는 정신수양과 체력단련’이지만, 실상은 징벌적 속성이 강해 개인 감정에 따라 가혹행위로 변질될 여지가 크다는 지적이 뒤따른다.
한겨레가 정성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확보한 육해공군의 지난 3년간 군기훈련 규정 위반 내역을 5일 보면, 2021∼2023년 사이 22명의 간부가 군기훈련 규정을 위반해 견책 이상의 징계를 받았다. 이 중 대다수는 육군(21명)이었고, 나머지 1명만 공군이었다. 해군은 군기훈련 위반으로 적발된 간부가 없었다. 다만 이는 각 군 본부에서 견책 이상의 징계 기록이 남은 경우에 한해서 집계한 것으로, 보고되지 않은 규정 위반 사례는 이보다 크게 많을 것으로 보인다. 군기훈련은 과거 ‘얼차려’로 불리며 규정 없이 이뤄지다가, 2020년 군인복무기본법 시행령이 개정되며 비로소 제한사항 등 규정이 구체화됐다.
적발된 사례 중엔 규정에 없는 방법으로 군기훈련을 시켜 징계를 받은 경우가 9건으로 가장 많았다. 군기훈련은 일과시간에 하는 것이 원칙이고, 실시 방법과 횟수, 휴식 시간 등이 규정돼 있지만, ‘얼차려 시절’의 자의적인 군기훈련이 근절되지 않고 있는 셈이다. 지난달 목숨을 잃은 훈련병 또한 쓰러지기 직전 규정에 없는 완전군장 차림의 구보(달리기)와 선착순 달리기 등의 군기훈련을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된 상태다.
공군에서는 2021년 한 장교가 학군후보생 41명의 태도가 불량하다며 ‘곰걸음(암워킹)’ ‘누워서 다리들기’ ‘앞뒤로 취침 후 일어서기’ 등을 시켰다가 근신 5일의 징계 처분을 받았다. 모두 공군 군기훈련 규정에 없는 방식이다. 육군에서도 규정에 없거나 일과시간 이외에 군기훈련을 시켜 징계를 받은 경우가 21건 중 8건으로 가장 흔했다.
군기훈련 명령 권한이 없는 간부가 군기훈련을 시켜 징계를 받은 사례도 6건이나 있었다. 육군의 한 간부는 명령권자가 아님에도 상습적으로 군기훈련을 명령해 정직 3개월의 중징계를 받기도 했다. 육군에서는 중대급 이상의 단위 부대의 장이나, 대대장급 이상의 지휘관만 군기훈련을 명령할 수 있다.
군기훈련 명령권자(집행자)가 반드시 군기훈련 현장에서 감독해야 한다는 규정이 지켜지지 않은 경우도 있었다. 이는 안전문제에 대응하기 위해서인데, 해당 육군 지휘관은 군기훈련 결과를 상부에 보고해야 한다는 규정도 지키지 않아 감봉 3개월의 징계 처분을 받았다.
이외에도 정당한 사유 없이 군기훈련을 시키거나, 군기훈련 대상자에게 소명기회를 부여하지 않아 징계가 내려진 사례도 있다. 정성호 의원은 “규정을 어긴 군기훈련은 군 현장에서 이보다 더 흔할 것으로 보인다”며 “훈련병 사망 사건을 계기로 군기훈련에 대한 전반적인 점검과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징벌적 속성이 있는 군기훈련 특성상 규정이 있다해도 지켜지기 어려운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형남 군인권센터 사무국장은 “군기훈련이 기본적으로 신체적인 고통을 주는 방식이기 때문에 명령권자의 감정과 기분 같은 사적 요소가 영향을 안 미칠 수 없다. 아무리 객관성을 유지하려고 해도 한계가 있고 그러다 보니 사고로 이어지는 것”이라며 “대민봉사처럼 인권침해 요소가 없는 대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심우삼 기자 wu3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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