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전드 힝기스 소환' 안드레예바, 롤랑가로스 27년 만에 최연소 4강. 사발렌카 탈락

박성진 2024. 6. 6. 0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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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리 확정 후 눈물이 그렁그렁한 안드레예바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미라 안드레예바(러시아, 38위)가 프랑스오픈 역사상 27년 만에 최연소 4강 진출자가 됐다. 세계 테니스 레전드, 마르티나 힝기스(스위스, 은퇴)까지 소환시켰다. 안드레예바에 패한 선수는 다름아닌 올해 호주오픈 우승자인 아리나 사발렌카(벨라루스, 2위)다. 생애 첫 그랜드슬램 4강에 오른 안드레예바는 7일, 자스민 파올리니(이탈리아, 15위)와 결승 진출을 놓고 격돌한다.

안드레예바는 5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롤랑가로스 스타디움 필립샤틀리에 코트에서 열린 2024 프랑스오픈 여자단식 8강에서 사발렌카를 6-7(5) 6-4 6-4로 제압했다. 경기 시간은 2시간 29분이 소요됐다. 1세트를 타이브레이크 끝에 내준 안드레예바는 2, 3세트를 내리 따내며 역전승에 성공했다. 단순히 평범한 경기라기보다 여러 상황이 많이 발생한, 변수가 많았던 경기였다. 

첫 변수는 안드레예바 본인이었다. 1세트에서 안드레예바는 확실한 컨셉을 들고 나왔다. 사발렌카의 맹공을 상대로 그랜드슬램에서 좀처럼 볼 수 없던 극단적 수비 로브 전략을 들고 나왔다. 안드레예바의 로브는 한참을 비행한 후 사발렌카의 코트에 떨어졌는데, 사발렌카는 오히려 이런 전략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며 다음 샷에서 실수가 나왔다. 사발렌카의 템포에 맞춰주지 않겠다는 안드레예바의 극단적 수비 로브 전략은 일부 통했다.

두 번째 변수는 사발렌카의 컨디션이었다. 1세트부터 뭔가 편안해보이지 않았던 사발렌카는 2세트 들어 급속도로 컨디션의 난조를 보였다. 엔드체인지 중에는 좀처럼 볼 수 없던 탄산음료를 마시기도 했고, 메디컬 타임아웃 시간에는 알약을 처방받기도 했으며, 경기 중 수차례 배를 붙잡고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을 보였다. 흔히 '체한 것'처럼 보였던 사발렌카는 결국 경기에 오롯이 집중하지 못했다. 2, 3세트에는 경기 전략이 급격히 수정됐는데, 경기를 빠르게 끝내기 위해 모 아니면 도 전략을 서브게임에서는 3구, 리턴게임에서는 2구부터 사용하기 시작했다. 안드레예바가 잘 했던 것도 있지만 사발렌카의 2, 3세트는 경기를 소화할 수 있는 몸상태가 전혀 아닌 것으로 보였다.


<위장병으로 고통스러워하는 사발렌카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세 번째 변수는 그럼에도 안드레예바에게 있었다. 안드레예바의 처참한 첫서브 성공율이었다. 사발렌카가 분명 정상이 아닌 상황에서 안드레예바는 조금 더 경기를 쉽게 끝낼 수 있었다. 하지만 7개의 더블폴트를 비롯, 안드레예바의 첫서브 성공율은 49%에 그쳤다. 본인 스스로 쉽게 갈 수 있는 경기를 어렵게 만들고 말았다. 49%대의 첫서브 성공율로도 그랜드슬래머를 잡아낼 수 있던 요인은 아무래도 사발렌카의 급격한 컨디션 난조가 가장 큰 이유라고 봐야 할 것이다.

17세의 안드레예바는 이번 승리를 통해 '레전드' 마르티나 힝기스를 소환했다. WTA, NBC 등에 따르면 안드레예바는 1997년 힝기스에 이어, 27년 만에 프랑스오픈 4강에 오른 가장 어린 선수가 됐다. 1997년 힝기스는 당시 16세로, 최종 준우승을 차지했었다. 

