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실가스 규제 커지는데…영일만 시추 ‘돈먹는 하마’ 되나 [뉴스+]
환경단체 “향후 수요 감소.. 석유값 급락 불가피”
경북 포항 영일만 앞바다에서 최대 140억배럴의 석유·가스가 매장돼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정부 공식 발표가 나오면서 이강덕 경북 포항시장은 4일 “포항 앞바다에서 석유와 가스가 나오면 포항이 천지개벽할 것으로 본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다만 석유와 천연가스는 연소 시 온실가스가 대량으로 발생하는 화석연료라 환경단체들은 정부가 주장하는 만큼의 경제성을 보장하기 어렵다고 주장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전날 국정브리핑에서 포항 영일만 앞바다에 석유와 가스 매장 가능성이 높다는 물리탐사 결과를 발표했다. 정부가 해외 전문가와 국내 자문단 등의 검증을 통해 추정하는 석유·가스 자원량은 최소 35억배럴에서 최대 140억배럴이다. 정부 매장 예상 자원 비율은 가스 75%, 석유 25%로 가스는 최소 3억2000만t에서 최대 12억9000만t, 석유는 최소 7억8000만배럴에서 최대 42억2000만배럴이 부존할 것으로 전망한다.
먼저 탐사 시추를 통해 실제 부존 여부와 부존량을 확인하면 본격적인 개발·생산이 시작된다. 정부는 올해 말 첫 시추를 시작해 최종 작업 결과는 3개월간 작업을 거쳐 내년 상반기 중 나올 전망이다. 이 작업 후에도 사업성을 검증하는 과정도 필요해 정부는 실제로 생산에 들어갈 수 있는 시점을 2035년으로 추산했다.
에너지정의행동은 “기후위기에 대응이 최우선 과제가 되는 시대에 가장 먼저 시행해야 할 정책은 화석연료 중단”이라며 “석유와 천연가스도 화석연료에 포함된다고 알면서 탐사시추 계획을 승인했다면 기후위기 대응을 포기한 것과 같다”고 밝혔다. 이 단체는 “국제에너지기구(IEA)도 탄소중립을 위해서는 신규 석유·가스 채굴이 안 된다고 했는데, 설사 이 계획이 성공해 2035년에 상업 개발이 시작돼 약 30년을 사용한다면 2065년까지 가스를 사용한다는 의미고, 기후위기 대응은 가스와 함께 사라져버리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부는 심해유전이 발견돼 사업성이 확인될 경우 상업적 성공을 이루겠다는 계획이지만, 화석연료의 상품성이 꾸준히 유지될지도 의문이 제기된다.
우리나라는 한 해 온실가스를 약 7억t가량 배출한다. 2022년 기준 배출량은 6억5450만t이었다. 이 단체가 계산한 값에 따르면 채굴 시 우리나라 온실가스 배출량은 47억7750만t에 달할 것으로 예상됐다. 2022년 연간 배출량의 7.3배 수준이다.
플랜1.5도 “IEA가 향후 석유와 가스 수요 감소에 따라 석유 가격은 2022년 기준 배럴당 98달러에서 2050년 25달러로, 가스 가격은 일본 기준 1MMBtu(열량 단위)당 같은 기간 15.9달러에서 5.3달러로 각각 74%, 66%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며 “정부의 ‘140억배럴(정부 추정 부존량)이 현재 가치로 삼성전자 시총의 5배 정도 된다’는 말은 현재 화석연료 가격이 상승한 시점 기준이며, 향후 수요 감소에 따른 가격 하락을 감안하면 경제성이 없는 좌초자산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박유빈 기자 yb@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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