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미·중 분쟁에 동맹국 피해 보면 보조금 등 지원해야”
“과거 사드 사태 때 미국 개입 안해”
미·중 분쟁 속에서 중국의 경제 압박으로 피해를 볼 가능성이 큰 한국·일본 등 미국의 아시아 동맹국에 미국이 보조금 등으로 피해를 보상할 필요가 있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미·중 무역 갈등이 격화하는 가운데 미 연방 의회에서 지도부와 전문가들이 진행한 ‘경제 워게임(economic wargame)’에 따른 결과다. 워게임이란 실제 정세·병력 등을 반영해 분쟁이나 전쟁 상황에서 일어날 일을 모의 실험하는 훈련 방법을 뜻한다.
이번 워게임은 지난달 5일 미 하원 미·중 전략경쟁위원회의 존 물레나르(공화당) 위원장,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당시 국방부 인도·태평양 차관보를 지낸 랜들 슈라이버 등 전·현직 당국자와 상·하원 외교위 관계자 30여 명이 참석해 진행됐다. 이들은 미·중 경제 제재가 늘고 긴장이 고조될수록 미국으로선 한·일 등 동맹국들의 대중(對中) 견제 참여가 절실해진다는 결론을 내놨다. 미·중 사이 공급망 단절 시나리오를 의회 차원에서 논의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본지가 최근 입수한 보고서에 따르면 워게임에선 “유럽과 인도·태평양 국가들은 미·중 갈등 상황에 대체로 미국과 입장이 일치했다”면서도 “(한·일 등) 인도·태평양 국가들은 자국 경제에 근본적 영향을 미치는 분야에선 중국과 분리되기를 거부하거나, 공격적 경제 정책을 쓰기를 주저했다”는 결과가 나왔다. 중국의 해상 봉쇄 등에 맞서 유럽 국가들은 미국의 고강도 중국 제재에 기꺼이 참여할 준비가 돼 있었지만, 중국에 경제적으로 밀접한 한·일 등은 확전을 우려해 대응 조치를 꺼렸다는 뜻이다.
이번 워게임을 진행한 ‘프로젝트 2049′ 연구소 관계자는 최근 본지에 “(갈등 격화 시) 중국의 경제 압박에 따른 아시아권 동맹국들의 피해를 미국이 지원·보상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이번 워게임의 결론이었다”고 했다. 이날 워게임에선 과거 주한 미군이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한국에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를 배치한 이후 중국이 한국에 가한 경제 보복 등도 언급됐다고 알려졌다. 과거엔 중국이 한국에 대한 단체 관광을 중단하거나 호주산(産) 포도주나 소고기를 불매해도 미국이 개입하지 않았다. 그러나 미국의 ‘대중 전선(戰線)’에 동맹국을 더 참여시키려면 미국 시장 개방, 적정 수준 보조금 지급 등 동맹국의 중국발(發) 피해를 상쇄할 지원이 필수라는 데 의견이 모였다고 이 관계자는 밝혔다.
워게임 참가자들은 약 5시간 동안 미국과 유럽, 인도·태평양 지역 국가 등 3팀으로 나눠 모의(模擬) ‘고위급 정책 대화’를 하며 실제 일어날 상황을 가상 실험했다. 이들은 경제 갈등 수위가 고조될 때 미국의 주요 동맹국들이 공격적 경제 제재에 얼마나 적극적으로 동참할 의향이 있는지를 3단계로 나눠 평가했다. 1단계는 미·중 무역 갈등이 격화돼 핵심 광물, 원료 의약품(API), 반도체 등 분야의 일부 공급망 분리 상황을 상정했다. 이후 중국이 대만을 상대로 해상 봉쇄를 단행(2단계)하고 결국 대만을 침공(3단계)해 미국과 동맹국들의 경제 제재가 이어지는 상황을 논의했다. 보고서는 “특히 중국이 대만 해상 봉쇄를 단행한 ‘2단계’부터 한·일·호주 등 인도·태평양 국가들이 확전을 크게 우려하기 시작한다는 결론이 나왔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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