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초 친환경 전기 크루즈 타고 자라섬 꽃 페스타 가볼까 [최현태 기자의 여행홀릭]

최현태 2024. 6. 6. 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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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배터리 동력 사용 가평크루즈 해양수산부 친환경 선박 1호 인증 받아/소음·진동 적고 매연없어 북한강 청정자연과 ‘찰떡궁합’/자라섬 꽃 페스타 맞춰 남이섬에서 자라섬까지 운항 구간 늘려/자라섬엔 불타는 개양귀비 만발 동화속으로 빨려 들어가/베고니아새정원엔 베고니아 2천종·세계 각국 희귀 조류 40여종이 힐링 선사

가평크루즈.
자라섬 개양귀비.
“승객 여러분, 이제 곧 출발합니다!”

선장의 안내 멘트와 함께 뱃고동이 울리자 아버지 품처럼 거대한 크루즈는 빠른 속도로 힘차게 물살을 가르며 북한강을 거슬러 오른다. 녹음이 우거진 가평의 청정자연. 강물에 반사돼 윤슬로 반짝이는 따사로운 햇살. 어머니 손길처럼 부드럽게 머릿결을 매만지는 강바람까지. 숨을 깊이 들이마시자 초대형 공기청정기 앞에 선 듯, 폐 속 작은 세포 하나하나 태어날 때처럼 날것 그대로 리셋된다. 이보다 진정한 힐링이 또 있을까. 전기배터리를 동력원으로 사용하는 국내 1호 환경친화 선박 가평크루즈에 올라타고 남이섬과 자라섬으로 꽃놀이 떠난다.

세계일보 여행면. 편집 =김창환 기자
세계일보 여행면. 편집=김창환 기자
◆국내 최초 친환경 전기 크루즈 타보셨나요

오전 7시30분. 더 일찍 일어났어야 하는데 그만 늦잠을 자고 말았다. 불안한 마음으로 눈곱도 떼지 못하고 서둘러 집을 나선다. 평일이라 출근길 교통체증에 걸리면 어쩌나. 자칫 오전 10시에 출항하는 가평크루즈를 놓칠 수도 있지 않을까. 하지만 기우였다. 경기 김포에서 일산대교를 건너 외곽순환도로에 올라타자 불과 1시간30분 만에 경기 가평군 미사리로 가평크루즈 주차장에 닿는다. 가평이 생각보다 가까운 거리에 있다는 사실에 새삼 놀라며 선착장으로 향한다.

가평크루즈 선착장 가평마리나.
가평크루즈 선착장 가평마리나.

평일 오전인데 과연 손님이 있을까. 새로 꾸민 깨끗한 4층 건물 가평마리나 대합실로 들어서자 눈이 휘둥그레진다. 예상과 달리 여행자들로 북적거린다. 매표소 직원은 “요즘 단체 여행객들이 많아 예약을 하지 않으면 배를 타기 쉽지 않다”고 귀띔하며 미소 짓는다. 첫 출항이 4월12일로 두 달도 안 됐는데 벌써 입소문이 났나 보다. 시간이 많이 남아 커피와 빵으로 아침식사를 해결하며 출항시간을 기다린다. 지루하지 않다. 1층 대합실은 가평군 홍보전시관, 2·3층은 마리나 카페, 4층은 루프톱이라 가평의 대자연을 즐기기며 커피 한잔 하다 보니 어느새 출항시간이다.

선착장을 떠난 크루즈는 뱃머리를 천천히 돌리더니 거울 같은 북한강 위로 미끄러지듯 부드럽게 나아간다. 신기하다. 소음 하나 들리지 않고 그 흔한 기름 태우는 매캐한 매연도 없다. 선실에서 눈을 감고 있으면 전혀 움직이는 것 같지도 않으니 저절로 ‘엄지 척’이다. 역시 우리나라 1호 친환경 크루즈답다.

