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농업외교]⑤ 아프리카 최고 벼 전문가도 ‘K-쌀’에 ‘엄지 척’ …다음 과제는 새마을 정신 이앙

윤희훈 기자 2024. 6. 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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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네 소장 “아프리카에서 쌀은 식량안보 그 자체”
생산량 제고 이어 농촌 개발로 사업 확대 추진

“K-라이스벨트 사업을 통해 우수한 벼 종자가 농가에 보급되면서 아프리카의 식량 상황이 훨씬 개선될 것으로 본다. 통일벼를 모태로 한 신품종은 아프리카에 ‘새로운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아프리카 지역 벼 농사 관련 최고 전문가 중 하나인 바부카 마네 아프리카벼연구소(AfricaRice) 소장은 5일 서울 소공동 플라자호텔에서 가진 조선비즈와의 인터뷰에서 “K-라이스벨트 사업은 아프리카의 쌀 생산을 늘릴 수 있는 가장 경제적이고 지속가능한 방법”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바부카 마네 아프리카벼연구소 소장(오른쪽에서 첫번째)과 이승돈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장이 5일 서울 소공동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한-아프리카 농업 콘퍼런스'에서 '벼 유전자원 수탁식'을 하고 있다. /농식품부 제공

◇ K-쌀, 아프리카에 26개 품종 등록… “수확량 월등”

감비아 국적인 마네 소장은 시에라리온의 은잘라대에서 농학학사, 농업 선진국인 네덜란드의 와게닝겐대에서 석사와 박사 학위를 땄다. 그는 2024 한·아프리카 정상회의를 계기로 열린 ‘한·아프리카 농업 콘퍼런스’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했다. 그는 이날 콘퍼런스에서 ‘국제기구의 글로벌 협력전략’을 주제로 한 세션에 토론자로 참석했다.

마네 소장은 아프리카의 식량위기 상황과 이를 지원하기 위한 K-라이스벨트 사업이 뚜렷한 성과를 내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쌀을 주곡으로 하는 서아프리카에서 쌀은 식량안보 그 자체”라며 “중부와 동부, 남부 아프리카에서도 최근 쌀 소비가 급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아프리카에서 연간 1억톤 가량의 쌀을 소비하는데, 이 중 40%에 달하는 3800만톤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며 “코로나 팬데믹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의 영향으로 쌀값이 급등하고, 제 때 공급이 안되는 등 식량 위기가 커지고 있다”고 했다.

바부카 마네(왼쪽에서 세 번째) 아프리카벼연구소(AfricaRice) 소장이 농촌진흥청 카파치(KAFACI) 관계자들과 생산한 벼 종자를 살펴보고 있다. /아프리카벼연구소 제공

마네 소장은 “쌀 자급률을 올리는 게 최대 과제이지만, 현지 품종은 생산량이 너무 적다. 일반 조곡의 생산량이 1헥타르(ha)에 4.7톤인 반면, 현지 품종은 1ha에 2.4톤에 불과하다”고 했다. 이어 “고품질의 개량 벼 품종 종자를 보급하는 게 아프리카 식량 안보 강화를 위한 가장 경제적인 방법이고, K-라이스벨트 사업의 목표가 바로 이것”이라고 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농촌진흥청 카파치(KAFACI, 한·아프리카 농식품 기술협력 협의체)와 아프리카벼연구소는 2015년부터 쌀 품종 개량을 위해 협업을 했다. 한국에서 파견된 육종 전문가들이 현지 품종과 한국의 개량 품종을 교배하는 방식으로 우수 품종 확보에 나선 것이다. 그 결과 현재 26개 품종이 정식으로 등록됐다. 마네 소장은 “부드러운 식감에 향기가 좋다. 건강에 좋은 성분까지 포함돼 있어 현지에서 인기가 많다”며 “아프리카의 쌀 자급률 제고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지 전문가가 극찬한 K-라이스벨트 사업은 공적개발원조(ODA) 사업의 성공 모델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윤석열 대통령은 전날 경기 고양 킨텍스에서 열린 ‘한-아프리카 정상회의’에서 “K-라이스벨트 사업을 통해 아프리카의 식량자급률 제고에 기여하겠다”면서 “에볼라·코로나19 등에 대응한 경험을 바탕으로 보건 분야의 도전에 함께 대처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케냐의 카라이 마을에서 농촌진흥청 관계자가 현지인에게 재봉틀을 활용해 앞치마를 만드는 방법을 교육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 제공

◇ 아프리카 농촌에 새마을운동 전파… K-라이스벨트 진화

농식품부는 식량 위기 타개에 초점을 맞췄던 ‘K-라이스벨트 사업’의 업그레이드를 추진 중이다. 식량 안보를 넘어 농촌 개발까지 담겠다는 게 정부의 포부다. 과거 새마을운동을 통해 농촌 생산성을 극대화하고, 정주여건 개선 등 삶의 질을 끌어올렸던 경험을 전수하겠다는 것이다.

한국은 1970년대 식량안보 개선과 농촌 정주여건 개선을 동시에 추진해 성공을 거뒀다. 식량안보 차원에선 통일벼를 개량해 쌀 자급률을 높였고, ‘잘 살아보세’를 외치며 새마을운동을 벌여 깨끗한 농촌을 만들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농촌 주택 지붕 개량부터 담장 정비, 공동시설 설치 등 ‘농촌 취약지역 생활여건 개조 사업’은 아프리카의 농촌 발전의 새로운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도 아프리카 농촌 개발에 대한 지원 의지를 명확히 밝히고 있다. 윤 대통령은 지난 3일 한·아프리카 정상회의 개막 전야 만찬에서 “가장 가난하고 어려운 시절을 겪었고 가장 극적으로 경제 발전과 번영의 길을 개척해 왔기 때문에 우리는 아프리카의 발전과 번영을 향한 열망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며 “한국은 아프리카의 진실된 친구로서 함께 미래로 나아갈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아프리카의 번영을 위해 한국의 노하우를 하나하나 알려주겠다는 의지를 담은 발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농촌 개발과 관련해 시범적으로 진행한 사업도 성과를 내는 것으로 전해졌다. 농진청은 코피아(KOPIA) 케냐 센터를 통해 지난해와 2018년 ‘농촌 생활개선사업’을 실시했다.

시범마을을 선정하고, 부엌 개량부터 재봉틀 활용 교육을 진행했다. 현지 주택 부엌에 환기구와 조명이 없어 발생하는 불편함은 물론 폐 건강과 시력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였다. 재봉틀을 활용해 면생리대나 앞치마를 만드는 방법도 교육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현지인들에게 주변 환경 개선의 필요성을 인지시키고, 의욕을 고취하는 효과가 나오고 있다”면서 “여성 농업인 건강 개선과 재봉틀을 활용한 가계 소득 증대 효과도 기대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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