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수 줄어 교부금 넘쳐나는데 교육감은 자기 기득권으로 생각”

표태준 기자 2024. 6. 6. 0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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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출생 시대 교육교부금 개편해야”
보고서 낸 김학수 KDI 선임연구원
5일 세종시 반곡동 한국개발연구원(KDI)에서 김학수 선임연구위원이 본지와 인터뷰하고 있다. /표태준 기자

심각한 저출생 현상이 지속되면서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을 개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현재 교부금은 내국세의 20.79%를 자동으로 시도 교육청에 배정하는데, 매년 수조원이 남는다. 세입은 증가하는데 학생은 줄어드는 탓이다. 하지만 시도 교육감들과 교육계 반대에 부딪혀 번번이 개편은 실패했다. 김학수 한국개발연구원(KDI) 선임연구위원은 지난 3일 교부금 개편 필요성을 신랄하게 지적한 ‘인구 축소 사회에 적합한 초중고 교육 행정·재정 개편 방안’ 보고서를 발표했다. 2021년에 이어 두 번째 같은 문제 보고서를 냈다.

5일 오전 세종시 KDI 연구실에서 만난 김 위원은 “교부금 때문에 국가 재정이 흔들릴 위기가 올 텐데도 교육감 등은 이를 ‘기득권’으로 여기고 문제 해결에 관심이 없다”고 비판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시도 교육청 17곳이 다 못 써서 남기거나 다음 연도 회계로 넘긴 예산이 2022년 7조5000억원에 이른다. 그는 “현행 교부금 제도는 폐지하고, 정부와 지자체가 함께 예산을 심사해서 교육청에 나눠주자”고 제안했다.

-교부금이 왜 이렇게 남아도나.

“한국은 2010년만 해도 국가가 학생 1명에게 들인 교육비가 1인당 국내총생산(GDP)의 17.3%였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22.6%)에 못 미쳤다. 그런데 이 비율이 2021년 30.8%까지 치솟았다. OECD 평균(22.1%)보다 8.7%p 높은 1위다. 저출생 여파가 학교를 덮치기 시작하면서 교부금이 갑자기 넘쳐나 다 못 쓰는 것이다.”

-저출생 국가는 많은데 왜 한국만 그런 문제가 생기나.

“한국만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교육 재정을 내국세에서 기계적으로 떼어 준다. 이 제도를 계속 운용하면 통계청 인구 저위 추계에 맞춰 계산할 때 학생 1인당 교부금이 2020년 830만원에서 2030년 1840만원, 2040년 3250만원, 2070년에는 9130만원으로 뛴다. 지금도 어떻게든 교부금을 쓰려 학생·교사에게 태블릿PC를 무상으로 나눠 주고 각종 현금성 지원을 하지 않나. 미래엔 돈이 더 남아돌아 감당하지 못할 것이다.”

-교육계에선 세수에 따라 교부금이 감소할 때도 있어 남을 때 비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오히려 그렇게 건강하지 않은 재정 구조를 고집하는 게 이상한 것 아닌가.”

-교육감들은 학생이 줄지만 교육 질을 높이려면 돈이 더 필요하니 현 교부금 제도를 유지하자고 주장한다.

“지금껏 돈 더 썼다고 교육 수준이 높아졌나. 교육청 교부금은 늘었지만 학생들 학업 수준은 더 낮아졌다. 만 15세 학생 대상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를 보면 한국은 1인당 학생 교부금이 치솟기 시작한 2010년 이후 되레 성적이 낮아지는 추세다. 학생들에게 정말 필요한 사업을 치열하게 연구해 성과를 내면 정부가 예산을 확대해 주는 식의 장치가 있어야 하는데, 무조건 돈이 넘치게 들어오니 성과를 낼 동기가 부족하다.”

-보고서에서 소규모 학교를 적극 통폐합해야 한다고 주장했는데.

“연구하면서 전북 지역에 전교생이 1명인데 교직원은 9명인 중학교가 있음을 발견했다. 이 학생 1명에게 투입되는 연간 교육비가 7억6000만원이나 됐다. 인근 10km 이내 다른 중학교가 3곳이나 있었다. 내국세가 아니라 주민 세금이 학교 운영에 들어갔다면 이런 일이 벌어졌겠나.”

-교부금 제도, 어떻게 바꿔야 하나.

“내국세의 20.79%를 무조건 가져가는 방식은 반드시 폐지해야 한다. ‘학교 투입 교육비’와 ‘시도 교육청 등 기관의 인건비·사업비’를 완전 분리하고, 필요한 예산을 정부와 지자체가 심사해 나눠 주는 방식으로 바꿀 필요가 있다. 시도 교육청의 방만 운영을 막고 제대로 교육 사업을 하라는 취지다.”

-3년 전 낸 보고서와 주장이 달라졌나.

“당시엔 학생 1인당 교부금을 ‘국민 1인당 GDP의 27%’로 계산하자고 주장했다. 30% 안팎인 현재 수준보다 조금 낮다. 내국세가 늘면 자동으로 늘어나는 현재 교부금 제도보다는 낫다고 생각했다. 나름 정치 상황을 고려한 ‘타협안’이었는데도 교육계 반발이 거셌다. 기득권을 너무 안일하게 생각했다.”

-이번에는 ‘매년 예산을 심사해 나눠주자’는 것으로, 교육감들이 더 반대할 텐데.

“국가 재정이 흔들릴 만큼 위기가 닥치지 않는 이상 실현되긴 힘들다고 본다. 교육청 등 반발도 심하고 정치권 역시 문제엔 공감하지만 교육계 표심(票心)이 달려 미온적이다. 그러나 교부금 문제의 원인이 뭔지 역사에 기록은 남겨야 해서 연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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