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천수해 1년] 별방리 '홍반장' 박우락 이장 "비소식만 들어도 걱정돼요"

황수빈 2024. 6. 6.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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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7월 예천, 봉화, 영주 등 경북 북부지역에 내린 폭우로 산사태 등이 발생하며 26명이 사망하는 큰 피해가 발생했다. 연합뉴스는 폭우 피해 1년을 한 달 앞두고 피해 복구, 이재민 생활, 문제점 등을 짚어보는 기사 2꼭지를 송고합니다.]

지난 4일 만난 박우락(62) 경북 예천군 감천면 벌방리 이장은 지난해 7월 마을을 덮쳤던 폭우와 산사태를 회상하며 이같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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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종 주민에 아직도 마음의 짐…평생 트라우마로 안고 살아야 할 듯"
"고령자들 여전히 임시주택 거주…예천군이 이주단지 조성 속도 냈으면"
벌방리 마을 (예천=연합뉴스) 황수빈 기자 = 4일 경북 예천군 벌방리에서 복구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2024.6.6 [촬영 김종운] hsb@yna.co.kr

[※ 편집자 주 = 지난해 7월 예천, 봉화, 영주 등 경북 북부지역에 내린 폭우로 산사태 등이 발생하며 26명이 사망하는 큰 피해가 발생했다. 연합뉴스는 폭우 피해 1년을 한 달 앞두고 피해 복구, 이재민 생활, 문제점 등을 짚어보는 기사 2꼭지를 송고합니다.]

(예천=연합뉴스) 황수빈 기자 = "비 소식만 들어도 걱정이 돼요. 평생 트라우마로 안고 살아야 할 듯합니다."

지난 4일 만난 박우락(62) 경북 예천군 감천면 벌방리 이장은 지난해 7월 마을을 덮쳤던 폭우와 산사태를 회상하며 이같이 말했다.

당시 예천군에는 모두 15명이 사망했고 벌방리에서만 마을 주민 2명이 하천에 휩쓸리며 실종됐다.

박 이장은 "수해가 난 지 1년이 다 돼가지만, 실종된 주민들에 대해서 아직도 마음의 짐을 안고 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마을주민들은 박 이장처럼 비만 오면 예민해진다고 한다. 이전에는 심심하면 하천 주변을 걷거나 쉬기도 했지만, 이제는 그러지 못하는 실정이다.

그는 "예천군에서 1년 가까이 주민들을 위해 심리치료를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서진 집 (예천=연합뉴스) 황수빈 기자 = 4일 경북 예천군 벌방리에 한 주택이 지난해 수해로 입은 피해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2024.6.6 hsb@yna.co.kr

박 이장에게는 폭우로 집을 잃어버려 1년째 임시주택에서 살아가는 마을 주민들도 또 다른 마음의 짐이다.

예천군은 일부 수재민들이 거처를 옮길 수 있도록 벌방리 마을 옆에 이주단지를 조성하고 있지만 속도가 더딘 상황이다. 이주단지는 하천 인근에 사는 경우 등과 같이 원래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주민들을 위해 계획됐다.

대부분 고령인 임시주택 거주민들은 기약 없이 이주단지 조성만 기다리고 있다고 박 이장은 설명했다. 이 중에는 93세 할머니도 있다.

그는 "일부 터 소유주와 토지 매입 절차가 복잡해져서 조성이 늦어지고 있다"라며 "이주단지 조성에 대해서 예천군이 조금만 더 힘을 내 속도를 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박 이장은 수해 아픔을 다시 겪지 않도록 체계적인 재난 대비 교육 프로그램이 생겼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주단지에 대피소 겸 다목적 시설이 들어설 예정인데 거기서 재난 대비 교육도 진행하면 좋을 것 같다"며 "마을마다 이곳에서 대피 매뉴얼에 대해 배우게 되면 재난 시 대처를 더 잘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재난 교육 시스템이 갖춰지면 실종된 두 분에 대한 마음의 짐을 덜 수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박 이장은 지난해 여름 폭우가 쏟아져 내릴 때 마을 주민들을 적극적으로 구조하고 추가 피해 예방 활동에 나섰었다.

당시 그는 폭우가 내리는 새벽에 소방대원들과 함께 연락이 닿지 않는 마을 주민 2명을 찾아 나서 구조하기도 했다.

그는 수해 당시 생명의 위협에 처한 벌방리 주민들을 적극 구조하고 추가 피해 예방 및 복구 활동에 기여한 공로로 예천군 출향 인사들 모임 정심회(正心會)로부터 2023년 '제34회 정심상(正心賞)' 수상자중 한명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박우락 이장 [본인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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