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당당한 소비자 권리? vs '진상'?

전다윗 2024. 6. 6.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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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뉴스24 전다윗 기자] 프랜차이즈 커피 전문점 A사가 최근 시끌시끌했습니다. 부산 한 매장에서 산 커피음료 제품에서 바퀴벌레가 나왔다는 고객의 주장 때문입니다.

음료에서 바퀴벌레가 나오다니. 정신적 트라우마와 혹시 모를 위생 문제를 고려하면 허투루 넘어갈 일이 아니죠. 고객은 매장을 찾아 항의했으나 제대로 된 사과도 받지 못했고, 이틀이 지나서야 환불 처리만 받았다고 합니다. 여기까지만 들으면 위생이 핵심인 외식사업에서 최악의 대처를 한 기업이라고 밖에는 볼 수 없습니다.

커피. 본 기사와 무관하며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 [사진=픽사베이]

그런데 이 사안과 관련해 전혀 다른 상황이 벌어집니다. 이 얘기를 들으면 A사가 억울한 지점도 보입니다.

우선 고객이 음료를 산 당일 항의한 것이 아니었던 겁니다. 매장에서 커피음료를 테이크아웃해서 집으로 가져간 후 냉장고에 하루 보관하다 마셨고, 이때 바퀴벌레를 발견했다는 것이 고객의 설명입니다.

A사 측은 고객 대응 매뉴얼에 따라 사과와 환불을 진행했지만 바퀴벌레가 나온 사실은 인정하기 어렵다고 주장합니다. 하루가 지난 만큼 커피음료 제조 과정이 아닌 고객 보관 과정에서 바퀴벌레가 유입됐을 가능성이 크다는 건데요. A사 관계자는 "해당 매장은 해충방충업체가 정기적으로 관리하는 곳이다. 고객 항의 발생 후 해충방충업체가 매장을 재조사했으나 바퀴벌레가 나올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결과를 받았다"고 말했습니다.

'자영업자의 억울한 하소연 들어주세요' 글쓴이가 올린 고객이 벌레가 나왔다고 주장하는 사진.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지난달 비슷한 사례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회자되기도 했습니다. 아내가 카페를 운영한다는 글쓴이가 작성한 '자영업자의 억울한 하소연 들어주세요'라는 제목의 게시글입니다. 커피를 주문해 간 손님이 이틀이 지나서야 벌레가 나왔다며 연락이 왔고, 커피와 당시 주문했던 다른 음료 2만원어치도 같이 환불해 달라 요구했다고 합니다. 요구를 들어주지 않을 시 리뷰 쓰고 본사에 올리겠다는 말과 함께 말이죠.

글쓴이는 커피를 팔았던 날 매장 CCTV를 아무리 돌려봐도 벌레는 보이지 않았다며, 손님이 당일 연락을 준 것도 아니고 냉동실에 넣었다가 이틀 뒤 벌레가 나왔다고 하면 어떻게 믿을 수가 있고, 이런 억지를 딛고 과연 장사를 할 수 있겠느냐는 내용의 문자를 보냈다는데요. 그렇지만 결국 모든 음료 값을 환불하고 마무리하게 됐다고 합니다.

블랙컨슈머 관련 이미지. [사진=뉴시스]

최근 취재한 프랜차이즈 치킨 전문점 B사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습니다. 치킨에서 철심이 나와 식도에 박혔다는 고객이 등장했습니다. 먹던 치킨 옆에 2cm가량의 철심이 함께 놓인 사진과 함께요. 일요일에 치킨을 먹고 시간이 지날수록 구토와 열이났고, 월요일 아침 이비인후과에서 내시경을 한 결과 철심이 식도에 박혀있었다고 합니다.

역시 본사 대응은 최악이었습니다. 진심 어린 사과는 없이 철심만 달라 요구했다고 합니다. 변호사까지 대동해 허위사실 유포로 고소하겠다고 협박성 발언도 했다네요.

그런데 B사 입장은 그 주장과 많이 달랐습니다. 진심으로 사과의 뜻을 전했고, 사실관계 확인과 역학조사를 위해 병원 진단서와 철심을 요구했는데 고객이 수차례 거부했다고 설명했습니다. "관련 조사 비용도 본사에서 모두 부담한다고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사실관계 확인 없이 고객 말만 듣고 피해 보상을 할 수 없는 일 아닌가"라고 B사 측은 억울해했습니다.

더 중요한 건 고객이 요구한 합의금 액수인데요. 1000만원을 요구했습니다. 쉽사리 납득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볼 수 있을까요. B사의 미지근해 보였던 대처가 어느 정도 이해가 되기도 합니다.

식품·외식업계에서 위생은 중요한 문제입니다. 위생 문제가 불거지면 심각한 타격을 입기도 합니다. 먹고 마시는 문제이니 어찌 보면 당연하죠. 위생적이지 않은 음식으로 받은 피해를 보상받는 것 역시 소비자의 당연한· 권리입니다. 현행 소비자보호법은 피해 보상 규정이라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 수리·교환·환불을 할 수 있도록 명시하고 있습니다.

다만 어디까지가 정당한 권리냐는 고민해 볼 문제임은 틀림없어 보입니다. 해당 사건들에 대한 시민들의 반응도 엇갈리고 있습니다. 중대한 위생 문제이니 업체가 잘못했다는 의견, 고객이 명확한 증거 없이 무리한 요구를 하는 '진상'이란 주장으로 나뉩니다.

진상의 범주를 어디까지 볼 것인지에 대한 견해도, 입장도 서로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하자가 있는 제품에 대해 소비자가 반품·교환 외 도의적 차원에서 사례금을 요구할 경우 어느 선부터가 무리한 수준인지를 잘라 말하기도 어렵죠. 성숙한 시민의식을 기반으로 판단해볼 때 과연 이런 사안들은 어떻게 이해하고 받아들여야 할지 정말 고민되는 지점이 아닐 수 없습니다.

/전다윗 기자(davi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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