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집로드] '면플레이션'도 막지 못한 여름 통과의례, 평양냉면 맛집

김성화 다이어리알 기자 2024. 6. 6.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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슴슴하지만 결코 단순하지 않은 맛
냉면 한그릇에 오롯이 담긴 취향
2022년 재개발로 문을 닫았던 을지면옥이 낙원동에서 새롭게 문을 열고 마니아들의 곁으로 돌아왔다. /사진=다이어리알
성큼 다가온 여름, 골목 한식당들은 외벽에 냉면, 콩국수, 막국수 등 계절 메뉴의 시작을 알리며 하절기 장사를 준비한다. 평양냉면은 극성 마니아를 보유한, 사시사철 사랑받는 음식으로 여름이 성수기다. 살얼음 동동 띄운 고기 육수의 구수한 풍미와 냉기를 머금은 면발에 새콤한 무생채까지 곁들이면 무더위에 달아난 입맛을 기분 좋게 되돌려 놓기 때문.

해마다 오르는 냉면 값도 주요 여름 맞이 이슈다. 올해는 고물가 영향으로 전체 외식 물가가 상승함에 따라 대부분의 냉면집도 가격 인상을 피할 수 없었다. 국제 곡물가격 상승으로 상대적으로 저렴한 축에 속했던 면류 음식값이 전체적으로 인상되는 현상을 빗대어 '면플레이션'(면+인플레이션)이라는 신조어가 등장했다.

서울 평양냉면의 역사가 된 종로, 중구 등 유명 냉면집 앞은 웨이팅과 가격 부담을 감수하면서도 세월의 맛과 분위기를 좇아 찾아온 손님들로 영업 전부터 긴 줄이 늘어선다. 이 공간들은 단순히 '냉면 한 그릇'을 파는 기능적 의미를 넘어 여름을 상징하는 서울 올드타운의 풍경으로 자리하고 있다.

◆을지면옥
오랜 현판을 그대로 사용하는 을지면옥의 외부. /사진=다이어리알
최근 종로에서 반가운 소식이 들려왔다. 1985년 을지로에서 시작하여 37년간 영업을 했으나 2022년 7월 재개발로 인해 오랜 고객들의 아쉬움 속에 문을 닫은 대표적인 평양냉면 노포 '을지면옥'이 낙원동에서 새로운 시작을 알려온 것.

세운 지구에서 마지막 영업을 하던 당시 을지면옥은 재오픈 계획이 당분간 없음을 밝혔기에 마지막으로 추억을 남기기 위해 BTS(방탄소년단)의 RM을 비롯한 많은 이들이 방문해 인증샷을 남겨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는 을지면옥이 단순한 식당이 아니라 냉면 한 그릇을 내어주며 서울 시민들의 삶 속에 스며들어 있었던 세월만큼 이를 함께 누려온 이들이 자생적으로 만들어낸 서사다.

새로 오픈한 매장은 지상 5층 규모의 단독 건물로 낙원상가 뒤 종로세무서 골목에 있다. 을지면옥의 오랜 현판을 살린 간판이 건물 외벽에 걸리면서 오픈 전부터 많은 평냉(평양냉면) 마니아들의 기대를 불러일으켰고 지난 4월 재오픈과 동시에 반가운 마음에 한달음에 달려간 손님들로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을지면옥은 흔히 냉면 마니아들이 구별하는 의정부, 우래옥, 장충동 계열 중 '의정부 계열'에 속한다. 그 뿌리는 의정부 평양면옥으로 을지면옥은 창업주의 둘째 딸이 운영하고 있다.

