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에 미세먼지 씻겨… 가을같은 초여름
초여름에 들어선 한반도에 가을처럼 청명한 날씨가 이어지고 있다. 주로 가을·겨울에 불어오는 북풍(北風)이 최근 며칠 우리나라에 들어온 영향이 크다. 보통 봄에서 여름으로 넘어갈 땐 중국 쪽에서 미세 먼지를 동반한 서풍이 불어오는데, 올해는 북쪽에서 내려온 선선하고 건조한 공기가 이를 막아주면서 공기도 깨끗했다.
5일 기상청에 따르면, 7일까지 우리나라 대기 상층으로 북풍이 들어올 것으로 예상된다. 북풍의 특징은 ‘한랭 건조’다. 대기 중 북풍은 온도가 영하 12도 내외로 차갑다. 찬 공기는 무겁기 때문에 대기 상층으로 들어온 후 서서히 땅으로 가라앉는다. 이 과정에서 지표에 쌓여 있던 먼지를 바다 쪽으로 밀어낸다. 바람으로 지표가 청소되면서 공기가 깨끗해지는 것이다.
북풍은 건조해서 습도도 낮춘다. 지난 4일 서울의 평균 습도는 42.1%였다. 이는 6월 4일 기준 서울의 평균 습도 평년값(1991~2020년까지 30년 평균값) 59.9%보다 17.8%포인트 낮다. 햇볕이 내리쬐는 한낮에 기온이 영상 25도 안팎으로 크게 올랐지만 그늘에 들어가면 시원했다. 초여름이면 덥고 꿉꿉해야 하는데, 날씨는 오히려 가을과 비슷했다.
최근 북풍은 중국 상하이 쪽에 고기압, 동해상에 저기압이 자리한 ‘서고동저’ 기압계가 형성됐기 때문이다. 고기압은 시계 방향, 저기압은 반시계 방향으로 바람이 분다. 한반도를 가운데 두고 서고동저 기압계가 만들어지면 북쪽 바람이 내려오게 되는 것이다. 최근 북한에서 동력 장치가 없는 ‘오물 풍선’을 잇따라 날려 보낼 수 있었던 것도 서고동저 기압계가 한동안 형성되면서 북풍이 불어줬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충일인 6일엔 전국 곳곳에 소나기가 올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것도 북풍의 영향이다. 소나기 구름대는 대기 상·하층의 공기 성질이 다를 때 만들어진다. 북풍이 들어오는 상공 고도 5.5㎞ 부근은 공기가 차갑고, 지표 부근은 강한 햇볕에 의해 공기가 뜨거워진다. 찬 공기는 하강, 뜨거운 공기는 상승하면서 두 공기가 충돌하는 지점에 대기가 불안정해지고 비구름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이에 하층 공기가 산비탈을 타고 잘 상승할 수 있는 태백산맥, 소백산맥, 한라산 등 산지를 중심으로 소나기 강도가 특히 높을 전망이다. 6일 예상 강수량은 제주도 5~30㎜, 강원·전남권 5~10㎜로 예보됐다.
주말에도 비가 오면서 가을 같은 초여름 날씨는 멈추고 서서히 작년보다 심한 장마 시즌으로 접어들기 시작할 전망이다. 토요일인 8일엔 북풍이 그치고, 우리나라 남쪽과 북쪽으로 비구름대를 동반한 두 저기압이 들어오면서 전국에 비가 내리겠다. 남쪽에서 저기압에 동반된 비구름대가 먼저 유입되면서 8일 오전 제주에서 비가 시작돼 오후에 전국으로 확대되겠다. 8일 오후엔 북쪽으로 저기압이 추가로 들어오면서 비가 더 강해질 전망이다. 비는 9일까지 이어지겠다.
비가 그치고 나면 남부 지방을 중심으로 기온이 30도 이상으로 올라가고, 온난 습윤한 남풍(南風)이 불어올 것으로 예상된다. 축축한 남풍은 대표적인 ‘여름 공기’다. 다음 주부터 본격적인 여름이 시작되는 셈이다. 기상청은 올여름 기상 전망에서 평년보다 기온은 더 높고, 강수량은 더 많을 것으로 예상했다. 현재 한반도 주변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1~3도가량 높은 상황이라 비의 ‘씨앗’이 되는 수증기 공급이 활발할 것으로 보인다. 이달 중순 시작될 장마는 큰 수해가 발생한 작년보다 혹독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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