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계인도 나오는 스타워즈… ‘동양인 제다이’ 논란 신경안써”
첫 주연급 동양인 제다이로 주목
신중-섬세한 감정연기 인상깊어
“기존 제다이보단 감성 표현 더해… 영어 대사 연습으로 혀 양쪽 닳아”
5일 공개된 디즈니플러스 드라마 ‘애콜라이트’에서 제다이들의 스승인 마스터 ‘솔’ 역으로 출연한 이정재의 첫 대사다. 그는 50년간 이어진 스타워즈 세계에 첫 주연급 동양인 제다이로 캐스팅돼 관심을 모았다. 이정재는 1화가 시작되고 15분 45초 뒤에야 등장하지만, 이후부턴 드라마의 서사를 이끄는 주요 인물로서 작품 속 큰 비중을 차지한다. 그의 캐스팅을 둘러싸고 드라마 공개 전부터 해외 팬들을 중심으로 ‘디즈니의 정치적 올바름(political correctness) 주의가 스타워즈를 죽이고 있다’는 반발이 일었지만, 중저음의 중후한 목소리 톤과 표정에서 확신과 신중함, 섬세함을 오가는 선 굵은 연기는 PC 논란을 깔끔하게 잠재울 정도로 인상 깊었다. 영어 대사 처리도 어색함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자연스럽고, 동양인 외모는 오히려 극 중 묘한 신선함을 풍기며 제다이의 스승 캐릭터로서 잘 녹아들었다.
‘이정재표 제다이’는 이전 시리즈들의 제다이보다 훨씬 감정을 많이 드러낸다는 데에서 차별점이 있다. 이정재는 5일 서울 용산구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정형화된 제다이보다는 인간의 감성에 가까운 표현을 더 했다”며 “적극적으로 두려움, 안타까움을 표현하면서 기존 제다이의 맥을 이으면서도 결이 다른 연기를 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게임’으로 2022년 아시아 배우 최초로 에미상 남우주연상을 차지한 데뷔 30년 차 베테랑 배우이지만, ‘애콜라이트’는 그에게도 도전이자 두려움이었다. 특히 그를 망설이게 한 건 영어였다. 공개된 드라마에선 자연스럽게 영어 대사를 소화하지만, 긴 분량의 영어 대사를 외우는 건 쉽지 않았다. 특히 대사에 제다이 솔 캐릭터가 갖는 묵직함과 다양한 감정을 싣는 건 더 어려운 일이었다. 그는 자신의 촬영 분량이 끝나면 촬영장 내 컨테이너로 돌아가 4명의 억양 코치, 영어 교사와 돌아가며 대사를 연습했다. 그는 “혀 양쪽이 닳아서 음식을 먹기 힘들 정도로 연습했다”고 했다. 극심한 스트레스 때문에 알레르기와 피부 트러블이 생겨 촬영 기간 내내 고생하기도 했다고.
오랜 기간 연습한 만큼 대사 전달력은 뛰어나지만 일부 장면에서는 영어 대화가 다소 어색하게 들리기도 한다. 비슷한 톤의 차분한 연기가 계속 이어진다는 점도 다소 아쉽다. 향후 회차에서는 보다 입체적인 캐릭터로 구현됐으면 좋겠다는 느낌이 들었다.
‘미스캐스팅’이란 일각의 비난에 대해 이정재는 “스타워즈 배경이 우주다. 외계인도 캐릭터로 나오는데 동양인 제다이가 있을 수 있지 않겠나. 스타워즈가 워낙 팬층도 두껍고 다들 생각이 다양하니 크게 신경 쓰지는 않는다”고 말하며 웃었다. 연출을 맡은 레슬리 헤들랜드 감독은 “‘오징어게임’에서 이정재를 보자마자 ‘저 사람이 솔이다’ 싶었다”면서 “아주 무시무시한 모습이었다가도 깊은 슬픔까지 순식간에 전환해 연기할 수 있는 매우 드문 배우”라고 추켜세운 바 있다. ‘애콜라이트’는 총 8부작으로 5일 1, 2화가 공개됐다. 앞으로 매주 수요일 한 화씩 공개된다.
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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