메뉴는 간단하다. 냉면과 비빔냉면, 그리고 수육과 편육이 전부다. 불고기 메뉴도 있지만 성수기에는 맛보기 힘들다. 물론 을지면옥의 상징과도 같은 평양냉면 손님들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의정부 계열 냉면은 소고기와 돼지고기를 섞어 뽑아낸 맑은 육수가 특징으로 육향이 부담스럽지 않고 은은하게 배어 차가운 국물에 더욱 적합하며 술술 넘어간다는 평이다. 얇게 뽑은 쫄깃한 면발과 고명으로 대파와 고춧가루, 달걀, 그리고 소고기와 돼지고기 수육을 함께 올려낸다.
을지면옥의 편육은 부드럽게 삶아 냉면에 곁들여 먹기 좋다. /사진=다이어리알
육수를 한 모금 들이켜면 은은하게 퍼지는 파와 고춧가루의 향이 복합적으로 느껴지며 함께 제공된 배추와 무김치도 뾰족하지 않은 맛을 내어 냉면과 조화롭게 어우러진다. 냉면과 함께 즐기기 좋은 사이드로 수육과 편육이 있는데 수육은 소고기, 편육은 돼지고기 메뉴다. 과거 평양냉면의 본고장인 관서지역에서는 추운 겨울 돼지를 삶아 차게 식혀 두고두고 먹었던 풍습이 있었던 만큼 정석대로 부드럽게 삶은 담백한 편육에 냉면을 곁들이는 비중이 더 높다.

슴슴하지만 결코 단순하지 않은 맛 때문인지 어느 날부터 평양냉면을 좋아하면 소위 '미식가'라는 타이틀이 붙으면서 음식계의 단골 논쟁거리가 됐다. 평양냉면 전문점들도 가게에 따라 육수에 집중한 곳, 메밀 면에 특색을 더한 곳 등 맛이 획일화되어 있지 않다는 점도 평양냉면 마니아들의 몰입을 더하는 요소다.

물론 열렬한 마니아도 있지만 왜 먹는지 모르겠다는 사람들도 여전히 많다. 분명한 것은 음식도 결국 취향의 영역이지 우열의 영역은 아니라는 것. 은은한 맛 자체를 즐기든지 식초와 겨자를 풀어 새콤하게 즐기든지 냉면은 변치 않는 여름의 통과의례다.

◆우래옥
우래옥은 진한 빛깔에 고기 육수의 깊은 맛이 특징이다. /사진=다이어리알
1946년 개업한 이래 서울을 대표하는 평양냉면 전문점으로 꾸준한 명성을 이어가고 있다. 오로지 국내산 식재료만을 사용하며 진한 빛깔을 자랑하는 고기 육수의 깊은 맛이 특징이다.

전통의 평양냉면도 일품이지만 새콤달콤한 김치말이 냉면도 못지않은 인기 메뉴며 면과 함께 밥을 말아 제공한다. 소갈비와 불고기 등 냉면과 함께 즐길 수 있는 일품 메뉴들이 탄탄하며 넓은 내부를 자랑하지만 사계절 웨이팅은 필수다.

◆필동면옥
필동면옥은 소고기와 돼지고기를 함께 우려낸 맑은 육수로 평양냉면 초보도 호불호 없이 즐길 수 있다. /사진=다이어리알
중구 필동에 자리하고 있는 평양냉면 전문점이다. 을지면옥과 함께 의정부 평양면옥을 뿌리로 두고 있다. 거칠지 않은 얇은 면발과 투명한 육수, 그리고 고운 고춧가루가 뿌려진 기본에 충실한 냉면을 선보이며 소고기와 돼지고기를 함께 우려낸 육수가 특징이다.

풍성한 감칠맛에 평양냉면 초보도 크게 호불호 없이 즐길 수 있는 편. 함께 판매하는 제육은 질 좋은 고기를 잘 삶아서 독특한 새우젓 양념에 살짝 찍어 먹는 맛이 일품이다.

◆정인면옥
정인면옥은 평양냉면 전통의 맛을 계승한 것으로 유명하며 1++ 한우로만 만드는 진한 육수가 특징이다. /사진=다이어리알
1972년 시작된 평양냉면 전문점. 광명시에서 시작해 2014년 서울 여의도로 이전했다. 현 대표가 이북 출신인 외조부로부터 전수받은 평양냉면 전통의 맛을 계승해나가고 있으며 상호는 부모님의 함자를 합쳐지었다.

최고의 식재료에 대한 고집을 지키며 평양냉면을 비롯한 만두, 녹두전, 수육 등의 메뉴를 선보이고 있다. 메밀의 특성이 살아있는 굵은 면발은 주문 즉시 손 반죽을 하여 뽑아내며 1++ 한우로만 만드는 진한 육수가 특징이다.

김성화 다이어리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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