가평크루즈
가평크루즈
가평크루즈는 총 436t, 선체 길이 37.52m, 너비 12m, 높이 13.20m로 최대 250명이 탑승할 수 있는 유람선. 무엇보다 화석연료 대신 전기배터리 사용으로 탄소 배출량을 현저히 줄여 국내 최초로 해양수산부의 친환경 선박 1호 인증을 받았다. LG에너지솔루션에서 제작한 전기배터리를 설치했는데 완충까지 약 2시간30분 소요되고 운항은 최대 5시간까지 가능하다. 매연과 소음에서 해방돼 쾌적하게 즐길 수 있으니 상수원보호구역으로 지정된 북한강의 청정자연과 ‘찰떡궁합’이다.
가평크루즈 2층 갑판.
15㎏ 이하 반려견도 전용 캐리어를 이용하면 승선할 수 있고 시각장애인 안내견 탑승은 당연히 가능하다. 소음과 진동이 거의 없으니 선실에서 다양한 문화공연과 이벤트도 열 수 있고 선상 결혼식도 가능하다. 음료와 간식을 파는 매점이 있는 1층은 시야가 탁 트이는 넓은 통창으로 꾸며져 갑판으로 나가지 않고도 편안하게 앉아서 아름다운 풍경을 즐길 수 있다. 2층과 3층은 넓은 갑판이 마련돼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북한강을 즐기기 좋다. 3층에 오르자 매력적인 북한강 뷰가 파노라마로 펼쳐지는 풍경이 가슴을 시원하게 열어준다.
가평크루즈 내부.
남이섬까지만 운항하던 가평크루즈는 자라섬 꽃 페스타 시작에 맞춰 지난달 26일부터 자라섬까지 운항 구간을 늘렸다. 1항차는 오전 10시 가평마리나를 출발해 남이섬 메타나루를 거쳐 자라섬 자라나루까지 갔다가 오후 2시30분 가평마리나로 돌아온다. 남이섬에서 내리면 두 시간, 자라섬 자라나루에서 내리면 1시간10분 동안 섬을 둘러볼 수 있다. 2항차는 오후 3시30분에 출발하며 남이섬까지만 갔다가 오후 6시40분 되돌아온다. 남이섬 체류시간은 1시간이다.
자라나루 행복벤치 포토존.
자라나루 포토존.
자라섬 포토존.
◆불타는 개양비귀 만발한 자라섬 꽃페스타

8노트(시속 약 14㎞) 속도로 운항하는 가평크루즈는 1시간40분 만에 자라섬에 손님을 내린다. 배모양으로 디자인한 자라나루 선착장 건물 1층 카페에도 많은 여행자들이 시원한 통창으로 펼쳐지는 북한강 풍경을 즐기며 담소를 나눈다. 옥상 전망대로 올라서면 탄성이 쏟아진다. 온통 붉은색으로 채색된 꽃밭이 끝도 없이 이어지는 풍경은 동화 속 세상이다. 재즈 페스티벌로도 유명한 자라섬은 6월16일까지 꽃 페스타가 펼쳐지는데 때를 아주 잘 맞춰 온 것 같다.

자라섬 포토존.
자라섬 우산 포토존.
한반도 모양 ‘꽃 피는 대한민국 정원’.
개양귀비.
캘리포니아 양귀비.
자라나루 앞 화관을 쓴 여인 얼굴과 파란색 벤치로 꾸민 포토존에는 인생샷을 찍으려는 여행자들로 줄이 길다. 빨강, 분홍색 개양귀비와 북한강을 배경으로 예쁜 시간을 영원히 간직할 수 있으니 놓치지 말기를. 두 대의 하얀 자전거와 수레바퀴로 꾸민 ‘행복 벤치’는 사회관계망서비스에서 인기를 얻을 만한 요즘 세대 감수성을 잘 담았다.

꽃 페스타답게 다양한 모양과 색들의 꽃들이 지천으로 깔려 정신을 혼미하게 만든다. ‘I♥호주’ 조형물과 캥거루로 꾸민 호주정원 전망대에 올라서면 한반도 모양으로 만든 ‘꽃 피는 대한민국 정원’이 여행자를 반긴다.