또한 그랜드슬램에서 1번 또는 2번 시드자를 잡아낸 2번째 어린 선수로도 올라섰다. 프랑스오픈만 한정한다면 1990년 모니카 셀레스(세르비아)가 슈테피 그라프(독일)을 잡아낸 이후 34년 만이며, 그랜드슬램 전체를 본다면 1999년 옐레나 도키치(호주, 은퇴)가 윔블던 1회전에서 마르티나 힝기스를 잡아낸 이후 처음이다. 1990년 셀레스, 1999년 도키치 모두 당시 16세였다.

안드레예바는 그랜드슬램 출전 6번 만에 4강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이 대회 이전 안드레예바의 그랜드슬램 최고 성적은 2023년 윔블던, 2024년 호주오픈에서의 4회전(16강)이었다. 라이브랭킹은 23위까지 올라섰다. 만약 준결승에서 승리한다면 16위까지, 우승한다면 14위까지 상승할 수 있는 안드레예바다.

또한 1회전에서 본인의 친언니인 에리카 안드레예바를 탈락시켰던 사발렌카에 승리하며 간접적인 설욕에도 성공했다. 안드레예바는 상대전적 2전패 이후 사발렌카에게 거둔 첫 승리였다.

사발렌카에게는 아쉬운 것이 많았던 이번 경기였다. 앞선 경기에서 리바키나가 탈락하면서 사발렌카는 여자 선수 중 유일하게 무실세트 행진을 이어가고 있었다. 이번 대회에서 보여준 경기력적인 퍼포먼스는 사발렌카가 남녀 선수를 통틀어 꾸준히 가장 좋았다고 볼 수 있을 정도였다.

하지만 예상치 못했던 위장병으로 인해 컨디션이 급격히 나빠지고 말았다. 경기가 거듭될수록 사발렌카의 안색이 나빠지는 것이 중계화면을 통해 보일 정도였다. 득점해도 웃지 못한 채 고통스러워하던 사발렌카는 결국 이번 프랑스오픈을 8강으로 마무리해야 했다.

2022년 US오픈부터 그랜드슬램 여섯 대회 연속 4강 이상 올랐던 사발렌카인데, 이날 패배로 그 기록도 끝나고 말았다. 코코 고프에 밀려 세계랭킹 2위 자리를 내주는 것도 확정됐다. 사발렌카가 세계 2위 밑으로 떨어지는 것은 2023년 1월 이후 1년 5개월 만이다.

6대회 연속 그랜드슬램 4강 진출이 끝난 4발렌카
2022년 프랑스오픈 : 32강
2022년 윔블던 : 불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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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US오픈 : 4강
2023년 호주오픈 : 우승
2023년 프랑스오픈 : 4강
2023년 윔블던 : 4강
2023년 US오픈 : 준우승
2024년 호주오픈 : 우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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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프랑스오픈 : 8강

프랑스오픈 8강 종료 후 현재 라이브랭킹
01. 시비옹테크
02. 코코 고프
03. 사발렌카
04. 리바키나
05. 본드로우쇼바
06. 제시카 페굴라
07. 정친원
08. 마리아 사카리
09. 온스 자베르
10. 자스민 파올리니
..
23. 미라 안드레예바
* 고프가 우승해도 세계 1, 2위 자리 변화는 없음
** 파올리니 준결승 승리 시 7위, 우승 시 5위
*** 안드레예바 준결승 승리 시 16위, 우승 시 14위

2024 프랑스오픈 여자단식 준결승전은 휴식일 없이 7일(현지시간) 바로 이어진다. 오후 3시(한국시간 8일 자정)부터 시비옹테크와 고프, 이후 파올리니와 안드레예바가 맞붙는다.

시비옹테크와 고프의 상대전적은 시비옹테크의 10승 1패 절대적 우위이며, 안드레예바와 파올리니는 얼마 전인 4월 29일, 마드리드오픈 16강에서 만나 안드레예바가 승리한 바 있다.

2024 프랑스오픈 여자단식은 이제 결승까지 3경기만을 남겨놓은 가운데, 파이널 4의 결전이 7일 이어진다.

글= 박성진 기자(alfonso@mediawil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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