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채 상병 사건’ 이종섭 보좌관-군 검찰단장 깡통폰 냈다
외압 의혹 당시 내용 모두 삭제해
이종섭도 올 3월 새 휴대폰 제출
공수처, 조직적 증거인멸도 수사
해병대 채모 상병 수사 외압 의혹 관련자인 박진희 전 국방부 장관 군사보좌관과 김동혁 군 검찰단장이 사건 관련 기록이 없는 이른바 ‘깡통폰’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도 올 3월 공수처에 자진 출석하면서 기존 휴대전화가 아닌 새 휴대전화를 제출한 바 있다. 공수처는 외압 의혹의 핵심 피의자로 지목되고 있는 국방부 수뇌부의 조직적인 증거인멸 여부도 함께 수사 중이다.
5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박 전 보좌관은 채 상병이 순직하고 외압 의혹이 불거진 지난해 7∼8월 이후 휴대전화를 교체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병대 수사단이 채 상병 순직과 관련해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등 8명을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경찰에 이첩하자, 국방부가 나서 조사 결과를 회수하고 혐의자를 대대장 2명으로 줄였던 시점이다.
검경과 공수처 등 수사기관은 피의자들의 전화 수신·발신 내역과 시간대를 통신사를 통해 조회할 수 있다. 하지만 통화 녹취파일이나 메신저 대화 내역, 사진 등 구체적인 증거는 휴대전화가 있어야 확보할 수 있다. 공수처는 국방부 수뇌부가 핵심 증거 삭제 등 조직적으로 증거인멸에 나섰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수사 중이다.
● ‘스모킹건’ 삭제 가능성
박 전 보좌관의 이전 휴대전화에도 주요 증거가 담겨 있다는 게 공수처의 분석이다. 지난해 7월 31일 박 전 보좌관은 임기훈 전 대통령국방비서관 등 대통령실 관계자들과 수차례 통화한 것으로 파악됐는데, 이날은 윤석열 대통령이 “이런 일로 사단장을 처벌하면 누가 사단장 하나”라고 질책한 것으로 알려진 대통령국가안보실 회의가 있었던 날이다. 공수처는 회의 후 대통령실과 박 전 보좌관이 긴밀히 소통한 것으로 보고 있다. 박 전 보좌관은 이틀 뒤에도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 등과 수차례 통화를 나눴다.
법조계에선 이들의 ‘깡통폰’ 제출이 법원의 영장실질심사 등에서 증거인멸 행위로 인정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검찰 출신 변호사는 “새 휴대전화를 낸 것을 넘어 기존 휴대전화를 훼손하고, 특정 날짜 자료를 삭제하는 등 수사를 방해하기 위해 적극적인 행위를 한 것으로 보인다”며 “(구속영장 청구 등) 신병 처리가 이뤄진다면 증거인멸 정황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반면 다른 법조계 관계자는 “깡통폰 제출을 넘어 더 구체적인 증거인멸 정황이 밝혀져야 체포 또는 구속 사유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전 보좌관은 동아일보에 “3년 가까이 사용해 성능상 교체 시기가 돼 교체한 것일 뿐”이라며 “(기존 휴대전화는) 훼손한 적 없다”고 밝혔다. 김 단장은 연락이 닿지 않았다.
구민기 기자 koo@donga.com
박종민 기자 bli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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