개양귀비.
개양귀비.
개양귀비.
356평에 가평군의 행정구역 1읍, 5면을 상징하는 꽃 6종을 가평군 인구만큼인 6만4000여송이를 심었다니 대단한 열정이다. 안으로 들어설수록 붉은 개양귀비가 거대한 바다처럼 출렁거린다. 태어나서 이렇게 많은 개양귀비가 만개한 풍경은 처음이라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꽃밭을 가르는 산책로에는 포슬포슬한 하얀 안개꽃이 담장처럼 둘러서 붉은 개양비귀와 어우러지는 세상에 둘도 없는 수채화를 완성한다. 날씬하게 자라는 푸른 침엽수 블루 애로우길도 인기 높은 포토존. 3~4m 높이 초록이들이 도열한 오솔길에선 연인들이 다양한 포즈로 인생샷을 남긴다.
가평베고니아새정원.
가평베고니아새정원 앞뜰정원.
◆지친 마음에 쉼표 찍는 가평베고니아새정원

살다 보면 누구나 마음이 힘들 때가 있다. 사람과의 관계, 직장 일 등등 어느 것 하나 뜻대로 되지 않다 보면 아무 생각 없이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어진다. 그럴 때 찾기 좋은 곳이 꽃과 새, 정원이 함께 있는 힐링파크 가평베고니아새정원이다. 가평크루즈 주차장에서 5분 거리여서 함께 묶어서 여행하기 안성맞춤이다.

물의정원.
물의정원.

입구로 들어서자 ‘물의 정원’이 여행자를 맞는다. 예쁜 아치형 다리 너머로 장쾌하게 쏟아지는 폭포는 가슴에 응어리진 스트레스 덩어리를 한방에 부숴버린다. 물속을 유유자적 헤엄치는 붉은 비단잉어 수십 마리가 신기한지 꼬마 아가씨는 이제 그만 가자는 엄마의 재촉에도 손을 뿌리치며 난간에 몸을 고정시킨다. 앞뜰정원엔 많은 여행자들이 벤치그네를 타며 한가로운 오후의 피크닉을 즐기는 풍경이 평화롭다.

카페 수선화 쉼터.
카페 수선화 쉼터.

고소한 냄새를 풍기는 바게트와 할인판매하는 엘라티올 베고니아가 어우러지는 베이커리 카페 수선화에는 계단식 휴식공간이 여유 있게 마련돼 책 한 권 펼치면 독서삼매경에 빠지기 딱 좋아 보인다. 예쁜 새 인형 등 볼거리 가득한 기프트 숍도 마련돼 있다.

베고니아 언덕.
미디어룸.
올빼미 티토와 쿠로 한 쌍이 눈을 끔뻑거리는 귀여운 모습을 감상하고 플라워존으로 들어서면 본격적인 베고니아새정원 여행이 시작된다. 2000여종의 베고니아꽃을 관람할 수 있는 국내 유일·최대규모 실내 베고니아 정원이다. 하트 모양으로 꾸민 베고니아 언덕 위로 천장에 주렁주렁 매달린 베고니아가 인상적이다. 미디어룸은 환상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곳. 꽃을 소재로 천장과 바닥, 벽을 미디어 아트로 꾸며 꿈길을 거니는 것 같다.
유지영 사육사.
유지영 사육사.

알록달록한 수국의 방과 미러룸을 지나면 세계 각국 희귀 조류 40여종으로 꾸민 버드존으로 이어진다. 스칼릿 금강앵무, 붉은꼬리 검은관 앵무를 시작으로 뉴기니아, 노랑머리 아마존앵무, 골든 코뉴어, 회색앵무가 세상에서 가장 예쁜 노래를 불러주니 오랜만에 귀가 호강한다.

썬코뉴어.
알파카
‘새들의 엄마’ 유지영(31) 사육사가 나타나자 공중을 날던 새들이 약속이나 한 듯 사육사 앞 나무로 모여들더니 일렬횡대로 정돈한다. 어찌 이리 예쁠까. 노랑, 주홍 깃털을 자랑하는 썬코뉴어와 초록몸통에 검정머리의 난데이 코뉴어는 앙증맞도록 귀엽다. 사육사가 손짓하자 사육사에게 날아들더니 머리와 손 위를 서로 먼저 차지하려고 아우성이다. 방문객들은 썬코뉴어에게 직접 먹이를 주는 체험을 할 수 있다. 또 보어염소, 알파카, 비단잉어 먹이주기 프로그램을 이용하면 아이들과 함께 알찬 당일치기 나들이가 완성된다.

가평=글·사진 최현태 선임 기자 htchoi@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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