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사업 10개 중 3개, 부정수급 관리체계 ‘없음’
모니터링 강화해 착오지급 막아야
건강보험 부정수급도 年105만건
고의·중대과실 범죄 280억 달해
정부가 운영하고 있는 복지사업 10개 가운데 3개 꼴로 부정 수급을 관리하기 위한 법적 근거나 관련 지침이 전혀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부정 수급이 발생해도 이를 적발하고 환수할 수 있는 체계가 제대로 마련돼 있지 않다는 의미다. 복지 지출 규모가 앞으로 계속 증가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고려해 국민의 혈세가 새지 않도록 사후 관리를 더 촘촘히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5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복지부와 여성가족부, 국가보훈부 등 22개 부처가 2022년 한 해 동안 시행한 사회보장급여 사업 298개 가운데 93개 사업에서 부정 수급으로 인한 환수 조치가 필요했다. 이들 사업의 환수 결정액은 총 512억 6000만 원으로 실제로 환수에 성공한 것은 278억 4000만 원(54.3%)에 그쳤다.
문제는 이들 사업 상당수가 부정 수급 관리 체계를 제대로 갖추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전체 298개 사업 중 부정 수급 환수를 위한 법적 근거와 내부 지침을 모두 갖추고 있는 것은 109건(36.6%)에 불과했다. 법적 근거와 내부 지침 둘 중 하나만 마련해 두고 있는 사업은 98건(32.9%)이었다. 전체의 28.9%는 부정 수급과 관련한 법적 근거와 내부 지침이 모두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고의가 아니더라도 제도가 복잡한 탓에 행정·신청 오류로 부정 수급이 되는 경우도 상당할 것”이라며 “이러한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정부가 관리 체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사회복지급여 대상자들의 경우 취약 계층인의 비율이 높아 부정수급 상황을 확인해도 환수하기 쉽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환수 대상 금액 중 330억 원은 비고의적 오류로 인한 것이었다. 전문가들은 고의성이 없더라도 국민의 세금이 부적절하게 지출되는 일은 막아야 하기 때문에 정책 집행 과정에서 부정수급 자체를 원천적으로 차단할 수 있도록 사전·사후 모니터링을 강화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부정수급 환수 결정액의 대부분은 현금성 사업에 집중됐다. 중앙부처 사회보장급여 사업 298개 중 현금성 사업의 비중은 전체의 40.9%(122개)였지만 환수 결정액 중 차지하는 비중은 80.6%(413억 4000만 원)에 달했다. 현금성 사업은 부정수급에 대한 유인이 상대적으로 높을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현금성 사업의 경우 전산 시스템을 보완해 전반적인 관리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석 교수는 “복지 정책이 워낙 다양한 데다 지급 기준이 제각각이고 매년 바뀌다 보니 오류로 착오 지급되는 사례가 많다”면서도 “우리나라만큼 전자정부가 잘 구축된 곳이 어디 있겠느냐. 사전·사후 모니터링 체계를 잘 갖추면 충분히 부정수급을 예방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성욱 호서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역시 “부정수급 사례에만 집중하다 보면 필요한 복지 정책이 뒷걸음질 칠 수 있지만 부정수급 사례를 줄일 수 있도록 복지 전달 체계를 고도화하는 방식으로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 안팎에서는 인력 확충과 관리 시스템 업그레이드에 대한 요구도 있다. 한 정부 관계자는 “지자체 복지 정책까지 들여다보자면 종류와 수가 너무 많아 상시 인력으로는 역부족”이라며 “통합 분류 체계나 관리 시스템을 만들어 두면 부정수급을 확인하는 것은 물론 불필요한 중복 지원도 쉽게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실제로 2022년 기준 각 지방자치단체들이 시행한 사회복지급여 사업은 4012건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강지원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의도치 않은 부정수급 사례를 막기 위해 복지 수요자는 물론 일선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한 체계적인 제도 안내와 교육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일반회계뿐 아니라 사회보험에서도 상당한 금액의 부정 수급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복지부에 따르면 △고용보험 △산재보험 △국민연금 △노인장기요양보험 △건강보험 등 5대 사회보험에서 발생한 부정 수급 환수 결정액은 4607억 9000만 원이었다. 특히 건강보험의 경우 부정수급 고지 건수가 2022년 한 해 105만 7224건이었다. 고지 금액은 2586억 5700만 원에 달했다. 대부분 오류 및 체납으로 인한 부정수급이지만 ‘고의 및 중대과실·범죄’로 분류된 환수 고지액만 해도 283억 3000만 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환수된 금액은 157억 6000만 원에 그쳤다.
세종=주재현 기자 joojh@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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