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한양행, 폐암 치료제로 '이목 집중'

정승필 2024. 6. 6.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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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암학회 행사서 병용요법·효능 높인 '렉라자' 임상결과 발표
경쟁 의약품보다 30~40% 높은 PFS…투여 시간은 4시간→5분 축소

[아이뉴스24 정승필 기자] 유한양행이 폐암 치료제인 '렉라자(성분명 레이저타닙)'의 병용요법 임상 결과를 글로벌 행사에서 공개했다. 기존 단독요법의 투여 시간은 4시간 이상 소요됐는데, 이번 임상을 통해 시간을 대폭 줄였고 효과 또한 높아졌다는 유의미한 결과여서 이목을 집중시켰다.

의약품.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사진=픽사베이]

유한양행은 지난달 31일부터 이달 4일까지(현지 시간) 미국 시카고 매코믹플레이스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24 미국임상종양학회(ASCO)'에 참석해 자사의 비소세포폐암 신약 렉라자의 병용요법에 대한 임상3상 (MARIPOSA)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ASCO는 미국암학회(AACR), 유럽종양학회(ESMO)와 함께 세계 3대 암학회로 평가 받는다. 전 세계 제약사들이 항암제 신약의 임상 결과를 공개하는 자리다.

렉라자는 상피세포 성장인자 수용체(EGFR)에 변이가 있는 비소세포폐암 환자에 쓰이는 치료제다. 2021년 1월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로부터 2차 치료제로 정식 허가받았다. 2023년 8월에는 암질환심의위원회를 거쳐 같은 해 10월 약제급여평가위원회를 통과하면서 급여적정성을 인정, 올해 1월부터는 비소세포폐암 1차 치료제로 쓰이기 시작했다.

그러나 경쟁사 아스트라제네카의 '타그리소(성분명 오시머티닙)'가 앞길을 막았다. 타그라소는 렉라자보다 약 5년 먼저 2차 치료제로 진입했고, 2023년에 1차 치료제 급여적정성을 받아놨기 때문이다.

두 치료제 모두 비소세포폐암에 효과적이나, 단독 치료 시 일부 환자에게서 내성이 발생하는 문제가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자 렉라자는 파트너사 얀센의 '리브리반트(성분명 아미반타맙)'와의 병용요법을 결정하게 됐다. 타그리소는 항암화학 병용요법을 택했다.

학회에서 발표된 MARIPOSA 연구는 3가지 유형으로 진행됐다. 순환종양 DNA(ctDNA)와 변이된 종양 억제 유전자(TP53), 간전이 질환 등을 앓고 있는 고위험군 폐암 환자가 그 대상이다.

연구진은 타그리소와의 비교 분석을 위해 두 치료제를 따로 투여했다. 그 결과, ctDNA 동반 폐암 환자의 무진행 생존 기간(PFS)은 각각 20.3개월과 14.8개월이었다. TP53 폐암 환자도 각각 18.2개월과 12.9개월이 나타났고, 간전이 동반 환자 역시 각각 18.2개월과 11개월의 반응을 보였다. 타그리소보다 30~40% 높은 셈이다.

연구 제1 저자로 참여한 엔리케타 펠립(Enriqueta Felip) 스페인 바르셀로나 자치대(UAB) 대학병원 교수는 "ESGR 변이 비소세포폐암 환자의 증세는 일반적으로 좋지 않다"면서 "특히 TP53과 간전이가 있으면 생존율이 더욱 낮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번 연구를 통해 렉라자·리브리반트 병용요법이 타그리소 대비 무진행 생존 기간 중앙값을 유의미하게 개선시켰다"며 "ESGR 변이 비소세포폐암 치료에 표준 요법이 될 수 있는 새로운 옵션"이라고 평가했다.

이외에도 주목받은 연구는 기존 정맥주사(IV) 제형인 리브리반트를 피하주사 제형으로 변경한 임상시험(PALOMA-3)이었다. 기존 정맥주사 제형은 경구용인 렉라자와 리브리반트 정맥주사를 함께 쓴 방식이다. 약물 투여 시간만 약 4시간 이상 소요, 투여 환자의 67%가 주입 반응(IRR) 부작용을 보여 개선할 과제로 지적된 바 있다. 따라서 유한양행과 얀센은 렉라자와 리브리반트 피하주사를 병행한 PALOMA-3을 진행하게 된 것이다.

PALOMA-3 결과는 놀라웠다. 투약 시간이 약 4시간에서 5분으로 대폭 줄어들었다. 생존율도 눈에 띄게 증가했다. 정맥주사 제형의 생존율은 51%였는데, 피하주사 제형의 생존율은 65%나 됐다. IRR 역시 획기적으로 개선됐다. 피하주사 제형에서 부작용이 나타난 비율은 13%로 정맥주사 제형(66%)의 5분의 1에 그쳤다.

연구에 참여한 나타샤 B 레이글(Natasha B Leighl) 캐나다 프린세스 마거릿(Princess Magaret Cancer Centre)박사는 "렉라자와 병용한 리브리반트 피하주사제는 기존 정맥주사제와 비교해 효과 면에서 비열등성을 입증했다"며 "여기에 더해 주입 관련 반응 등 부작용 발생은 더 낮았고, 환자들의 편의성은 높아졌다"고 강조했다.

한편, 리브리반트는 2018년 유한양행이 먼저 개발한 뒤 얀센에 총 1조4000억원에 기술 이전됐다. 얀센은 지난해 말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자사가 후속 개발한 리브리반트에 대한 신약허가신청서(NDA)를 제출해 1차 치료제로서 승인받았다. 렉라자와 두 신약의 병용요법도 마찬가지로 신청됐다.

FDA는 병용요법을 우선심사 대상으로 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렉라자와 리브란트 각각 한국과 미국에서 이미 단독요법으로 승인받은 만큼, 두 신약의 병용요법의 FDA 가능성도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정승필 기자(pilihp@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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