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깜한 무대 대신 토마토 텃밭이 펼쳐져… “기후위기, 이론 아닌 ‘감각’으로 얘기했죠”

이지윤 기자 2024. 6. 6. 0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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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객 눈앞에 깜깜한 무대 대신 대파, 옥발토마토 등 푸릇한 토종 작물이 펼쳐졌다.

제작진이 두 달간 서울 종로구 아르코예술극장 앞마당에 직접 가꾼 텃밭이다.

1, 2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 아르코예술극장에서 열린 이동형 연극 '극장 앞 텃밭, 텃밭 뒤 극장'이다.

이처럼 파격적인 형태로 기후위기에 대해 이야기하는 공연들이 최근 잇달아 관객을 만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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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험-파격’ 기후위기 연극 잇달아
“메시지보단 극적 표현 더 효과적”
연극 ‘극장 앞 텃밭, 텃밭 뒤 극장’은 관객이 극장을 벗어나 생태계를 경험하며 기후위기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도록 연출됐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제공
관객 눈앞에 깜깜한 무대 대신 대파, 옥발토마토 등 푸릇한 토종 작물이 펼쳐졌다. 제작진이 두 달간 서울 종로구 아르코예술극장 앞마당에 직접 가꾼 텃밭이다. 관객은 지급된 스마트폰의 안내에 따라 극장 로비에서 텃밭으로, 건물 옥상으로 이동했다. 여정의 끝인 극장으로 입장한 이들은 천장에 달린 별을 바라보며 자연의 순환을 ‘감각’했다.

1, 2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 아르코예술극장에서 열린 이동형 연극 ‘극장 앞 텃밭, 텃밭 뒤 극장’이다. 만약 기후위기로 인해 지금 흔히 볼 수 있는 작물을 본 적 없는 세대가 나타난다면 연극은 무엇을, 어떻게 재현하는가에 대한 고민에서 출발한 작품이다. 이처럼 파격적인 형태로 기후위기에 대해 이야기하는 공연들이 최근 잇달아 관객을 만나고 있다.

연극 ‘디망쉬’는 지구의 종말을 기록하고자 북극으로 향한 취재진의 여정을 인형극, 신체극, 영상물 등으로 풀어낸다. 우란문화재단 제공
다음 달 3∼11일 서울 성동구 우란2경에서 공연되는 연극 ‘디망쉬’는 기괴한 느낌의 인형과 신체극, 영상 매체 등을 다채롭게 결합해 기후 문제를 은유한다. 한 가족이 자연재해에 부닥치며 벌어지는 사건과 지구의 종말을 기록하는 취재진의 여정을 교차시키며 디스토피아적 상상을 펼친다. 지난달 23∼29일 서울 대학로의 연극실험실 혜화동1번지에서 공연된 연극 ‘가덕도를 아십니까?’에는 전문 배우가 한 명도 출연하지 않았다. 대신 연구자, 활동가 등이 무대에 올라 부산 가덕도 신공항 건설이 기후에 미치는 악영향을 꼬집었다.

공연계가 이처럼 열띠게 기후위기를 이야기하는 이유는 뭘까. ‘극장 앞 텃밭…’의 전윤환 연출가는 “기후위기에 대해 여전히 ‘머나먼 재난’이라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예술을 통해 숫자나 이론이 아닌 감각을 사용할 때 ‘인간이 지구의 주인이 아님’을 직관적으로 설득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가덕도를 아십니까?’의 이성직 연출가는 “각자 놓인 상황에 따라 신공항 건설이 자신과 관련 없다고 생각하기 쉽다. 연기와 관련 없는 출연진이 무대에 오름으로써 관객도 연관성을 부여받게 된다”고 설명했다. ‘디망쉬’를 기획한 김혜리 우란문화재단 PD는 “환경에 대한 교훈적 메시지만을 내세우기보단 독특한 표현 방식이 대중의 관심을 더 끌 수 있다”고 했다.

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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