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심해 140억 배럴 석유·가스 찾아라…'대왕고래 프로젝트' 시추 어떻게

이승주 기자 2024. 6. 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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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부존량 확인부터 개발 위해서는 탐사단계 거쳐야
첫 단계 탄성파 활용해 석유 매장 가능성 높은 곳 파악
공당 1000억 시추공 뚫어 측정 장비 투입해 본격 탐사
[서울=뉴시스] 가스생산을 마치고 CCS 저장소로 전환을 준비 중인 석유공사 동해가스전.(사진=한국석유공사) 2023.8.11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세종=뉴시스]이승주 기자 = 정부가 포항 앞바다에 삼성전자 시가총액의 5배에 달하는 천연가스와 석유가 매장됐을 수 있다고 발표하면서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하지만 아직 가능성일 뿐 실제 개발과 상업생산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확인하려면 반드시 '탐사' 단계가 필요하다.

한국석유공사는 이를 확인하기 위한 첫 탐사로 이르면 오는 11월 동해 8광구와 6-1광구 북부에 걸친 해역에서 '대왕고래 프로젝트'를 실시한다고 6일 밝혔다.

석유·가스 등을 상업적으로 이용하려면 탐사와 개발, 생산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석유가스는 땅이나 바다 깊은 곳에 매장됐기 때문에 어느 곳에 얼마나 매장됐는지 확인하는 '탐사'와 생산을 위해 생산시설을 준비하는 '개발', 가공해서 뽑아내는 '생산' 등의 단계를 거쳐야 한다.

이중 첫 단추인 탐사를 위해 석유공사는 지난 4월19일 세계적인 해양 시추업체 노르웨이 '시드릴'과 계약했다. 우리나라는 1970년대 석유공사를 만들고 대륙붕 탐사 등을 추진했지만, 해외 선진국 대비 탐사 기술 발전이 더딘 편이다. 이번 탐사는 심해 1㎞의 고난도 기술을 요하는 만큼 해외 업체와 손잡고 작업에 돌입한다.

[세종=뉴시스] 한국석유공사는 동해 가스전 시추를 위해 노르웨이 시추 전문업체 시드릴과 계약을 체결했다. 사진은 시드릴 사가 운영하는 시추선 '웨스트 카펠라'. (사진=시드릴 홈페이지)

본격적인 시추 작업을 위해 시추선 '웨스트 카펠라'가 투입된다. 웨스트 카펠라는 삼성중공업이 지난 2008년 건조한 선박이다. 석유공사가 체결한 계약 규모는 4770만 달러다. 계약은 오는 12월 발효되며 내년 2월까지 유효하다. 웨스트 카펠라는 40일 간 동해에 머무르며 심해 가스전 탐사와 시추에 나설 예정이다.

탐사 첫 단계로 항공 사진 등을 우선 판독하거나 직접 현장에서 구조를 파악하는 것부터 거친다. 이후 내부를 들여다 보기 위해 '탄성파'를 이용한다. 석유 매장 가능성이 높은 곳은 탄성파를 발생시키는 송신원과 이를 받아들이는 수신원을 활용하는 식이다. 이들이 보내는 자료를 처리해 내부를 파악할 수 있다.

해양에서는 탐사선에서 송신원 역할을 하는 에어건을 해저로 쏘면 음파 발생기가 수초에 한 번씩 일정 간격으로 파열음이 발생한다. 이 파열음이 4~10㎞ 간격으로 형성된 수많은 에너지를 측정한다. 이를 한 두 달 가량 반복하며 만든 데이터를 수집하는 식이다.

[그래픽=뉴시스] 지도: 구글어스.

다음으로 직접 굴착해 정밀 판단하는 작업에 돌입한다. 이렇게 핵심 정보를 채취하는데 이를 '시추'라고 한다. 앞서 얻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유망하다고 판단되는 한 지점에 '웰(well)'이라 불리는 시추공을 뚫는다. 한 번 뚫을 때마다 약 1000억원이 소요되기 때문에 어디에 뚫을지 판단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게 뚫은 그 구멍 안에 측정 장비를 투입한다.

이 장비는 심해에서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다양한 물리적 현상을 분석하는 역할을 한다. 가령 심해에 석유가 얼마나 매장됐는데, 그 석유의 질은 얼마나 좋으며, 잘 흘러가고 있는지 등을 복합적으로 판단한다. 이 하나의 시추공이 이곳 석유의 모든 것을 말해줄 수 있다.

석유공사 관계자는 "바닷속으로 신호를 보내 그 신호가 보내는 암호를 잘 풀어 석유가 있는 지점을 잘 찾아내는 것이 관건"이라며 "실제로 석유가 얼마나 매장됐는지 찾아내고 이를 토대로 개발 단계로 넘어가는 것이 시추를 통한 탐사 단계"라고 설명했다.

[경주=뉴시스] 이무열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3일 오전 경북 포항시 영일만 앞바다에 140억 배럴에 달하는 석유와 가스가 매장돼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발표했다.사진은 3일 경북 경주시 강동면 형산에서 바라본 포항 영일만 앞바다 수평선의 모습. lmy@newsis.com

산업부 및 석유공사에 따르면 시추는 최소 5회, 10회 미만으로 시도할 예정이다. 예상 분포 해역은 영일만 38~100㎞로 크지만 10번이 넘어가면 재정적으로 부담되기 때문이다.

이번 프로젝트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경제성을 따지지 않을 수 없다. 따라서 최대한 5~10번 내에 매장된 위치를 찾는 것이 관건이다. 산업부는 이번 성공확률을 20%로 보고 있다. 환산하면 5공 중에 1공 꼴이다.

그렇기에 사전에 철저한 검토를 통해 시추할 곳을 잘 추려내는 것이 필요하다. 시추하는 중간 마다 결과를 검토하며 횟수를 유동성 있게 조율하는 것도 중요하다. 최소한의 시도로 성공률을 높여야 하는 만큼, 매장 가능성이 가장 높을 것으로 예상하고 시도하는 첫 시추 결과에 주목된다.

탐사 결과는 내년 상반기에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토대로 경제성이 확인되면 개발 단계로 넘어간다. 개발 단계에서는 유전평가와 생산정 시추, 생산시설 건설을 거친다. 이후 생산 단계에서는 최적의 환경을 유지해 석유 자원을 끌어올리게 되는데 꽤 오랜 시간이 소요된다.

정부는 개발계획을 수립하고 시설을 설치해 생산을 개시하기까지 약 7~10년이 소요될 것으로 보고있다. 실제 생산되는 시점은 2035년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인천공항=뉴시스] 김선웅 기자 = 포항 앞바다에 대규모 석유·가스 매장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한 미국 심해 기술평가 기업 액트지오의 대표 비토르 아브레우 박사가 5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하고 있다. 아브레우 박사는 방한 기간 중 석유공사에 자문을 제공하고 별도 기자회견을 통해 광구평가 관련 사항을 설명할 예정이다. (공동취재) 2024.06.05. photo@newsis.com

☞공감언론 뉴시스 joo47@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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