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 “바이든 인지 기능 저하” 보도에 분노 폭발
백악관 “사실 아냐, 정치적 동기 있는 기사”
민주당 의원들은 “우리 얘기는 왜 제외했나” 비판
바이든의 ‘고령 리스크’ 뇌관 우려
조 바이든 대통령의 ‘인지 저하 조짐’ 의혹을 보도한 월스트리트저널(WSJ) 보도에 대해 백악관과 민주당이 5일 분노를 쏟아냈다. WSJ는 전날 45명의 증언을 토대로 “바이든이 지난해부터 비공개 회의 등서 인지 저하 조짐이 있다”고 했는데, 공화당 일부 인사의 의견이 과다 반영된 불공정한 보도라는 것이다. 만 81세로 재선에 도전하는 바이든의 ‘고령 리스크’는 11월 대선을 앞두고 민주당이 가장 우려하는 뇌관이다.
WSJ 인터뷰에 응한 민주당 의원들은 이날 일제히 “기사와는 정반대되는 내용을 말했는데 우리 의견은 하나도 반영이 되지 않았다”고 했다. 낸시 펠로시 전 연방 하원의장은 X(옛 트위터)에서 “바이든을 직접 겪으며 본 그의 지혜, 경험, 전략적 사고에 대해 얘기했지만 언론이 이를 무시하고 공화당의 공격에만 초점을 맞췄다”고 했다. 바이든의 최측근인 크리스 쿤스 상원의원 역시 “복잡한 외교 문제를 주제로 얘기하며 느낀 대통령의 샤프함에 대해 얘기했는데 생략된 건 안타까운 일”이라고 했다.
WSJ 보도를 보면 바이든은 올해 1월 우크라이나 군사 지원에 관한 회의에서 24명의 의회 인사를 맞았는데, 움직임이 굼떴던 탓에 회의 시작까지 10분이 걸렸다고 한다. 한 참석자는 “그 자리에 있던 모두가 불편함을 느꼈을 것”이라고 했다. 지난해 5월 부채 한도 인상에 관한 자리에선 “바이든이 때때로 즉흥적인 모습을 보였고, 이미 해결된 의제들을 재론했다”고 한다. 바이든이 보좌관에 질문을 미루고, 목소리가 너무 작아 들리지 않거나 회의 도중 눈을 감는 사례 등도 인용됐다. 공화당 소속인 케빈 맥카시 전 하원의장은 “내가 알던 예전의 바이든이 아니다”라고 했다.
백악관은 이번 보도에 대해 “사실이 아니고 정치적인 동기가 있다”고 비판했다. 앤드루 베이츠 백악관 부통령 비서실장은 X에서 맥카시가 과거 바이든을 “매우 전문적이고 똑똑하다”고 칭찬했던 것을 언급했다. 벤 라볼트 공보담당 국장 역시 “공화당이 본인들이 이전에 했던 말과 모순되는 메시지 전략을 선거 기간에 사용하는 건 놀라운 일”이라며 이를 ‘카사블랑카에서의 도박’이라고 표현했다. 정치적으로 ‘무리수’를 두고 있다는 것이다. 라볼트 국장은 WSJ에 대해서도 “완벽한 실수를 했다”며 “누구의 지시를 받는건지 궁금하다”고 했다. 폴리티코는 “백악관은 바이든 재임 기간 WSJ의 뉴스 운영을 높게 평가하며 종종 기자회견에서 이 기자들이 질문하도록 선정했다”며 “이번 일로 내부 직원들이 WSJ가 당파적으로 돌아간다 보고 있어 심각한 긴장 상태에 놓여있다”고 했다.
WSJ 대변인은 백악관과 민주당의 잇딴 비판에 “기사를 지지한다”는 것 외에 별다른 입장을 내지 않았다. 기사를 보도한 애니 린스키 WSJ 기자의 X에는 민주당 성향 지지자들이 몰려 들어 “공화당 광대들의 얘기냐” “기소된 중죄인(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기사나 쓰라”는 댓글이 1000개 가까이 달렸다. 백악관과 민주당, 그리고 바이든 지지자들이 기사 하나에 이렇게까지 민감하게 반응하는 건 ‘고령 리스크’가 불리한걸 넘어 대선의 승패까지 좌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바이든은 이미 역대 최고령 대통령이고 재선에 성공하면 만 86세까지 임기를 수행하게 된다. 이 때문에 상당수 미국 유권자들이 ‘만 77세인 트럼프가 바이든보다 대통령직을 수행하기에 나은 정신적·신체적 건강을 지니고 있다’고 보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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