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 올해 3700억 PF사업장에 만기연장 '숨통'…임시방편 그치나
저축은행이 올해 1분기 만기 연장·이자 유예를 통해 새롭게 호흡기를 달아준 부동산PF(프로젝트파이낸싱) 사업장 규모가 37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만기 연장된 대출은 연체 채권으로 분류되지 않지만 앞으로 만기 연장이 까다로워지면 해당 대출이 대거 연체 채권으로 편입될 가능성이 있다. 최근 경공매 활성화가 시행되면서 만기 연장된 사업장이 아예 경공매로 넘어가는 경우도 생길 것으로 예상된다. 만기 연장 조치가 사실상 임시방편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6일 79개 저축은행의 통일경영공시 보고서를 전수조사한 결과, 올해 1분기 새롭게 채권재조정을 받은 PF사업장의 대출 잔액은 3647억원으로 집계됐다. 채권재조정 사업장은 PF대주단 협약과 저축은행 업권의 PF자율협약을 통해 만기 연장·이자 유예 등을 받은 사업장을 말한다. 앞서 지난해 상반기 금융당국은 부동산PF가 부실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자 전 금융권이 참여하는 PF대주단 협약을 가동했다.
만기 연장·이자 유예 조치는 금융지주계열 저축은행에서 활발히 이뤄졌다. IBK저축은행은 736억원 규모 사업장의 채권을 올해 1분기 신규로 재조정했다. 같은 기간 하나저축은행은 채권재조정한 사업장의 대출 잔액이 687억원, 한화저축은행은 564억원이었다. 이 외에도 △NH저축은행 214억원 △DB저축은행 128억원 △BNK저축은행 109억원 등이 채권을 재조정했다.
PF대출 취급액이 큰 OK·키움·상상인저축은행도 만기 연장·이자 유예를 100억원 이상의 규모로 진행했다. OK저축은행은 올해 1분기 494억원 상당의 사업장을 대상으로 채권재조정을 시행했다. 키움저축은행과 상상인저축은행은 각각 215억원, 100억원 규모의 사업장 채권을 재조정했다.
3647억원 규모의 사업장이 채권재조정을 통해 당장 연체에 빠지는 상황을 피하긴 했지만 임시방편에 불과할 것으로 보인다. 채권재조정된 대출은 통상 연체 채권으로 분류되지 않는다. 채권재조정을 통해 일시적으로 만기를 연장했기 때문에 연체 시점이 아직 도래하지 않았다고 봐서다.
그러나 금융당국은 지난 4월 PF대주단 협약의 만기 연장 조건을 강화했다. 원래 사업장의 만기를 연장하기 위해선 대주단 3분의2 이상만 동의하면 됐지만 4월부터는 2회 이상 만기 연장된 사업장이라면 대주단 4분의3 이상이 동의해야 만기 연장이 이뤄지도록 제도를 개선했다. 올해 1분기 채권재조정을 받은 사업장도 앞으로는 까다로운 조건에 따라 추가 만기 연장에 실패할 수 있다.
추가 만기 연장이 되지 않으면 저축은행 업권의 PF대출 연체율은 더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1분기 저축은행의 PF대출 연체율은 11.26%로, 지난해말 6.96%에서 4.30%P(포인트) 급등했다. PF대출 잔액이 9조6000억원에서 9조4000억원으로 감소하는 동안 연체액은 1.5배 이상 증가한 영향이다.
채권재조정된 사업장이 경공매로 넘어가게 될 가능성도 있다. 금융당국은 4월 경공매 활성화 방안을 발표하면서 만기를 4회 이상 연장한 사업장이나 연체 이자를 납부하지 않고 만기를 연장한 사업장은 사업성 평가상 '부실 우려'로 분류하도록 했다. 부실 우려 사업장은 상각이나 경공매를 통해 매각을 진행해야 한다.
다만 저축은행 업권은 올해 1분기 채권재조정된 사업장은 부실 위험이 크지 않다고 본다. 이미 지난해 10월 금융당국이 무분별한 만기 연장·이자 유예를 제한하기 위한 조치를 취했기 때문이다. 당시 금융당국은 연체 이자를 수취하지 않고 이자를 유예할 경우 대손충당금을 '고정'(대출 원금의 30%) 수준으로 쌓으라고 지시했다.
저축은행 업계 관계자는 "채권재조정된 사업장이 숨은 연체 사업장처럼 비춰질 수 있지만 올해 1분기 만기 연장된 사업장은 대부분 건실하다"라며 "이미 금융당국이 무분별한 만기 연장에 경고한 상황에서 원리금 상환 계획을 제출해 선별적으로 채권재조정을 받은 사업장"이라고 말했다.
황예림 기자 yellowyerim@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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