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룡 200년]⑧ 영화 쥬라기 월드에 조언한 공룡학자 “한국은 공룡 연구의 최전선…깃털 공룡 나올 수도”
영화에 나온 깃털 공룡은 최신 연구 성과 반영
한국도 깃털 공룡 나올 백악기 지층 있어
지금은 공룡 연구 전성기, 학자 늘고 기술 발전
1824년 영국 지질학자인 윌리엄 버클랜드가 거대한 턱뼈와 날카로운 이빨을 가진 화석에 ‘거대한 도마뱀’이라는 뜻으로 ‘메갈로사우루스’라는 이름을 붙여 발표했다. 훗날 메갈로사우루스는 학명을 받은 최초의 공룡 화석으로 인정받았다.
올해는 최초의 공룡 화석이 나온 지 200년을 맞는 해다. 그동안 공룡은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영화 ‘쥬라기 공원’ 시리즈를 계기로 대중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다. 공룡은 화석을 벗어나 스크린 안에서 살아 숨 쉬며 사람들의 상상력을 자극했다.
스티브 브루사테(40) 스코틀랜드 에든버러대 교수는 조선비즈와 이메일 인터뷰에서 “공룡은 모든 아이가 푹 빠질 정도로 멋지고, 환상적”이라며 “공부하는 재미도 많이 느낄 수 있는 소재”라고 공룡의 매력을 설명했다. 그는 쥬라기 공원을 이은 쥬라기 월드 시리즈에서 제작진이 자문한 과학자이다. 2022년 개봉한 영화 ‘쥬라기 월드: 도미니언’은 브루사테 교수가 조언한 대로 처음으로 깃털 달린 공룡을 등장시켰다.
브루사테 교수는 아직 젊은 축에 들지만 지금까지 15종이 넘는 공룡을 발견해 세계적인 공룡 연구자로 꼽힌다. 그는 어릴 적 영화 쥬라기 공원에서 공룡을 접하고 공룡을 연구하는 고생물학자가 됐다고 했다. 그는 현재 공룡과 척추고생물의 신체 구조와 진화 과정을 연구하고 있다. 쥬라기 월드 시리즈의 자문 외에도 방송과 책을 통해 공룡을 대중에게 알리는 데에도 힘쓰고 있다.
브루사테 교수는 자신을 포함한 고생물학자를 ‘형사’에 비유했다. 그는 “공룡은 1억5000만년 이상을 살아온 만큼 다양한 기후, 지구 온난화, 화산과 같은 환경 변화를 견뎌왔다”며 “실제 동물들이 기후와 환경 변화에 어떻게 반응했는지 말해주는 과거의 단서로, 오늘날 현재를 이해하고 기후 변화에 대비하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브루사테 교수는 공룡 연구 200주년을 맞은 지금이 고생물학 역사상 가장 흥미로운 시기라고 꼽았다. 그는 “최근 공룡을 포함한 고생물학 분야는 매우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며 “전 세계에서 매주 한 번씩 새로운 공룡 종이 나오니, 매년 약 50종의 새로운 공룡을 찾는 셈”이라고 말했다.
브루사테 교수는 최근 공룡 연구가 활발한 이유로 꾸준한 연구자 유입과 새로운 기술의 발전을 들었다. 브루사테 교수는 “유럽과 북미뿐 아니라 중국, 아르헨티나, 브라질, 몽골, 남아프리카와 같은 곳에서 공룡을 찾는 젊은 연구자들이 계속해서 나오고 있다”며 “뼈를 속속들이 볼 수 있는 컴퓨터단층사진(CAT) 스캐너, 피부와 깃털 색을 밝히는 고성능 현미경, 뼈를 분류하고 진화를 연구하는 인공지능(AI)의 발전으로 새로운 것을 계속 발견할 수 있다”고 했다.
브루사테 교수도 AI와 기계학습을 공룡 연구에 적용할 예정이다. 기존의 화석 분석 방법은 특정 부위의 길이나 비율, 각도를 직접 측정해 기록했다. 때문에 화석을 단편적으로 분류할 수밖에 없었다. AI에 지금까지 발견된 화석 정보를 학습시키면 화석을 다각도로 분석해 분류하거나, 새로운 공룡 종을 빠르게 식별할 수 있다. 그는 “AI와 기계학습이 연구는 물론 사회와 문화를 재편할 것”이라며 “새로운 도구를 사용하는 것에 대해 두려움이 있을 수 있지만, 화석 분야에서 잠재력이 크다고 본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밝혀진 공룡 종류는 2000종에 달한다. 하지만 브루사테 교수는 여전히 새로 발견해야 할 공룡이 많다고 설명했다. 브루사테 교수는 “지금 이 순간 공룡의 후예인 새가 1만 종 살고 있다”며 “공룡이 1억5000만년 이상 살았다는 것을 고려하면 찾아야 할 공룡 종이 수천 종, 더 나아가 수백만 종이 더 있을 수도 있다”고 밝혔다. 그는 “새로운 기술을 접목해 발견 속도를 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브루사테 교수는 한국의 공룡 연구 성과도 면밀히 살피고 있다고 답했다. 그는 “한국에서는 정기적으로 새로운 공룡들이 발견되고 있어 한국의 공룡 연구를 인상 깊게 보고 있다”고 했다. 그는 “한국이 새로운 공룡을 발견할 수 있는 중요한 최전선이라고 생각한다”며 “아직 한국을 찾은 적은 없지만 곧 방문하고 싶다”고 전했다.
공룡 연구의 가장 큰 화두는 여전히 공룡이 새로 진화한 과정이다. 브루사테 교수는 “공룡으로부터 진화한 최초의 새, 즉 가장 오래된 공룡에 대해 더 연구해야 한다”며 “조류 진화의 초기에 대해 많이 알고 있지만, 여전히 격차가 커 연구로 풀어나가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한국에도 깃털을 가진 새와 비슷한 백악기 공룡을 발견할 수 있는 지층이 있다”며 “공룡 연구의 난제를 해결하는 데에 한국이 큰 역할을 할 수 있다”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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